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백성들 서러워 못 살겠네

부패를 말 하면 사람들이 웃는다. 새삼스럽게 무슨 부패 타령이냐는 것이다. 부패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다. 천당에도 있다는 농담이다. 그만큼 인간과 부패는 끊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겠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했다. 법관 중에 제일 큰 어른이 무슨 일로 국민에게 사과할까. 얼마 전에는 검찰총장이 사과했는데 모두가 이 나라의 법을 관장하는 기관에 수장이다. 국민은 이 분들이 사과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대법원장은 법관비리를 모르고 있었을까. 몰랐다면 그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을 어긴 자들에게 죄를 묻는 사람들이 바로 법관이다. 몇 년씩 세상과 격리를 시킬 수도 있고 심지어 삶을 끝내게도 한다. 바로 이들의 추상같은 법 집행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래도 마음을 놓고 세상을 산다. 도둑이 득시글거리는데 잡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기도 무섭다.
 

▲ ⓒ팩트TV 갈무리

사과한 대법원장. 법무장관 김현웅도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얼마 안 된다. 사과 이유는 이렇다. 법관이 죄를 진 것이다. 부정한 돈을 받아먹고 죄진 자들에게 죄를 묻지 않은 것이다. 도둑 지키라고 개를 길렀더니 도둑에게 뼈다귀 하나 얻어먹고 도둑질을 묵인한 것이라면 틀린 말인가.
 
■ 그래도 당신들은 죄 짓지 말아야지
 
세상이 아무리 썩었어도 법관들만은 그렇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 밤늦은 귀갓길에 파출소(지구대)를 보면 마음이 놓인다. 마찬가지로 검찰이 범인의 죄를 낱낱이 밝혀 기소하고 판사가 추상같이 죄를 물어 세상과 격리시키면 국민은 마음이 놓인다.
 
그런 법관들이 부패했다. 검사장이 구속됐다. 부장검사가 구속됐다. 어떤가. 아무렇지도 않은가. 법관들도 사람이니까 돈 받아먹을 수도 있고 뇌물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속 편하니 탓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가. 그야말로 이 세상 끝장내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는 법관 출신 법관도 있고 친척도 있지만, 그들 보기가 민망하다. 그들 또한 얼마나 거북하랴.
 
홍만표·진경준·우병우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중에서도 우병우는 단연 발군이다. 범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미 도장이 찍혀버린 그를 보면서 국민들은 머리가 아깝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대통령도 꼼짝 못 하느냐고도 한다. 도무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는 검찰도 있다.
 
시정잡배나 조폭들에게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늑대에게 양을 잡아먹지 말라는 것과 같다. 한데 이번에 구속된 부장판사·부장검사의 행태를 보면 시정잡배는 저리 가라다. 좋은 머리를 그렇게 써먹어야 하는가. 이제 범법자들을 앞에 놓고 조사를 해야 할 검사나 재판을 해야 할 판사들이 난감할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고 한탄을 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 방상훈 사장의 사과
 
여기 한 언론인이 있다. 무관의 제왕이라는 기자를 거쳐 부장, 편집국장, 주필 겸 편집인을 지낸 송희영이다. 그는 조선일보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다. 언론인으로서는 소원을 다 푼 인물이다. 그런 송희영이 더 뭐가 필요했을까. 돈인가 명예인가.
 
말년이 완전히 구겨졌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가 없다. 스스로 이 나라 일등신문이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지면에 공개사과를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지난 2일 '송희영 사태'와 관련, 조선일보 독자들에게도 사과했다. 방상훈 사장은 사보에 게재된 '방상훈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송희영 전 주필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조선일보 독자 여러분께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방 사장은 이어 "조선일보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컸던 만큼 그 충격과 상심의 정도가 컸을 거로 생각한다"며 "또한 임직원 관리하는 사장으로서 사원 여러분께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자 조합원들은 무엇이라 했을까.
 
‘기자 조합원들이 취재원을 떳떳하게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고, 독자와의 신뢰관계도 뿌리째 흔들릴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할 말이 많다. 언론은 국민에게 무엇인가. 불의한 권력에 대해 할 말을 당당히 말하고 정치에서는 공정하고 편파 왜곡이 없는 국민의 가슴이고 입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과연 그런가.
 
한국의 언론이 걸어온 형극의 길이야 누가 모르랴만 그래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한 때나마 언론으로서 대우를 받았던 신문은 이제 모멸의 대상이 됐다. ‘기레기’란 말을 아무 거부감도 없이 들어야 하는 현실에 땅을 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더구나 이번 송희영의 비리의혹에는 어떤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이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20대 나이에 주식 매매만으로 수천억 원을 벌었다고 이름을 알린 이희진. 그가 언론을 누볐을 때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다. 언론의 위력이다. 결과는 어떤가. 재산 다 털리고 자살을 생각하는 개미들이 수두룩하다. 언론이 제대로 검증만 했다면 아니 제대로 검증을 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 아닌가.
 
■ 이제 어쩔 것인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린 국민의 소망을 모두가 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다. 하루가 백일 같다는 국민도 있다. 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줄 놓고 있는 국민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
 
억울할 것이다. 검찰도 판사도 경찰도 화가 치밀 것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을 온통 흙탕물로 만든다는 사실에 치를 떨 것이다. 국민도 안다. 그들의 고통을 왜 모르랴.
 
마치 기레기의 소굴처럼 인식된 언론사에 얼마나 많은 올곧은 언론인이 있는지 안다. 그러나 악화 앞에 양화는 맥을 못 춘다. 조선일보의 기자들의 ‘취재원 앞에서 말을 잃는다’는 탄식이나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종편 카메라를 보면서 그들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까도 알고도 남는다.
 
부패한 언론과 부패한 권력이 일부에 불과하다 해도 그들이 휘두르는 악랄한 패악질은 나라를 병들게 하고 정의를 불사르고 국민의 삶을 폐허로 만든다. 썩은 권력은 수치를 모르며 권력을 누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을 국민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어느 누구도 없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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