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주당 김동철 강기정 이용섭 의원 민노당에 ‘늑장사과’
  민노당. 시민단체 연석회의 “색깔론 사과 누락...진정성 없다”


광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다시 ‘민주당의 색깔론 사과를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12일 민주당 광주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은 지난 광주 남구 보궐선거과정에서 제기한 민노당에 대한 색깔론을 마지못한 형식과 내용으로 사과했다.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김동철 이용섭 의원과 윤봉근 광주시의회 의장을 대신하여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아래 사과입장문 전문 참조)

▲ 12일 오전 강기정 민주당 의원(광주 북갑)이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28 광주남구보궐선거과정에서 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민노당에 대해 '한나라당 2중대', '대안 없는 반미정당'이라며 '색깔론'으로 공격한 것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인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문의 제목도 ‘사과’가 아닌 ‘입장’이었다. '입장' 대상도 대시민과 남구 유권자가 아닌 ‘시민사회’와 ‘민노당’으로 국한했다. 이날 기자회견 모양새도 ‘민노당 색깔론’을 제기했던 지난 6월 26일의 풍경과 대조적이었다. 김동철 김재균 이용섭 의원과 ‘병풍역할’을 한 광주시의원들은 “일정을 이유”로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또 (색깔론 제기 기자회견)당시 ‘광주지역 국회의원 일동’으로 발표됐으나 이날 민주당 입장문에는 박주선, 조영택, 김영진 의원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절반의 국회의원이 책임을 회피했거나 아니면 사과표명에 반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의원들의 추가 입장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자회견 형식을 놓고도 당초 ‘회견’으로 예정했다가, 회견 직전 ‘간담회’로 바꾸자고 강 의원측에서 요구했다가 대다수 기자들의 반발로 ‘회견의 모양새’를 취했다. 강 의원은 이용섭 김동철 의원의 입장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 까지는 ‘마지못한 사과’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강 의원이 읽어 내린 ‘입장문’을 보면 ‘마지못한 사과’를 넘어 곳곳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 한마디로 “‘색깔론’의 일차 책임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있다”는 것. 급기야 ‘민주당을 음해하려는 민노당의 선거전술’을 거론하면서 민노당을 향해 훈계까지 이어졌다. 결국 민노당의 선거전술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

해당 민주당 의원들은 강 의원이 대신한 사과입장 회견문에서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관련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의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일부 과도한 표현으로 광주지역시민사회와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첫 머리에서 사과했다. 

이어 해당 의원들은 “경쟁후보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대한 반론을 펴는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이 있었으나, 이는 시민사회와 민노당을 바라보는 저희들의 본래적 시각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은 “몇 가지 생각”이라며 “(색깔론 기자회견을)불러온 원인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있다. 민노당은 ‘한나라당을 찍으면 나라가 망하고, 민주당을 찍으면 호남이 썩는다’라는 현수막을 논두렁 주변까지 게시했다”고 책임론을 민노당에 돌렸다.

이들 의원들은 "민주당을 야권연대의 상대가 아닌 네거티브의 대상으로 격하시킨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하고 호남민의 높은 정치적 수준을 폄훼하는 태도"라고 ‘사과’가 아닌 ‘비판’을 가했다.

또 이들 의원들은 “민노당은 진정 호남에서 민주당을 친구로 생각했었는가? 민주당을 음해하여 민주당과 시민을 노골적으로 분리하려는 민노당의 선거전술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 의원들은 “민노당은 ‘민주당이 호남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민주당 광주시당의 치열하고 철저한 후보검증 과정 등 노력의 증표로 장병완 당선자로 공천이 확정되었을 때 일부 시민사회에서 ‘공천이 제대로 되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원들은 또 “광주에서 민주당의 견제세력으로 한나라당보다는 민노당이 제2당이 되어 정치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불신과 갈등의 골을 치유하고 정략적인 비난보다는 각자의 장점에 입각한 상호경쟁”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혁신론’은 뒷 부분에 자리했다. 이들 의원들은 “민주당 또한 더욱 혁신되고 변화하여야 한다”며 “무사안일하다는 비판과 변화에 둔감하다는 국민적 시선을 따갑게 느끼면서 새로운 당의 좌표와 지향점을 모색에 노력하겠다”는 것. 끝으로 이들 의원들은 “2012년 대선에서 범민주세력의 정권창출을 위해 광주에서부터 민주당과 민노당, 시민사회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대선승리의 에너지를 응축하자”고 제안했다.

▲ 강 의원은 이날 사과 회견에서 김재균 의원이 제기한 "(색깔론 회견)극소수 의원 주도"에 대해 "당시 의원들의 동의를 받은 것이다. 그 것(강 의원 주도설)을 믿느냐"며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광주인

그러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사과는 더 큰 반발과 비판을 낳았다. 민노당 광주시당은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이 ‘색깔론’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문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민사회연석회의도 “말뿐인 사과 기자회견은 다시 한번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민주당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처럼 이날 민주당의 사과는 ‘깔끔한 사과’가 아닌 ‘찜찜한 사과’로 받아 들여졌다. 사과와 화해의 악수가 아닌 ‘조건부 화해’를 요구한 것.

