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야 한다. 국민의 하야명령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 박근혜를 시종일관 반대한 친구가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특별한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박근혜가 왜 특별한 사람인가.
  
‘대통령은 보통사람이어야 한다. 보통사람의 사고로 사물을 바라보고 국민을 보아야 한다. 국민은 보통사람들이다. 똑똑은 해야 하지만 생각은 보통사람이라야 하는 것이다.’
  
왜 박근혜는 보통사람이 아닌가. 특별한 인생 때문이다.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비극을 박근혜는 두 번이나 겪었다. 그의 사고가 특별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별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정상적으로 보일 수 없다. 그의 눈에 보이는 인간은 모두가 배신자였다. 결국, 40여 년 동안 자신을 떠나지 않은 최순실만이 인간으로 보였을 것이다.
  
■4·19 6·10 항쟁의 재현  

지난 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추모와 박근혜 퇴진 촉구 광주시국 촛불대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광주인

국민들은 그냥 불쌍하다고만 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유일한 힘은 연민이었다. 비명에 간 부모덕이라고 할 수 있다. 불쌍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대통령이 될 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조건일 수 있다.
  
유명인들은 어록을 남긴다. 이승만의 대표적인 어록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다른 어록도 있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 국민은 죽은 국민이다.” 4·19의 국민 저항을 보고 한 말이다. 기가 차지만 얼마나 훌륭한 명언인가.
  
박근혜는 후보 시절 정책토론에서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기억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기가 막힐 것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대통령이 된 박근혜다. 오로지 국민의 동정심만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하면 틀린 소리인가. 국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전국에서 박근혜 하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만이니 30만이니 하는 숫자의 의미보다 국민들의 가슴속에 뭉쳐있는 응어리가 문제다.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국민이 얼마나 많을까. 엎질러진 물이라고 포기해야 하는가. 이제 국민은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남은 물마저 엎질러서는 안 된다.
  
원래 인정 많은 국민이라지만 4·19 당시 이기붕과 박마리아는 자식 손에 죽고 이승만이 마침내 경무대에서 쫓겨날 때 눈물을 흘리는 국민을 보았다. 지금은 어떨까. 또다시 눈물을 흘릴 것인가. 냉정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눈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울먹이며 사죄를 해도 이것은 국가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 우병우. 그리고 문고리 3인방과 검찰의 행태를 보면서 5일 밤 광화문의 시위와 4·19를 생각했다. 울려 퍼지는 총성을 들으며 거리를 질주하던 시민들이 떠오르고 하얀 가운을 입고 총상을 입은 대학생들을 들것으로 나르던 의대생들이 떠올랐다. 서대문 경무대(이기붕의 집)앞에서 함께 시위하던 친구가 총을 맞고 쓰러졌다. 지금 차지철이 살아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민들은 4·19와 6·10 항쟁. 5·18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가사의는 이제 없다
  

7대 불가사의니 8대 불가사의니 하며 인간의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뜻으로 불가사의를 말한다. 어찌 불가사의가 그뿐이랴. 세상은 온통 불가사의라는 생각이다.
  
후보 시절 박근혜의 토론을 보면서 그의 한계는 알았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는 국민들이 많다. 써 준 원고도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더듬거리는 그를 보면서 한숨을 쉬는 참모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다.
  
박근혜가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 자신의 곁에는 최순실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그렇다. 박근혜는 자신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사실조차 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의 4년 통치 중 최순실은 직책 없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을 보다는 최순실의 얼굴을 생각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정치는 불가사의였다. 그런 사실을 분명히 알고도 노예처럼 맹종한 한국 고위관료들의 머릿속도 역시 불가사의다.
  
문제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민심을 정확히 읽는 것이 해결의 방법이다.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올바른 해답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인물인 한광옥 김병준을 끌어다 쓰는 것을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발상인가. 국민이 평가하는 그들은 그저 배신자일 뿐이다.
  
김병준 총리지명자가 인준을 받을 거로 생각했다면 이 역시 불가사의다. 한광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놓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치는 하나를 빼고 아무것도 없다. 그 마지막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다행히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대통령은 하야를 약속하고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선출한 총리에게 정치를 넘겨야 한다. 당연히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 창조경제니 통일대박 같은 잠꼬대는 잊어야 할 것이다. 백일몽에서 빨리 깨야 한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고 민주정치를 유린하고 국민 가슴에 왕 대못을 박았다.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대통령은 지체 없이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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