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함께하는 오월 시(詩)) 연재
<광주in>과 <광주전남작가회의>는 5.18광주민중항쟁 36주기를 맞아 5월을 노래한 시 15편을 추려 연재합니다.
횡액
- 조성국 시인
그렇게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겠다
느닷없이 의병 제대한 형의 병색이 완연해 지자
그걸 생약처럼 집 안팎에 골고루 심을 수밖에
없었겠다 아버지는
왜자하던 종갓집제사도 작파해버리고
귀신도 기겁해 피해간다는 그 나무를 심고부터
도화양반이란 택호를 얻기도 했지만
언젠가 분수대가 보이는 남쪽의 도청소재지에서처럼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부르며 잔뜩 군기라도 잡힌 듯
살기등등하게 총검술 자세를 취하던 형이
다소곳이 얌전해진 것도 그때부터랄 수 있었다
귀신 씌었다 할 뿐 밤새껏
신칼을 휘두르는 군웅복식의 당골네조차
도무지 알 수 없는 병색에 핏방울 같이
선명한 이 나무의 꽃을 꺾어 등짝을 후려칠 수밖에
없었겠다 아버지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꽃을 무척 좋아하는 것
이건 말고는 별 수 없던 시절에 그 놈의 귀신도 데려가고,
형의 상관인 전직대통령을 체포하려갔다가 감옥 살던
내 징역의 독도 짊어지고 간다고
쥐약을 먹었다 서른 해나 넘게 도진 병색을
형은 비로소 무찔러버린 것이다
조성국-1963년 광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슬그머니> 등 출간.
조성국 시인
sungguk63@hanmail.net
다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