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광주의 아픔을 말하는가

5·18의 기억은 이렇다.
‘저기 철조망 넘어 복면을 한 폭도가 총을 들고 서성거리고 있다’

당시 조선일보 김대중 사회부차장이 광주에서 송고한 기사다. 국민의 뇌리 속에 광주는 폭도가 날뛰는 무법천지였다. 광주 폭동은 북한이 조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광주학살을 폭도 소탕쯤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5·18의 기억

광주에 왔다. 당시에 폭도를 만났다. KTX로 두 시간. 지금 광주 전남이 온통 정치적 관심의 중심이다. 서울에서는 도무지 진실을 알 수가 없다. 보고 듣자.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며 판단을 하자. 광주를 시작으로 전남의 거의 전 지역을 다녔다.

▲ ⓒ팩트TV 갈무리

민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모두가 혁신을 주장한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왜 광주전남 의원들 대부분이 비주류의 중심을 이루고 있느냐. 제대로 할 일은 못 하면서 기득권에 집착하고 공천에서 탈락할까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공천탈락에 대한 무슨 예감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기야 자기 자신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한다.

광주 전남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토론을 했다. 원래 토론이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의견이 표출되고 그것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은 정권교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토론은 치열했다.

정권교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선거를 통해서다.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 야당이 어디냐. 광주 전남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 안철수가 창당을 하면 광주전남 의원들은 입당을 해야 하느냐. 안철수의 개혁대상에 자신들을 포함시켰는데 입당하는 모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과 호남은 어떻게 결합이 되느냐.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역사 인식을 인정해야 하는가. 토론자의 분노다.

2014년 3월 안철수가 민주당과의 합당과정에서 주장한 것을 지적했다. 안철수는 통합신당 정강정책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은 말할 것도 없고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의 이런 역사인식을 호남이 수용해야 하느냐다.

모두들 침묵했다. 문득 35년 전 망월동의 기억이 되 살아났다. 시뻘건 진흙으로 대충 덮어 놓은 무덤. 묘비명에선 ‘최OO’라 쓰여 있었고 교사인 남편이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아 집 앞에서 기다리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 그는 임신 8개월이었다. 그때 사진을 보면서 쏟던 눈물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5·18을 안철수는 지우자고 했다. 그런 안철수가 지금 호남의 한을 풀어 준다고 약속한다. 아무리 정치가 그렇다 해도 가능한 약속을 해야 한다.

안철수 신당에 가입하는 광주전남의 의원들은 ‘호남의 한을 풀어준다’는 약속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안철수의 신당

안철수는 “혁신 거부한 세력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는 생각지 않고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토론이 이어졌다. 누가 혁신을 거부했는가. 아무도 없다. 모두들 자신만이 혁신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창당선언을 하는 안철수 옆에 서 있는 의원들의 모습이 왜 그리 초라하게 보였을까. 이유는 딱 하나다. 대의명분의 부재다.

▲ 안철수 의원.

이번 호남을 다니며 가장 많이들은 얘기는 문재인의 경우, 리더십 문제다. 맺고 끊는 게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이종걸의 집요한 몽니를 견디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재인의 정치생명이 걸린 것은 차치하고라도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후회 없이 책임을 지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저래 가지고 어떻게 당을 이끌어 가느냐고 했다.

안철수의 경우, 그의 과거가 입에 올랐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독재시절 시위를 하는 친구들 옆에 서 있어 본 적은 있는가. 최루탄 연기 한 번 맡아 본 적이 있는가. 경험은 스승이다. 안철수에게는 스승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장하던 개혁을 고대로 받아들여 문재인이 실행하고 있는데 문재인을 반개혁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민연에 실망한 광주 호남인들은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고 그것이 바로 지지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중권 교수가 안철수에 관해 지적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중권 교수의 지적은 2014년 3월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과 민주당 합당과정에서 보여 준 행태다. 안철수 측은 통합신당 정강정책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은 물론이고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일어났던 '안철수 역사인식' 논란이다. 이는 아무리 과거라 할지라도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광주 전남 시민이 이 사실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안철수는 망월동 묘역에서 눈물 한 번 제대로 흘려 본 일이 있는가. 안철수의 기억에서 5·18은 어떤 의미인가. 분명히 말하라.

어쨌든 광주와 전남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정치적 성패가 달려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안철수도 총력 투구할 것이다. 누가 진정으로 개혁의 적임자이며 호남에 대한 진솔한 사랑을 지녔느냐는 것이 열쇠라고 생각한다. 비주류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고 박지원도 별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실상이 너무 왜곡되어 있었다. 박지원은 거의 100% 컷오프 대상이다.

신뢰부분에서 비교가 안 된다. 앞으로 문재인 개혁의 진정성과 호남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 호남지지가 따라 올 것이다.

■사이비는 가라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온몸이 썩어 죽게 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개혁의 대상자들이 어떻게 부패했는지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얽히고설킨 부패의 구체적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이유는 바로 기득권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이다. 이들 눈에 벗어나면 살기가 힘들다. 살기위한 방편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개혁은 부지하세월이다.

광주 전남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가 개혁을 외치고 이는 거스를 수없는 태풍이다. 그런데 왜 이른바 비주류라는 의원들이 탈당을 하는가. 이유는 하나. 이미 자신들이 공천탈락 20%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죄는 죄진 자가 가장 잘 안다.

공천탈락자가 되면 탈당의 명분도 없다. 그러니 아예 미리 탈당하자는 것이다. 이유가 궁색하다. 친노 패권이다. 문재인에게 92%의 표를 몰아 줬는데 와서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은 우유부단하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종걸의 당무거부를 견디고 있다. 호남에 와서 5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내가 호남에 와서 직접 들은 얘기다. 결국, 탈당자들이 말하는 탈당이유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다.

정권교체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 힘이 광주 전남이 있고 이들의 선택이 정권교체의 열쇠가 된다.

입만 열면 광주를 말하고 호남을 말한다.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 누가 소외된 호남을 진심으로 끌어안는가. 개혁의 대상이라고 하면서 그들을 찾아가 탈당을 애걸하는 위선은 사랑이 아니다. 사이비는 가라.

** 윗 칼럼은 <팩트TV>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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