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이의 작가탐방] 변곡점을 지나다
[범현이의 작가탐방] 변곡점을 지나다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20.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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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mm세필과 금니(金泥)로 작업하는 작가 이 현 정

신비스러운 장마. 잠들어 있던 생물들의 세포를 깨우는 장마 속에서 작가를 만났다. 2007년에 처음 마주했으니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코흘리개 꼬마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작가 역시 세 상의 한 단면이 훅 지나가고, 지난 후가 되었다. 밝았다. 침윤되 어 보이던 표정은 밝아졌고, 좁은 어깨에 점점 세상을 향한 도 전이 힘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현정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이현정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신비스러운 장마 만큼이나 앞으 로의 작가도 신비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해 주고 싶었다. 잘했어. 잘하고 있는 거야. 

2019년까지 10여 회 개인전을 했다. 많은 사람을 바라지 않 고 조용히 전시를 가졌다. 묵묵하게 가고 있는 자신의 길에 대 한 확신을 바라면서 스스로를 검증하고 싶었다. 첫 전시에서 만 났던 작업들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동화 같은 낮고 뾰족한 지붕의 집들. 그때의 느낌은 무엇인가에 힘들어 하고 있구나. 따뜻한 집, 편안한 공간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작가의 작업은 금니(金泥)를 사용 한 화려하면서도 애잔한 자연물이 주조로 생성되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물고기들이 작가의 화판 을 채우고 있었다.


작가는 “세상이 두려웠다. 그림을 사랑하는 데, 그림만이 나를 살게 하는데 내가 풍덩 몸을 담그기에는 세 상이 너무 멀어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붓을 놓을 수는 없었 다. 붓과 목숨의 줄은 같은 것이어서 목숨 줄을 잡고 놓지 않는 다는 것은 여전히 작업의 선상에 있다는 것과 동의어였다.

0.5mm의 세필로 캔버스의 구멍을 뚫어질 정도로 응시하며 선을 그려간다. 그리고 또 그린다. 직선의 선이 선과 선을 만나 면서 면을 이루고 점점 작업은 완성되어 간다.

아크릴로 면을 채운 단면들을 제외하고 선은 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서로 뻗어 간다.

작가는 “엎드려 선을 그리고, 긋다보면 어느새 밤이 오고, 또 새벽을 맞는다. 하나의 선이 나아가는 것처럼, 그림이 완성 을 가까이 하는 것처럼 나의 삶도 점점 어딘가의 정점에 다다를 것을 이제는 알겠고, 또 그럴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자연물 중에서도 물고기를 탐닉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물고기들이다. 주로 동남아의 민물에서 서식하는 ‘베 타(betta)’가 그중 하나다. 민물고기인데도 꼬리의 화려함이 넋을 뺀다.

작가는 “베타는 서식 환경이 넓든, 좁든 혼자서 생활 하는 것을 즐긴다. 홀로 유영하며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아마도 DNA 자체가 그렇게 조성되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4K- 금니어류도(金泥魚類圖)_betta acrylic & 24K golddust on cottencloth panel 15×15cm 2019.
24K- 금니어류도(金泥魚類圖)_betta acrylic & 24K golddust on cottencloth panel 15×15cm 2019.

베타를 그리기 위해 직접 물고기를 어항에서 사육한다.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도 탐구한다. 흔들 어 대는 꼬리와 먹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다. 작가 는 베타를 직접 사육하면서 베타와 자신의 알게 모르게 닮은 여 러 꼴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작가는 “가장 공통적인 것은 ‘혼자’라는 것이었다.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성(成)을 구축해가는 것. 화려한 꼬리를 흔들기 위해 매 시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가만히 물에 떠 있는 것 같 으면서도 미세하게나마 꼬리를 흔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특별 한 장치가 없어도 맑은 물이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찾아낸 공통점이라면서 “나 역시 작업을 위해 끊임없이 나와의 싸움에 서 이겨내야만 한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금니(金泥)는 화려하다. 단 한가지의 색깔과 빛을 가졌는데도 우리는 금니를 귀하게 여기고 챙긴다. 하나의 금색을 만들어내 기 위해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섞여서 수 만년을 부대낀 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도 그렇다. 금니가 바닥에 깔려있는 선의 세상 속에서 꽃과 물고기와 작가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유 가 될 것이다. 다시 만난 생의 그림들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8호(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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