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다 말라

“만약 당신 자식이 아무 잘못도 없이 죽었다면 어땠을까. 원인도 모른 채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한다면 설사 하느님의 말씀이라도 난 거부다. 내 새끼가 어떻게 죽었는지 만이라도 알아야 한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밝혀낸다.”
 
■ 추석 상에 송편
 
작년 추석 때 송편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죽은 자식의 사진을 보면서 눈물도 나오지 않더란다. 잘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가던 아이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자다가 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깬다고 했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더구나 아무 잘못도 없는 생때같은 자식이 수중고혼이 되어 돌아 왔고 그나마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도 있다. 원통하고 절통한 한을 어디 가서 풀 수가 있는가.
 
선실에 서로 엉켜있는 아이들을 아무리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엄마한테 가야 하니 그만 손을 놓아라’ 그러자 엉켜있던 손이 스르르 풀렸다. 잠수사의 고백이다. 엄마란 그런 존재 아닌가.

▲ ⓒ팩트TV 갈무리

왜 내 새끼가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이유는 분명히 알아야 하지 않는가. 죽은 이유라도 알아서 자식에게 말해야 한다. 그게 살아 있는 부모의 할 일이다. 그거 못하면 죽어서 자식 얼굴 못 본다. 세월호 침몰은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거다. 국가는 세금 걷어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왜 원인을 밝히지 못하느냐. 국민과 유족들은 절대로 정부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선박의 침몰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단 말이냐. 그럼 이유는 뭐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세상에 떠도는 그 많은 얘기의 원인만 밝혀도 진상은 알 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쏟으며 비명에 죽은 아이들을 추모할 때 국민은 세월호의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눈물이 거짓이 아니었는가를 의심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 말 한마디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세월호가 침몰할 때 과연 아이들을 구할 수 없었는가. 역시 국민은 믿지 않는다. 상식이 허용치 않는 것이다. 하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어떻게 믿고 납득한단 말인가. 그래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 숨긴다고 가려질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다며 법석을 떨고 위원회가 구성되고 청문회도 열렸다. 그러나 무엇이 밝혀졌는가. 진상을 알고 있는 증인이란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고 나온 사람들도 거짓말을 한다. 유족들은 속이 터진다. 특조위원장이 단식을 하는 이 참담한 현실에서 나서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면 해결된다고 국민과 유족들은 믿고 있다. 대통령의 침묵은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행방불명된 대통령의 7시간까지 의혹을 키운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국민도 잊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세월호 추모 배지를 단 사람에게 ‘지겹다’고 시비를 건 여성이 있었다. 자기 자식이 그렇게 죽었다고 해도 그따위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악마가 따로 없다. 그 여인의 가슴속에 악마가 살아 있고 악마들은 도처에 존재한다.
 
세월호 참사는 어느 시대 어느 정권이 집권해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져야 해결이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정은 정상적인 궤도를 상실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특검’을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려는 세력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세요’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 305명의 이름이 모두 들어간 추모곡의 제목이다. 작사·작곡자인 윤민석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어떻게든 유가족분들과 끝까지 함께 해달라, 잊지 않고 함께 하는 한 우리는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믿고 있는 절대다수의 국민과 이유도 모른 채 숨진 우리 아이들, 이 시간에도 지옥 같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유족들을 위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세월호 특검은 정치권의 각성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죽은 자식 생각하면 당장 죽고 싶지만 한을 풀지 않고는 죽어도 눈을 못 감는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대통령도 늘 부모를 잃은 한을 말한다. 한이야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다. 세월호 유족들의 한은 반드시 풀어져야 한다. 이것이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일이다. 이는 이 나라가 정의롭고 사람답게 사는 나라임을 증명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추석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들은 따뜻하다. 대통령도 선물을 보냈다.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선물 중 표창원 교수는 선물을 돌려보내며 당부했다.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등에게 선물 보내는 대신 세월호특별법 개정, 백남기 농민 병문안, 개성공단 피해기업과 근로자 보상, 소녀상 철거하지 않는다는 약속, 우병우 민정수석 해임, 공수처 신설 등 국민께 따뜻한 추석 선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표창원 의원의 당부에 더해서 유족들의 한도 담아 보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하는 세력들이 분명히 있다.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유족들 가슴에 박혀 있는 통한의 말뚝을 뽑아야 한다. 진실은 숨길 수가 없다. 바로 이 말을 대통령에게 보내고 싶은 것이다. 좋은 선물은 아닐지라도.
 
추석 상을 차려놓고 울고 있을 유족들의 고통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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