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

아래 발제문은 지난 16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지역공공정책 플랫홈 광주로가 공동주최한 '시민사회, 2020총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토론회에서 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가 발제한 전문입니다.

 

한국정치 현실과 2020총선의 의미 그리고 시민사회 역할에 대하여

-하승수(정치개혁공동행동/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1. 한국정치의 현실

1> 시대적 과제를 풀지 못하는 무능.무책임

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
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

한반도 평화, 불평등과 격차 해소,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적 위기 극복 등 시대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부동산문제든, 미세먼지 문제든 국회에서 대안이 논의되고 채택되지 못하고 있고, 여론의 비판이 뜨거울 때 마지못해서 움직이는 상황이다.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에 따라 입법과 예산이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나올 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 32년이 지나고 있음에 따라 국가의 기본이 되는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국회에서는 개헌 논의 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에 따라 32년동안 헌법을 한 줄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같은 시대적 과제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

2> 소모적인 정쟁

각 정당들이 매우 단기적인 정치공학과 계산에만 몰두하면서, 소모적인 정쟁이 반복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서서만 국회 파행이 17번에 달했고,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면서 일어난 국회파행의 경우에는 무려 84일동안이나 국회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국회불신은 극에 달했다.

허핑턴포스트가 7월 5일 오픈서베이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에 대해 불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6.8%에 달했고, 국회의원이 일을 못한다고 평가한 비율이 84.4%에 달했다(매우 못한다 49.4%, 못한다 35%).

그리고 정치에 불만을 갖게 하는 요인에 대한 응답에서는 정치인간의 다툼(82.3%), 부정부패(77.6%), 막말과 품위없는 행동(76.8%), 선거만 끝나면 변하는 태도(74.5%), 정치인의 무능(72.9%), 지지할만한 정책을 펼치지 않음(60.9%), 새로운 인물이 없음(44.0%)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국회에 갖는 불신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으면서 부정부패, 막말 등의 나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3> 예산낭비, 부패, 위법과 망언, 막말 등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예산을 엉터리로 써 왔고, 일부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영수증없이 사용해서 문제가 되어 온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올해 예산부터 16억원 수준으로 삭감됐다. 그러나 또다른 예산항목인 특정업무경비의 경우에도 99%를 영수증없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특정업무경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빙서류를 붙여야 하는 예산항목이다).

또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정책자료발간 및 홍보물유인비’, ‘정책자료발송비’ 등 국회의원들의 입법.정책개발활동에 지원되는 예산의 상당부분도 부정하게 사용되어 왔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입법및정책개발비’의 경우에는 허위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예산을 타낸 국회의원들이 적발되어 고발된 상황이고, 인쇄하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인쇄한 것처럼 꾸며서 국회예산을 빼낸 사례도 적발됐다.

이런 혐의로 국회의원 11명이 고발되어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등의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들도 38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예산과 관련된 부정 외에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서 기소된 권성동, 염동열 의원 외에도 KT, 신한은행 채용비리 등과 관련해서도 청탁을 한 국회의원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PD수첩은 농지법을 위반해서 농지를 취득한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53명에 달한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망언, 막말 등으로 을 저지른 의원들도 숱하게 존재한다. 5.18 관련된 망언을 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의원들에 대한 징계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원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윤리특위에서 징계를 심사하게 되어 있고, 그나마 외부인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들조차 각 정당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교섭단체 추천으로 자문위원들이 구성되기 때문에 독립성이 없다).

4> 행정부 견제기능의 상실

비대한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해도 모자랄 정도이지만, 수시로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예산심의는 늘 시간에 쫓겨서 졸속으로 이뤄진다. 470조원대에 달하는 국가예산에 대한 심의는 부실하고,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것에나 정신을 파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국가적으로 수많은 예산낭비들이 이뤄지고 있다. 도로 건설에 5조원 이상을 매년 쏟아붓고 있고, 5조원이 들어가는 제주2공항, 울릉도공항, 흑산도공항, 새만금 신공항 등 새로운 공항건설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려 하고 있다.

입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국회가 입법으로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부탁을 받아들여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해주는 ‘청부입법’ 사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정부발의로 입법을 추진하면 입법예고와 의견청취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생략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보조자’로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법안발의 건수를 채우기 위해서 비슷비슷한 법안을 중복발의하는 행태도 심각하다. 무능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지 못하니, 선출되지 않은 관료집단의 힘만 강해지고 있다.

5> 대표성의 결여와 특권계급화

국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 20,30대 국회의원은 전체 국회의원의 1%도 안 되는 실정이다.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2016년 총선에서도 17%수준에 머물렀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게 국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청년, 여성, 소수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의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이 특권계급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평균재산이 40억원이 넘었다. 재산이 500억원 이상인 3명의 국회의원(김병관, 김세연, 박덕흠)을 제외하고 계산해도 평균재산이 23억 9767만원에 달했다(출처 : 2018년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내역).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2018년에 국회의원중 79.3%가 전년대비 재산이 증가했다.

