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고(故) 조○○씨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준) 출범식에서 유가족 호소

호 소 문 [전문] 

오늘은 아들을 떠나 보낸지 128일째 되는 날입니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소중하겠지만, 특히 저에게 두 아이들은 삶의 희망이었고 자랑이며 보람이었고 버팀목이었습니다.

아들은 넉넉치 못한 가정형편 속에서도 바르게 잘 자라주었고 고등학교때부터 진로를 결정하여 타지에서 마이스터고를 졸업했고, 스무살에 군대를 다녀와서 한국폴리텍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3일 해양에너지 앞에서 열린 고(故) 조아무개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준) 출범식에서 유가족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인
3일 해양에너지 앞에서 열린 '고(故) 조아무개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준)' 출범식에서 유가족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고인은 청년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지난해 10월 26일 사망했다. ⓒ광주인

만24년 2개월의 짧은 인생에서 7년을 오로지 취업을 향헤 쉼없이 달려온 것입니다.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해서 빨리 취업해야 한다며 야간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며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고 성실하고 배려심 많고 마음이 따뜻한 제게는 과분한 아들이었습니다.

작년 10월 26일 퇴근후 회식을 한다기에 데려다준 아들의 뒷모습이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날 회식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팀장을 바래다주며 어떤 대화를 했는지 당사자들이 침묵하고 회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서 현재까지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날밤 아들이 많이 울면서 전화를 했고 엄마한테 미안하고 사랑한다 너무 힘들다는 말했습니다.

연락이 되지않는 아들을 찾기위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 회식장소 주변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고, 저는 새벽 5시까지 거리를 헤맸습니다.

그날의 불안과 초조함, 엄마로써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망일 다음날 회사는 자체조사를 시작했으나, 유족들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마지막 문자와 통화가 노조위원장이라는 사실을 은폐하였습니다.

깨진 휴대폰이 복원되지 않았다면 유족들은 끝까지 진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아들의 휴대폰에는 많은 진실들이 있었습니다.

ⓒ광주인
ⓒ광주인

근무시간에는 은밀하게 폭언,폭행을 하는 차장에게 시달려야했고, 퇴근후에는 팀장의 집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수시로 불러내어 회식에 시댤려왔던 것입니다.

팀원의 병가와 휴가로 인해 가중된 업무와 막내라는 이유로 해야되는 표시도 나지않는 잡무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사들이 아침 일찍 현장에 출근해야하고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며 안전감독의 책임을 진 부하직원을 회식을 명목으로 4차까지 끌고 다녔던 것입니다.

상사들의 행동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며 그동안 묵인되어온 부패한 사내문화가 결국 1년차인 신입사원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해양에너지는 상사의 괴롭힘이라는 명백한 마지막 문자가 있는데도 무성의하게 대응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심지어 죽음의 원인을 유족에게 있지도 않은 채무를 만들어 상처를 주고 열심히 살아온 유족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태도에 심한 모욕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가해자들은 아직도 회사에 재직중이며 사건조사차 유족과 만났을 때 어떤 사과도 해명도 없이 오히려 자신들은 결백하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런 상사들과 매일 얼굴을 봐야하고 괴로움을 참아내야 했던 아들의 깊은 좌절과 고통이 느껴져서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어쩌면 아들은 근무하는 동안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존 사내문화의 불합리와 절대 변하지 않을 것같은 거대한 조직앞에서 너무나 작은 존재로써 깊은 무력감과 실망과 좌절을 느꼈을 것입니다.

흔히 슬픈일을 겪은 이들에게 “시간이 약”이라고 위로를 합니다. 하지만 자식을 떠나보낸 어미의 슬픔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저희 가족의 시간은 그날부터 정지되어있습니다.

사실 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않고 밤마다 아들의 신발을 보면 금방이라도 엄마를 부르며 돌아올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 전 당연히 아들이 저보다 오래 살줄 알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나이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희망이 사라진 지금, 저는 후회와 자책이 가득합니다.

그날 밤, 회식자리에 데려다주지 말것을, 성실하고 열심히 살라고 말하지 말것을, 어른들께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말하지 말 것을, 그 모든게 후회스럽습니다.

저는 그저 아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 바래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왜 이 회사는 제 아들을 빼앗아 간것입니까?

장례식장에 찾아와 가족같고 아들같은 직원이 떠나서 안타깝다고 하신 대표이사님은 왜 침묵하고 계십니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은 언제 해주실 건가요?

부디 여기 모인 분들께서 힘을 모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억울함과 슬픔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어주십시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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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존 기업문화가 가진 불합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또다시 억울한 죽음은 반복될것입니다.

이십대 청년의 죽음앞에서 국가기관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외면할 때 사회적 약자인 유족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 지쳐서 일어나기 힘들 때 곁에서 힘과 위로를 주신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약자편이 되어주시고 정의를 실천하려는 신념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2년 3월 3일 

해양에너지 사망 청년노동자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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