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이의 작가탐방] 선(線)·선(先)이 이룩한 세상- 우병출 작가
[범현이의 작가탐방] 선(線)·선(先)이 이룩한 세상- 우병출 작가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20.06.19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감법의 도시풍경을 그리는 작가

숨이 막혔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작품들은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선(線)의 활력을 이미 넘었다. 본격적인 전시를 앞두고 흰 벽에 걸린 작품들 대부분의 느낌들이 같았다.

하루 16시간 동안 캔버스에 선을 긋는 날의 연속이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도시의 풍경 어디에서 선으로 이루어지 않은 것이 없었다.

'Seeing'- 우병출. 72.7x60.6cm oil on canvas 2014.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Seeing'- 우병출. 72.7x60.6cm oil on canvas 2014.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선이 그어졌고, 그려진 선과 선이 만나면서 작은 면이 생겼다. 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오로지 선(線)의 그어짐이 결국 세상을 향해 선(先)의 방향을 알렸다. 변화가 아닌 선의 발견과 발전으로 자신을 구원하는 해법인 선을 찾으려 노력했다.

습한 바람이 전시장 내부에 가득했다. 건조하고 차가운 그림 위로 여름이 오고 있었다.

엄격한 부감법(俯瞰法)의 선

2009년부터 본격적인 선의 세계를 접했다. 그리고 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마저도 선으로 그린다.

정면과 측면을 바라보면서도 부감으로 그려내는 것에 익숙하다. 실경과 원경의 자유자재한 조종으로 거의 대부분의 작업들이 전체의 면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최대한 선을, 선만을 보여주고 싶다.”고 단언했다.

건조하다. 최대한 절제한 감정이입이 드라이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집중도와 몰입이 형태를 완성해가면서 넓은 화각으로 보여 진다. 모든 사물은 선으로 이어지고 선으로 완성된다.

형태나 면보다는 선으로 채우려한다. 분명 직선인데 삐뚤거리며 기웃거리는 선들이 한 형태를 완성하며 작업의 완성을 재촉한다.

작가는 “도시와 자연의 공존, 선으로 이어진 직선이 면과 곡선을 만들어 내는 어울림에 대해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선들은 선으로 머물지 않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작동한다.

내려다보고 휘몰아치기도 하며 생생한 현장성을 생동감으로 건조한 풍경으로 전한다. 복잡한 동작을 진행하면서 최소한의 색을 차용해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드러낸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낮선 풍경을 보여준다.

눈이 시리도록 들여다보며 그린다. 입은 말하기를 잊었고, 눈 역시 선만을 세상 전부인 것처럼 쫓아다닐 뿐, 세상의 일반인들이 겪는 시름은 작가에게 그저 먼 꿈결 같기만 한 이야기일 뿐이다.

실경과 원경으로 만들어져가는 작업만이 작가의 전부다.

자연과 도시풍경에 말 걸기

세계의 대도시들이 익숙한 풍경처럼 소재로 차용된다. 넓은 바다, 빽빽한 첨탑의 대도시, 사통팔달의 도로와 건물, 자동차, 나무 물 등이 부감으로 처리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풍경을 작가는 하늘 높이 올라서 내려다보며 그렸다. 마치 한 폭의 현대적인 조선의 실경산수를 보는 듯하다.

오래도록 카메라를 메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닌다. 자신의 눈에 대상이 가득 차오를 때까지 그 도시에서 머문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매번,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늘 같은 선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매번 다른 선이고 절제된 감정의 선으로 작업하기 때문이다.”며 “들숨과 날숨을 멈추고 선과 선의 반복으로 조화로운 세상으로 이루어진 이미지의 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고 이야기한다.

우병출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우병출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절망도 있었다. 벽안(碧眼)의 외국인의 눈에만 보이는 빛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검은 눈동자의 존재에 포기해야만 했던 빛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눈은 벽안이 보지 못하는 작가만의 선을 구축하는데 또 다른 힘과 역량을 선물했다고 믿는다.

일관성 있는 선과 패턴의 작업이 빛과 명암을 알려준다. 주변의 흔듦에도 거침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 작가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새 길을 창조하고 있다고 믿는다.

9년 전 붓을 다시 들고 캔버스에 하나의 선을 그으며 스스로 깨달았다. 먼저 걷는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낸다. 선(線)·선(先)이 이룩한 세상으로 가는 길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7호(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