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고 정동년 선생 5.18민주국민장 안장식에서 낭송
오월의 붉은 꽃 정동년 동지여
- 박종화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회장
한 생이 온통 민주였습니다
청년의 피 끓는 자유의 분노가 반란의 수괴였습니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조국 사랑이 오월의 사형수였습니다
죽음으로써 죽음을 이겨가는 우리의 지도자가 바로 당신
해방의 붉은 피의 꽃이었습니다
그 이름 정동년이었습니다
아
어찌하면 좋습니까
우리를 희망이게 했던 강철의 의리와 빛나는 영웅의 사표가
사라져간 광주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신혼의 단꿈도 없이 사형수가 되어버린 당신이었습니다
갖은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피워내고픈 숭고한 지조를 품은 당신이었습니다
오로지 시민만이 살길임을
오월항쟁의 전야제로 꽃피운 당신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자가 해야 할 역사적 임무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새겨온 당신이었습니다
아파도 울지 않던 환한 미소의 당신
마지막 가는 길도 결국 당신일 수밖에 없는 당신입니다
말없이 흐르는 강바닥의 물처럼 민주의 철옹성을 지켜온 전사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파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바위 같은 무게의 음성으로
바로 어제까지 우리의 건강을 채찍질하던 삶의 어버이
아무리 슬픈 날에도 쌉쌀한 미소 한 줌 허공에 흩뿌리고
다시 새벽을 바라보던 민중의 동지
실천의 돌맹이
투쟁의 화염병
전선의 풍찬노숙을 미소로 답한 우리의 별
감히 내다 볼 수도 없는 당신의 길깊은 광주사랑을
정녕 어찌하면 좋습니까
산자들의 42주년 오월의 마감이 비참히도 서럽습니다
간데없는 동지들을 소리쳐 부르면서
덩그라한 깃발만 들고자 살아온 것은 아닌데
무너지는 고통이나 달래려고
자나 깨나 오월을 거울에 비추며 나를 바라본 것은 아닌데
오늘 당신과의 이별을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서럽습니다
...
...
부디 잘 가시라
심장의 극한 통증을 씹으며 부릅니다
오월혁명의 화신 정동년 동지여
간절히
간절히
오월에서 통일로 날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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