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의 큰별 이홍길교수 민주사회장

조사를 대신하는 인사말 [전문] 

장례위원장 박석무
 

서릿발 채 가시지 않은 맹춘의 이른 새벽에 우리는 또 한 분의 별을 하늘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 · 홍 · 길

이름 석자에 대한민국이 걸어 온 민주화의 여정에서 광주가 행동했던 모든 역사가 고스란히 확인됩니다.

이홍길 교수화 함께 그 길을 걸어온 동지이자 벗이었던 저에게 그의 삶은 ‘행동하는 지식인’이었습니다.

고 이홍길 교수 생전 모습.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 이홍길 교수 생전 모습.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들의 아집과 독선, 그리고 위선이 세상을 얼마나 어지럽게 만들고 역사를 비틀어왔는지?

대한민국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참으로 고통스럽게 체험해 왔습니다.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독재의 서슬로 세상이 얼어붙어 있을 때 지식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가장 잘 보여주었던 분이 바로 오늘 떠나보내는 이홍길 교수의 삶이었습니다.

4·19민주혁명, 전남대학교 교육지표사건,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소용돌이치던 역사의 한복판을 비켜서지 않으셨던, 그러나 행동하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결코 흔하지 않은 지식인 한 분을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이홍길 교수와의 인연은 몇날 며칠을 필설로 풀어도 다 채워지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그를 떠나보내는 그 슬픔에 비할 바 아닙니다.

다시 민주주의와 정의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퇴행이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역사는 언제든 반역으로 돌아서기 일쑤입니다.

이런 지금의 현실이 먼저 영면의 길로 가시는 이홍길 교수의 족적을 더욱 안타깝고 슬프게 합니다.

이제 이홍길 교수가 가는 영면의 길이 외롭지 않게 할, 남아 있는 우리들의 의무를 생각할 시간입니다.

회자정리라 했으니 가는 분이 남긴 가치와 정신을 후세들이 이어받게 하고,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의 못다 한 회한은 남은 동지들이 채워나가는 일이 그것일 것입니다.

떠나면서 남긴 유훈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일이 곧 그를 영원히 떠나보내면서도 정작 떠나보내고싶지 않은 우리들의 마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우리 곁을 떠나시는 이홍길 교수님의 영원한 이별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장례위원장으로 감사드리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위로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이홍길 교수님! 영면의 길에는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동지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하소서.

2024. 3. 5.

박석무 함향 (장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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