그대들이 함께 가야 한다. 그대들만이 심판할 수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제는 민주주의를 위한 민중의 노래가 되었다. 노래를 부르면, 노래를 들으면 5.18 민주항쟁 당시 맨주먹으로 총칼 든 독재의 계엄군과 싸우다 죽은 5월 항쟁의 영령들이 가슴속에서 뜨겁게 살아난다.

이 노래는 부활의 노래다. 민주회복의 노래다. 이 노래가 불리는 한 이 땅은 독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를 두려워하는 자. 그는 독재자다.

지난 5월18일, 이 노래는 5.18 공식행사에서 불리지 않았다. 금지곡이 됐다. 사랑도 미움도 미련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고 피를 흘리며 뜨거운 함성으로 외쳤던 주인공들의 행사에서 주인공들의 노래는 사라졌다.

이 노래를 금지시킨 자들이 무슨 말로 지껄여도 이유는 단 하나. 이 노래가 무서웠던 것이다. 반민주자들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가자, 조국의 아들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나니
압제가 앞에 있지만
피의 깃발이 올려졌나니
피의 깃발은 올려졌나니
들판을 함께 가자
야만적인 적군을 무찌르자
적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아들, 우리 조국의 목을 치기 위해

(후렴)
시민이여! 무기를 들어라
무장하라 전사들이여. 전진하라! 전진하라!
적의 더러운 피가
우리 들판을 흐를지니
조국의 신성한 수호신이
우리 복수심에 불타는 군대를 보살피고 지켜줄지니

자유, 사랑하는 자유의 신이여
적과 싸우자. 적과 싸우자. 우리 깃발 아래서,
승리의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질지니
쓰러져가는 적들도 그대의 승리와 영광을 보리라!
우리 군대와 시민의 승리를!

프랑스의 국가인 ‘나아가자, 조국의 아들이여’〈라 마르세예즈>의 가사다. 가슴이 뛴다. 피가 끓는다. 프랑스 애국가 역시 탄압을 받았다. 혁명과 연관이 되었다는 이유다. 나폴레옹 황제 때다. 독재자는 혁명을 증오하고 민중을 미워한다. 공통점이다.

민주주의는 가치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불변의 가치다.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헌법 전문에 명기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주의의 꽃은 무엇인가. 그 꽃의 이름은 무엇인가. 선거다. 민주주의 선거다. 독재자는 선거를 싫어한다. 독재자는 왜 민주선거를 싫어하는가.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선거를 한다.

우리는 치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권, 박정희의 유신 독재정권, 전두환의 군부 독재정권.

이들 치하에서 민주선거는 없었다. 부정선거였다. 정치는 부패했다. 국민은 절망했다. 정치하는 인간들은 도둑놈이다. 선거를 해도 투표를 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과 선거는 무관하다. 잘 해 먹고 잘 살아라. 이것이 국민의 정서였다.

그러나,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여.
사랑도 명예도 미련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그대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두 손 모아 빈다. 4.19와 5.18과 6.10항쟁으로 독재로부터 되찾아 온 민주주의가 아니던가.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 그대들이 흘린 피가 낭자하고 그대들의 목쉰 소리가 외쳐대는 민주주의 만세가 독재자를 몰아냈다.

이제 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탄한다. 적어도 전쟁만은 이 땅에서 사라졌다는 안도는 아랑곳없이 전쟁의 사악한 그림자가 이 땅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천안함은 그대들이 타고 조국을 지켜야 할 신성한 곳이었다. 천안함에는 그대들과 똑같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46명의 그대들이 목숨을 잃었다. 왜 그들이 죽었는가. 이유는 아는가.

아 가슴이 무너진다.

그대들의 벗과 그대들의 애인과 그대들의 오빠 동생이 사라진 비극의 시간 저 너머 전쟁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누가 원하는 무대인가. 그대들이 전쟁을 원하는가. 명분이 있는가.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있다고 한다. 무슨 이유인가. 믿지 않으면 죄인가. 믿게 했는가.

지금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5월이다. 북풍이 휩쓸고 간 뒤에 이루어지는 선거는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믿는가. 여당은 안보가 우선이라고 한다. 야당은 안보를 선거에 써먹지 말라고 한다. 천안함을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사랑도 명예도 미련도 남김없이 민주주의를 위하여 모두 바친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판단을 믿는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그대들의 것이다.
그대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가지만 요구한다.

투표장에 가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이 없다. 그대들은 이미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다 알고 있다. 정치에 대한 냉소에 젖어 있음도 안다.

그러나 어쩌랴. 그대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썩은 무리들도 그대들의 한 표로 살아날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 그놈이 그놈이고 모두가 썩은 놈이라고 피한다고 썩은 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사라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그대들의 표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대들의 냉소는 나쁜 인간들로 하여금 국민의 대표라는 위장막을 입게 한다. 표를 도둑맞는 것이다. 나쁜 정치인들이 왜 그대들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대들의 정의감이 두려운 것이다.

정치가 썩었다고 하지 말라. 썩지 않은 정치인도 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썩은 정치꾼들의 편이다. 정치를 욕하지 말라. 투표하지 않으면 그대들이 공범이다.

그대들의 한 표가 전쟁을 막는다.
좋은 사람 뽑으면 전쟁은 사라진다.
선거에 기권하면 나쁜 놈이 당선된다.
나쁜 놈 찍으면 전쟁 난다.
나쁜 놈 찍으면 피땀 흘려 만든 경제 망친다.
투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라.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무릎 꿇고 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그대들이 나서야 한다.
그대들이 아니면 아무도 이루어 낼 수 없는 민주주의다.

4.19와 5.18은 그대들의 선혈로 이루어 낸 민주혁명이었다.
우리 다 함께 승리하는 날. 서로 어깨동무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2010년 5월 26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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