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그래도 조국인 것을

국가의 통치기능이 마비됐다. 국정질서가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국가 수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쏟아지는 조롱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런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었단 말인가. 믿어지지가 않는다.
  
얼굴이 화끈거려 찬물 세수를 했다. 대한민국에 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인식할 때 국민이 느낄 참담함을 어디다 비교할 수 있으랴. 국민이 선출한 진짜 대통령 뒤에 그를 조종하는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 그가 바로 가짜 대통령이다. 우리 국민은 누가 통치하고 있었는가. 가슴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가짜 대통령  

▲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그 어느 것도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체육.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미르와 K스포츠’로 충분하다. 최순실로 시작해서 최순실로 끝나는 대한민국의 하루, 진짜 대통령의 뒤에 ‘우주의 기운’으로 움직인다는 가짜 대통령의 그림자를 보면서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장탄식을 토해낸다. 상왕 노릇을 했다. 수렴청정을 했다.
  
하늘이 있느냐고 원망을 토해내던 생각을 수정해야 하는가.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덤빈다. 개헌이라는 녹 쓴 칼을 들고 국민 앞에 섰던 대통령, 그러나 JTBC가 날린 한 방에 넋이 빠져 쓰러졌다. 최순실이 쓰다 버린 컴퓨터를 기자에게 넘겨 준 하늘의 뜻, 하늘을 보며 옷깃을 여민다. 천심은 역시 민심이었다.
  
■잘못 했습니다
  
대통령이 사과했다. 1분 30초짜리 녹화방송 사과다. 왜 녹화였을까. ‘쥐 덧’이나 ‘하얼빈’이 생각나서일까. 그러나 좋다. 사과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민들의 통곡을 생각했을까. 저런 대통령을 뽑았다는 국민들의 통한의 눈물을 생각했을까. 사과는 진정이었는가. 돌아서면서 바로 거짓임이 들통 난 사과를 하면서 ‘상황종료’라고 웃었을까. 착각하지 마라. 이제 시작이다.
  
이제 국정은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신뢰가 무너진 대통령의 통치를 국민은 바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통치의 기본은 신뢰다. 정치의 기본도 신뢰다. 지금까지 거짓으로 버텨 오던 대통령의 통치는 비록 1분 30초짜리 녹화사과라 할지라도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마감 한 것이다. 이제 아무리 우주가 떨쳐 일어서 도와준다고 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는 ‘나쁜 대통령’이 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참 나쁜 대통령’과 국민이 생각하는 ‘참 나쁜 대통령’이 있다. 판단은 국민이 한다.
  
■대통령의 하야
  
봇물처럼 터지는 대통령 하야의 여론이다. 탄핵 하라는 국민의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도 듣고 있을 것이다. 나라는 물론이고 자신이 이런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을 이제는 알았을까. 대통령은 기회를 또 잃었다. 사과방송을 할 때 진심을 보여야 했다. 어떻게 진심을 보여야 하느냐고 묻지를 말라. 진심을 보이면 국민은 바로 진심을 알게 되어 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1분 30초짜리 녹화사과로 국민이 진정한 사과라고 믿어주길 바라는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이젠 무슨 사과를 해도 믿어줄 수가 없게 됐다.
  
‘봉건시대’에도 겪을 수 없는 일’(이원종 비서실장)을 우리는 겪었다. 겪었으니까 봉건시대에 산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하야가 나오고 사퇴가 나오고 탄핵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는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고 언론이 사설을 쓰고 국민이 공감한다.
  
진짜 대통령이 가짜 대통령한테 허망하게 파괴됐다. 더불어 국민의 가슴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어쩔 것인가.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가 국민들의 입에서 쏟아진다. 그래도 이 나라는 우리의 조국이다. 내 살에서 냄새가 난다고 잘라 내 버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내 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피로서 지켜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이제 무너져 버린 둑을 막아 낼 능력이 없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의 말을 누가 믿을 것인가. 나무에도 돌에도 기댈 곳이 없는 고립무원의 박근혜 대통령. 이제 혼자서 결단을 해야만 한다. 도리가 없다. 어느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목을 매던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해 종편들도 나섰다. 아무리 덮어 주려고 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국의 대학 학생들이 구국선언을 시작했다. 어쩔 것인가. 김재원 같은 인간을 시켜 대통령이 진정어린 사과를 했다는 잠꼬대나 지껄일 것인가. 이정현처럼 자기도 친구에게 조언을 듣는다는 헛소리나 할 것인가.
  
국민들은 대통령의 불행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국민이 인정하지 않으면 대통령으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과 싸울 것인가.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꾸려야 한다. 마지막 기회다. 만용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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