비수도권 지방을 지역구로 해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실제 거주는 서울에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을 표를 위해 단기적으로 동원하는 대상으로 볼 뿐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특권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1억5천만원이 넘는 연봉, 9명의 개인보좌진, 각종 경비지원, 1년에 최대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 등을 누리면서 지방의원 공천권, 각종 정책결정.예산배분에의 영향력 행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특권까지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6> 정체성약한 정당과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

정당들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보니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이 반복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하반기에 또다시 이합집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때 그 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이합집산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정치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런 이합집산의 원인이 되는 것은 선거제도이다.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는 정치구조가 바람직하지만, 지역구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는 선거승리를 위해 정당들이 ‘정책경쟁’보다는 ‘이합집산’을 선택하게 한다.

2. 2020년 총선의 의미

- 이런 와중에 치러지는 20대 총선은 기존의 한국 정치현실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또한 2020년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21대 국회는 개헌, 지방분권, 기후변화 대응, 한반도 평화와 같은 큰 과제들을 풀어가야 하므로 국회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더구나 2020년 총선은 촛불이후에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이다. 촛불이후에 대통령이 교체되고 사법농단이 밝혀지면서 사법부의 개혁도 어느 정도는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입법부는 촛불 이전과 전혀 변동이 없었는데, 2020년 총선은 입법부를 개혁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보면 지금의 국회 자체가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갖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개혁과 전환을 지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를 놔둔 채로 한국사회가 인간답게 살 수 있고, 미래가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국민이 살려면 2020년 총선에서 든 국회를 바꿔야 한다.

- 입법부를 개혁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 국회특권폐지 등 정치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한국 정치의 현실은 사람을 교체하는 것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2000년 총선때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을 해 봤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 물론 제도개혁만으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개혁이 없이 기득권을 가진 정당.정치인들이 스스로 개혁을 할 리는 없다. 따라서 2020년 총선이 정치를 바꾸는 총선이 되려면 1)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사이에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특권폐지 등의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2) 그리고 바뀐 선거제도에 따라서 각 정당들이 공천을 혁신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할 때에는“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전국단위 또는 권역별로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서만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비례대표 후보는 물론 지역구 후보와 관련해서도 부적절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피해야 할 것은 2020년 총선이 정권심판이냐 자유한국당 심판이냐의 구도로만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 구도로만 흘러갈 경우에 2020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국회가 보여주는 정치의 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모습이 선거판에서도 재연된다면 상당수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할 우려도 존재한다.

- 결국 내년 선거가 국회개혁의 원년이 되는 선거가 되려면, 크게 판이 흔들려야 한다. 그 시작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안이 통과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최초로 큰 틀의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진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상대방을 물어뜯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선거판에서, 각 정당이 정책과 공천혁신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선거판으로 바꿀 수 있다.

3. 시민사회의 역할

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는 ‘국회를 국회답게 바꾸자’, ‘국회를 바로세우자’, ‘국회를 확 뒤집어서 새로운 국회를 만들자’는 개념의 정치개혁운동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 자정능력이 없는 기득권정당들끼리 경쟁하는 선거판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촛불의 힘으로 판을 확 흔들고 바꿔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특권폐지 등 정치제도의 개혁을 이뤄내고 2) 각 정당이 바뀐 선거제도에서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고 공천혁신을 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당득표율이 중시되는 선거제도로 바뀌면, 각 정당들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의견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회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이게 되는 시점(빠르면 11월, 늦으면 내년 1월말-2월초)까지는 제도개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만18세 선거권,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지금부터는 포괄적인 국회개혁,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국회의원 특권폐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같은 국회개혁의 과제들도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주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특권폐지와 관련해서는 * 1억5천만원이 넘는 과도한 연봉의 대폭삭감(반값연봉), * 국회파행시 수당 지급 금지(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 구속된 국호의원에 대한 연봉지급 금지, * 9명에 달하는 개인보좌진 규모의 축소, * 영수증없이 쓰거나 낭비되고 있는 국회예산의 폐지, * 국회의원 연봉과 대우를 정하고 국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예산에 대해 감사하는 “가칭) 국회감사위원회”의 설치, * 국회의원 징계는 일정 기한내에 반드시 처리하도록 의결시한을 정하고 징계를 다루는 위원회에 외부인 과반수 참여 보장, *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제도 강화(변호사의 법사위 위원 선임 제한, 주식백지신탁제도 강화, 부동산백지신탁제도 도입 등) 등 그동안 논의되어 온 과제들이 많다. 이런 특권폐지 과제들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민사회의 활동은 9월부터 전국적으로도 벌어질 것이다. 지역시민사회의 의견들을 모아나가서 9월부터는 전국적으로 정치개혁운동을 동시에 벌여나가고, 그 힘으로 반드시 제도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제도 개혁이 이뤄지면, 그 이후에는 시민사회가 해 왔던 정책요구운동, 낙천.낙선운동을 보다 힘있게 전개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가령 ‘우리가 만들고 싶은 국회의 모습’, ‘우리가 없애고 싶은 국회의 모습’들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토론을 벌여나갈 수도 있다.

