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동성명서 [전문]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에 즉각 나서라!

지난해 11월 29일, 한국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기계제작소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과 10대의 어린 나이에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노동을 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피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장 20여 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얻은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1년이 지난 지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타깝게도 일본정부는 피고 기업들의 판결 이행을 대놓고 가로막는 것은 물론,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취했다.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한·일간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것이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은,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침략 전쟁 수행과 직결되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초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원고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사실 그동안 일본정부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한일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 문제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개인의 실체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고, 다만 상실된 것은 소송을 청구할 권리에 그친다고 하고 있다. 두 나라 사법부의 판단은, 원고들의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인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개인의 실체적 청구권이 남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다 끝난 일'이라는 아베정부의 주장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의미에 대한 일본정부 스스로의 반복된 해석에 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 식민지배와 반인도적 불법행위의 원초적 책임은 일본정부에 있으며, 법적 책임 역시 일본정부와 피고기업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일본정부야말로 더 이상 국제법을 어기지 말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피고 기업들의 판결 이행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90대 고령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기계제작소 원고 다섯 분은 대법원 판결을 듣기도 전에 모두 유명을 달리했으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대법 승소 판결의 원고 김중곤(金中坤) 할아버지 역시 끝내 판결 이행을 보지 못한 채, 올해 1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언제까지 고령의 피해자들을 기다리도록 할 것인가?

따라서 우리는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의 원고들, 그밖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을 위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와 피고기업들은 강제동원 관련 자료를 즉각 공개하고, 원고 이외의 피해자들에게도 사죄와 배상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강제 동원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74년간 변함없이 요구해왔다.

첫째, 역사적 사실 인정과 그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를 할 것. 둘째, 배상을 포함한 피해회복 조치를 할 것, 셋째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교육 등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을 할 것.

이 세 가지 요구가 반영되어야만 진정한 해결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 인정’과 ‘사죄’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얘기되고 있는 ‘기부금’ 방식의 해결안은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을 무시하는 것으로써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일본정부의 분명한 사죄가 수반되지 않은 금전 지급은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닐 뿐 아니라, 74년간 명예회복 투쟁을 전개해 온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역사 정의에 기반 하지 않는 해결책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한일 간 미래는 없다. 일본정부는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피고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는 피해자들은 물론, 한·일간 발전과 관계 회복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 역시 사법부의 판결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외교적 책임을 다해 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9. 11. 27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 변호사 이상갑(법무법인 공감)

               변호사 김정희(법무법인 지음)

미쓰비시 히로시마 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 변호사 최봉태(법무법인 삼일)

변호사 김세은(법무법인 해마루)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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