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시 연재] 횡액 - 조성국 시인
[오월시 연재] 횡액 - 조성국 시인
  • 조성국 시인
  • 승인 2016.05.0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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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함께하는 오월 시(詩)) 연재 

<광주in>과 <광주전남작가회의>는 5.18광주민중항쟁 36주기를 맞아 5월을 노래한 시 15편을 추려 연재합니다. 

횡액

- 조성국 시인 

그렇게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겠다

느닷없이 의병 제대한 형의 병색이 완연해 지자

그걸 생약처럼 집 안팎에 골고루 심을 수밖에

없었겠다 아버지는

왜자하던 종갓집제사도 작파해버리고

귀신도 기겁해 피해간다는 그 나무를 심고부터

도화양반이란 택호를 얻기도 했지만

언젠가 분수대가 보이는 남쪽의 도청소재지에서처럼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부르며 잔뜩 군기라도 잡힌 듯

살기등등하게 총검술 자세를 취하던 형이

다소곳이 얌전해진 것도 그때부터랄 수 있었다

귀신 씌었다 할 뿐 밤새껏

신칼을 휘두르는 군웅복식의 당골네조차

도무지 알 수 없는 병색에 핏방울 같이

선명한 이 나무의 꽃을 꺾어 등짝을 후려칠 수밖에

없었겠다 아버지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꽃을 무척 좋아하는 것

이건 말고는 별 수 없던 시절에 그 놈의 귀신도 데려가고,

형의 상관인 전직대통령을 체포하려갔다가 감옥 살던

내 징역의 독도 짊어지고 간다고

쥐약을 먹었다 서른 해나 넘게 도진 병색을

형은 비로소 무찔러버린 것이다


조성국-1963년 광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슬그머니>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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