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전범기업 도운 ‘검은 손’ 외교 수장 자격 없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재판 거래’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운택 외 3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2005년 2월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의 최종 승소였다. 

그러나 원고 4명 중 이춘식 할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할아버지는 끝내 승소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역사단체 대표단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민주화를 위한변호사모임 강당에서 대법원의 미쓰비시 손해배상 확정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상갑. 김정희 변호사.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예제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역사단체 대표단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민주화를 위한변호사모임 강당에서 대법원의 미쓰비시 손해배상 확정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상갑. 김정희 변호사.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예제하

재판이 길어지면서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은 이근목 외 4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2000년 5월 소송을 제기한 지 장장 18년 6개월 만의 최종 승소였다. 그러나 승소 소식을 들은 피해자들은 단 1명도 없었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이 사건 피해자들 역시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두 사건에 대한 기존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 보냈다. 

특히 일본제철 원고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할아버지의 경우,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던 파기 환송 사건 승소 판결까지 지켜봤지만, 이후 대법원이 5년 넘는 세월 동안 재상고심 사건 판단을 미룬 채 허송세월하고 있던 사이 모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비극적 사태의 배경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외교부, 대법원의 ‘재판 거래’가 있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 그것이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일 실시될 예정이다. 

강조하지만, 조 후보자는 바로 이 초유의 사법농단 사건의 당사자 중 핵심 당사자다. 

외교수장을 맡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사법농단 사건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외교부는 2016년 11월 18쪽 분량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는 앞서 대법원이 2015년 1월 민사소송 규칙을 개정해, 관련 부처가 사건 관계인으로 의견을 낼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리하던 김앤장은 2016년 10월 대한민국 외교부에 의견서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당시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마치 일본 측이 써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본 측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다.

의견서는 또, 앞서 2012년 5월 원고 승소 취지의 대법원 파기 환송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원고가 승소할 경우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도배했다.

구체적으로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을 압류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부정적 내용만을 간추린 언론 보도와 일부 학계의 주장을 마치 주류 의견인 것처럼 강조했다. 

또 “한·일 협정과 같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국가 간 협정이나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사법자제의 원리’를 언급하는 견해도 있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법농단 재판 과정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이던 2015년 6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만나 강제동원 재판 진행과정과 관련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일본 피고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 자격으로 강제동원 대응팀에 속했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재판과 관련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조 후보자는 대한민국 외교관이 아니라, 자국 대법원 판결을 헐뜯는 것도 모자라 일본 전범기업 구하기에 온 몸을 던진 ‘일본의 충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삼권분립 원칙을 망각하고 재판에 검은 손을 내미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고위 외교관 신분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리인 측을 만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재판 지연 문제를 논한 것 자체로도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조 후보자는 구순 나이가 넘는 세월 동안 오직 재판 결과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을 피해자들의 애타는 심정은 들리지 않았던가? 

피해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흡사 일제 전범 기업의 로비스트나 다를 바 없이 일본을 위해 재판 지연을 획책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다시 말해, 조 후보자는 외교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역사관은 물론, 그 자질조차 의심스럽다 할 것이다.

강조하지만, 일제 전범기업을 돕기 위해 검은 거래를 한 핵심 당사자 조 후보자는 그에 응당한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이지, 결코 한국 외교의 수장이 될 수 없다.

조태열 후보자의 외교부장관 임명을 강력히 반대한다!

2024년 1월 4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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