시민들이 직접 국회 개혁과제를 리스트업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 수도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부적격 후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도 있다(특정인을 언급하지 않고 이런 이런 후보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개혁과제들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고, 공천단계가 되면 각 정당이 부적격 후보들을 공천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첨부> 패스트트랙 위의 선거제도, 전망과 과제

시작하며

선거제도 개혁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뜨거운 감자이다. 2015년 칠레 국회에서는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유산인 중선거구제에서 벗어나기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칠레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때 했던 것처럼 1선거구당 2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방식을 오랫동안 채택해 왔는데, 그 제도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칠레가 새롭게 선택한 선거제도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

이를 위해 칠레는 120명이던 하원의원 숫자를 155명으로 늘렸다. 40%의 여성할당제도 포함된 개혁이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2015년 2월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쉽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까지 있었지만 2016년 총선전 선거제도 개혁은 실패했다.

그러나 2019년에 드디어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지난 4월 29일-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검ㆍ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졌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당했고, 국회 사무처 사무실들이 점거당했다. 팩스가 부서지고, 팩스로 접수되던 법안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는 며칠동안 아수라장이었고, 국회선진화법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이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과 공수처법이 모두 쟁점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특히 반대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안이다. 선거제도 개혁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정치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가 바뀌게 되면, 국회의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국회가 되고, 여성ㆍ청년ㆍ소수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정쟁만 일삼아도 되었지만, 앞으로는 정책을 중심으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정치기득권 세력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단숨에 국회가 그렇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안은 온전한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방향이 중요하다. 한번 개혁의 방향이 잡히면, 시간이 걸려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회의 표결전까지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보다 더 나은 안으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것은 하기에 달려 있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내용에 대한 평가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OECD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부끄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18세 선거권은 청소년.청년들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공직선거법 개정의 핵심내용으로 포함됐다.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에서 225명을 뽑고, 비례대표로 75명을 뽑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던 방식과는 달리, 불충분하지만 ‘연동형’이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그리고 정당별 의석배분을 할 때에는 전국단위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되,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작성하는 ‘권역별 명부’ 방식이다.

‘준연동형’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온전한 연동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준연동형’ 방식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편의상 계산방식은 단순화해서 설명한다.

가령 A당이 20%의 정당득표를 얻었다고 할 때에,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A당은 300석의 20%에 해당하는 60석의 의석을 우선배분받아야 한다. 그러나 ‘준연동형’은 정당득표율대로 배분되어야 할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의석의 50%를 비례대표로 우선배분하는 방식이다.

가령 위의 사례에서 A당이 지역구에서 20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정당득표율에 따른 60석에서 지역구 20석을 제외하면 40석이 남는다. 그 40석의 50%인 20석을 A당의 비례대표 의석으로 우선배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당이 얻는 의석은 일단 지역구 20석 + 비례대표 20석(50% 보장)이 된다. 그리고 각 정당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 다음에 남는 의석(가령 75석의 비례대표의석을 각 정당에게 준연동형 방식으로 배분하니 50석이 배분되었다면, 25석이 남는다)을 다시 한번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 이 과정에서 A당은 추가로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이런 ‘준연동형’ 방식도 지금보다는 비례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역구 당선자가 전혀 없는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정당득표율의 50%만큼은 의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당득표율이 중요해지므로, 정당간의 정책경쟁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소수정당들의 진입가능성도 높아지고, 소수정당에게 배분되는 의석도 늘어나게 되므로 정치의 다양성은 증대할 것이다.

여성대표성도 일정수준까지는 개선될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고, 권역별로 작성되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의 홀수번호는 무조건 여성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지지율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각 정당들은 청년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청년공천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준연동형’ 방식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온전한 연동형을 도입했으면, 제도는 좀더 단순화될 수 있었고, 표의 등가성(비례성)도 좀더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 때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 ‘준연동형’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정당의 공천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보면, 각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전국단위 또는 권역별로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서만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절차를 당헌, 당규, 그밖의 내부규약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선거일 전 1년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중앙선관위는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할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제출한 당헌 또는 당규 등에 따라 민주적 절차로 진행해야 하고, 후보자등록을 할 때에는 미리 제출한 후보자 추천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하였음을 회의록 등을 통해 증명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후보자등록을 무효로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절차는 시민사회가 요구하던 ‘민주적 공천의 법제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그동안 밀실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비례대표 후보 공천절차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이다.