시기와 상황도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민주당 광주지역 의원 등 22명에게 '색깔론 기자회견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낸 후 김재균 의원의 사과발표와 “극소수 국회의원 주도”가 터진 다음에 내놓은 것.

이날 강 의원은 7월초 ‘민주당 광주시당의 공식사과’에 이은 사과를 강조하고 김재균 의원의 ‘(색깔론 회견은)극소수 의원의 주도’ 주장과 또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강 의원 기자회견 주도설’에 대해서도 “당시 의원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번 늑장 사과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오는 10.27 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반민주당 여론 봉쇄, 강기정, 김재균 의원의 광주시당 위원장 경쟁과정에서 강 의원 책임론 차단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해당 의원들의 ‘가시 돋힌 사과’는 또다시 반발을 사면서 ‘비민주당’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래는 민주당 광주지역 일부 의원들의 사과문 전문.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관련,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의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

먼저 지난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의 기자회견에서 일부 과도한 표현으로 광주지역 시민사회와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당시 기자회견의 의도는 광주시민들에게 민주당 장병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자는 취지였으나, 경쟁 후보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대한 반론을 펴는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민사회와 민노당을 바라보는 저희들의 본래적 시각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힙니다.

이번 문제가 향후 보다 견고한 야권연대를 구축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생각을 더불어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이번 기자회견을 불러온 원인은 민노당의 ‘민주당 심판론’에 있었습니다. 민노당은 선거운동 내내 “민주당을 심판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노당 후보는 「한나라당을 찍으면 나라가 망하고, 민주당을 찍으면 호남이 썩는다」라는 상식에 어긋나는 현수막을 호남지역 ‘논두렁’ 주변에까지 게시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민주당을 야권연대의 상대가 아닌 네거티브의 대상으로 격하시킨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하고 호남민의 높은 정치적 수준을 폄훼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두고 일부 시민사회와 민노당은 “민주당이 친구의 등에 칼을 꽂았다”라고 비난하였습니다만, 저희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민노당은 진정 호남에서 민주당을 친구로 생각했었는가?” “민주당을 음해하여 민주당과 시민을 노골적으로 분리하려는 민노당의 선거전술은 무엇인가?”

둘째, 민노당은 “민주당이 호남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최근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호남민은 ‘후보 중심’의 투표성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 있는 민주당 후보는 정확히 낙선시켰으며, 좋은 민노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시켜 주었습니다.

민주당은 이 점을 잘 간파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역량 있고 경쟁력 있는 좋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부단한 혁신과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보여 주었던 민주당 광주시당의 치열하고도 철저한 후보검증 과정 등이 노력의 증표입니다.

장병완 당선자로 공천이 확정되었을 때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공천이 제대로 되었다”고 평가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부 시민사회와 민노당은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라면 모두 ‘막대기’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까?

광주에서 장병완 당선자는 ‘막대기’ 당선자가 아니며, 남구 유권자의 정당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민노당 오병윤 후보의 높은 득표력 또한 정당한 유권자의 선택이었습니다.

셋째, 광주에서 시민사회와 민노당의 성장은 민주당 견제세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건강한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광주에서 민주당의 견제세력으로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노동당이 제2당이 되어 정치파트너가 되기를, 저희 민주당 역시 원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상호 견제와 경쟁이 필요합니다. 민주당과 민노당, 시민사회는 지향이 비슷한 범민주개혁세력입니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와 한계 또한 분명히 있습니다. 이 점을 서로 인정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불신과 갈등의 골을 치유하고 건강한 상호경쟁상대로 자리매김하여야 합니다. 이는 정략적인 비난보다는 각자의 장점에 입각한 상호경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앙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신뢰에 기초한 파트너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넷째, 저희 민주당 또한 더욱 혁신되고 변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사안일하다는 비판과 변화에 둔감하다는 국민적 시선을 따갑게 느끼면서, 새로운 당의 좌표와 지향점을 모색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그 전환점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감히 말씀 드립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두고 격렬하게 논쟁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변화는 가장 확실한 야권연대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12년 대선에서 범민주세력의 정권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에너지를 광주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부터 민주당과 민노당, 시민사회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탄탄한 범야권연대와 대선승리의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모범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심려를 끼친데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서로의 상처와 갈등, 반목과 대립을 해소하고 각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긴장과 경쟁관계를 정립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8월 12일

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위 원 장 김 동 철 국회의원 강 기 정 국회의원 이 용 섭
광주시의회의장 윤봉근



※ 애초 <연석회의> 측에서 입장표명을 요구한 대상은 ‘7월 26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4인의 국회의원 및 시의원’들이었으며, 그 중 김재균 의원님은 이미 ‘개인성명’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위 3인의 국회의원 및 시의회 의장으로만 한정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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