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을 누가 말하는가

국기(國旗)를 흔들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함성을 지르며 국기를 흔들었다. 월드컵 경기 때 국민들이 흔들며 지르는 함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이었다.
 
또 다른 국기(國紀)가 있다. 국가의 기강이다. 요즘 국기(국가의 기강)를 흔든다고 난리다. 묻자, 누가 국기를 흔드는가. 우병우는 억울하다고 울지 모르나 국민은 웃는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음주 사고. 신분 은폐한 경찰청장이 임명됐다. 취임식에서 부하들로부터 경례를 받는 이철성 경찰청장, 그를 보는 국민의 시선을 알고 있을까.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국기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청와대는 의혹만 가지고 해임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의혹이 얼마나 더 있어야 결단을 내릴 수가 있단 말인가. 우병우의 온갖 의혹을 파헤칠 검찰은 그의 손안에 있다. 그가 현직을 유지하면서 조사를 받는다면 어느 미친(?) 검사가 그를 조사하겠는가. 해답은 그가 현직에서 떠난 후 조사를 받아야 한다. 왜 못하는가. 우병우가 없으면 청와대가 움직일 수 없는가.

 
■ 대통령의 팔을 자르면
 
정종섭이 말했다. ‘우병우는 대통령의 팔인데 팔을 자르면 몸이 고통을 받는다.’ 한심한 말이지만 말은 맞는다. 지금 우병우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의 핵심들은 우병우가 하차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그 후 누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위하는가. 우병우에 관해서 대통령에게 한마디도 못 하고 한숨만 푹푹 쉬는 비서실장이다. 청와대는 우병우의 손안에 있다는 것을 국민은 안다.
 
우병우 사퇴 요구가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기도라고 하는데 우병우가 없으면 식물정부가 될 정도로 박근혜 정권은 맹탕이란 말인가. 창피해서 말을 못할 것이다.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말은 더욱 웃긴다. 그 세력이 조선일보인가.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어쩌다가 서로 틀어졌는지 모르지만, 부패로 지목받은 조선일보도 배신을 느낄 것이다. 부패 기득권 세력이 누구인가. 청와대는 국민에게 물어보라.
 
대통령은 잘라야 할 팔이라면 잘라야 한다. 아프다고 내버려 두면 온몸이 다 썩는다. 지금 고발당한 우병우·이정현을 비롯해 최경환·윤상현 등이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것이다.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내 죄를 내가 보고 받는다
 
이명박이 대통령이었을 때 국민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 또한, 지금은 어떤가. 말을 안 하는 게 편하다. 요즘 대통령이 국가의 기강을 말한다. 국민에게 물어보라. 진정으로 국기를 흔드는 자들은 누구인가. 국가의 기강이란 위에서 흐르는 물과 같다. 위에서 물을 흐려놓으면 밑에서는 별짓을 해도 소용이 없다. 한번 주위를 보라 누가 있는가. 충신인가. 머리만 조아리면 충신인가. 대통령은 모르는가. 국민들은 안다.
 
우병우 손안에 검찰이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사실로 믿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병우 라인이란 검찰이 있다. 우병우와 감찰관 이석수를 조사하는 검찰 책임자인 특수수사팀장이 우병우와 사법연수원 동기라고 한다. 자두밭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우병우를 조사해서 우병우에게 보고하는 코미디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오해를 왜 자처하는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우병우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보다 더 소중하랴. 국민의 시선이 송곳이 되어 노려보고 있는 우병우의 의혹을 가려내지 않고는 박근혜 정권의 말년이 비참하리라는 것을 국민은 안다.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다. 그의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국민의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왜냐면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상머슴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장 임명은 어떤가. 이철성은 현직 경찰관으로 음주 후 사고를 낸 후 신분을 은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부끄러워서 그랬다고 고백했다. 당연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나 그 많은 경찰관의 수장이 된다는 사실은 부끄럽지 않은가. 당연히 스스로 사퇴를 해야 한다. 그것이 경찰에 대한 도리요 국가에 대한 충성이다. 그가 경찰총수가 된다면 길에서 음주단속은 사라질 것이다. 무슨 얼굴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할 것인가. 그러나 이철성은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 국기(국가기강)를 흔드는 자
 
참모총장을 하던 사람이 법정에 섰다. 그도 사람이니 죄를 질 수 있다. 허나 죄도 죄 나름이다. 군의 생명인 방위산업 관련 비리에 관련되어 법정에 서다니 국방비를 내는 국민의 처참한 심정을 생각해 봤는가. 일일이 꼽자면 손가락 발가락을 다 동원해도 모자란다.
 
아침에 신문을 펼치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는 약방의 감초다. 정권이 국민에게 충성을 말할 수 있는가.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말할 수 있는가. 양심의 문제다.
 
대통령은 애국심을 말하고 국가의 기강을 흔들지 말라고 한다. 옳은 말이다. 대통령도 무척이나 속이 상할 것이다. 속상한 것으로 끝낼 것인가. 속상하다고 가슴만 치고 있으면 끝나는가.
 
독재국가가 아니면서 한국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가 별로 없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은 천하가 다 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산천초목이 벌벌 떤다. 어느 누가 그의 말을 거역하랴. 우병우도 어림없다. 그럼 문제는 간단하다. 간단하게 해결된다. 결단하면 되는 것이다. 국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 결단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 국민은 불안하다
 
경험은 좋은 스승이다. 그러나 나쁜 경험은 악몽이다. 독재정권 아래서 국민은 무슨 경험을 했는가. 북한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먹는 감초였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북한에 휴전선에서 총질해 달라고 하던 정권도 있었다. 정권만이 독점한 정보는 마음대로 써 먹을 수가 있다. 거짓말과 양심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NLL을 써먹은 김무성이나 사초(史草)를 유출했다는 주장이나 나중에는 어찌 되든 써먹고 보자는 불의한 정권의 못된 버릇은 언제 다시 본성을 발휘할지 아무도 모른다. 늘 당하던 일이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 집권세력이 탈출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안다. 권력을 쥔 자들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어떤 조작도 할 수 있고 어떤 위기도 조장할 수 있다. 거기다가 북을 치면 장구를 치는 언론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랴. 그러나 이는 당장에 이득을 볼지 모르나 그야말로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대통령 한 사람의 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사형통’인 나라는 결코 좋은 나라가 아니다. 오늘의 이 나라 꼴을 보라.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흔들리는 국기(國紀)를 방치한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빨리 결단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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