3. 이후의 전망 : 두가지 시나리오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은 지정되었다. 실질적으로 패스트트랙이 갖는 효과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회의 표결이 무조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회의 표결 전까지는 추가 협상과 토론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후에 진행될 과정에 대해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나리오1은 자유한국당이 태도를 바꿔 선거제도 개혁 협상에 들어오고 새로운 개혁안에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이다. 그럴 경우에는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을 먼저 본회의 표결로 가져가면 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나리오2는 끝내 자유한국당이 협상을 거부하거나, 협상을 했지만 자유한국당과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 표결로 가게 된다.

실제 본회의 표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지는 변수가 있다. 국회법상으로는 해당 위원회에서 최대 180일, 법사위에서 최대 90일 동안 안건을 심사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후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최대 330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전 60일은 국회의장의 의지로 단축시킬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270일 정도가 걸린다. 내년 1월말이후에는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원회 심사단계에서 기간을 더 단축시킬 수도 있다.

지금 8월말까지로 2달 연장된 정치개혁특위에서 8월말 이전에 표결을 해서 법사위로 넘기면, 90일 이후인 11월이면 본회의 표결에 붙일 수 있다.

시나리오 2의 경우에도 원안 그대로 본회의 표결에 붙일 수도 있지만, 만약 추가협상을 통해서 수정동의안이 만들어지면 수정동의안부터 본회의 표결에 붙일 수도 있다.

참고로 최초의 패스트트랙 사례인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에도 2017년 11월 24일 본회의 표결전에 박주민 의원 등 43인으로부터 수정동의안이 제안되어 수정동의안부터 표결을 해서 통과가 되었다.

4. 각 시나리오에 따른 과제

1987년 이후에 처음 맞은 선거제도 개혁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개혁을 바라는 측에서도 각 시나리오에 따라 긴밀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

1> 시나리오 1의 경우

시나리오1의 경우처럼 자유한국당이 협상에 나오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유한국당이 지금 주장하고 있는 ‘비례대표 폐지-전원 지역구에서 선출-의석수 270석으로 축소’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협상이든 토론이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협상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곤란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준연동형’보다 후퇴된 방안으로 협상이 이뤄져서도 안된다. ‘준연동형’도 시민사회나 학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그보다 비례성이 더 후퇴되는 방안으로 협상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해서 협상을 한다면, 기준점은 2018년 12월 15일에 있었던 5당 합의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5당간에 유일하게 합의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국회의원 숫자는 10% 범위내에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합의문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우선 논의되어야 할 것은 국회의원 숫자문제일 것이다. 현재의 300석으로 연동형 또는 준연동형을 할 경우에, 지역구 의석의 상당한 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구획정에 있어서 상당한 무리를 감내해야 한다. 통합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반발만이 문제가 아니고, 해당 지역사회나 지역유권자들도 반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도 관심이 있을 수에 없다. 자기 지역구가 인근 지역구와 통합되거나 조정되어야 하는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도 상당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수 증원 논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여론이 의원수 증원에 부정적이다. 또한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의석수 증원에 부정적이었으므로 입장을 뒤집으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결국 명분은 국회의원 특권폐지와 강력한 국회개혁일 수밖에 없다. 의원수 증원을 다시 논의하려면 강력한 국회의원 특권폐지법안(연봉 삭감, 개인보좌진규모 축소, 투명한 정보공개와 예산낭비 근절 등)을 선거법 개정안과 동시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할 것이다.

만약 10% 정도 의석을 늘려서 330석 정도로 하면, 지역구를 247-8석, 비례대표를 82-83석 정도로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구 선거구 조정의 폭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나머지 쟁점인 연동형 도입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온전한 연동형’과 현재 나와 있는 ‘준연동형’을 놓고 협상할 수는 있으되, 현재의 ‘준연동형’에서 후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비례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구 : 비례 비율도 지금의 3:1(지역구 225 : 비례 75)에서 비례대표 비율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2> 시나리오2의 경우

끝내 패스트트랙으로 선거제도 개혁안을 처리하는 시나리오2의 경우에도 변수는 있다.

우선 원안을 그대로 표결할 경우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다. 본회의 표결은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다. 현재의 국회의석분포를 볼 때에,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참여한 정당의 소속의원들만 찬성표를 던져도 과반수는 충분히 넘는다.

다만 개별 국회의원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 지도부들의 강력한 의지(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표결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공천배제한다든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통과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원수 증원 논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은 28개의 지역구를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현실적으로 28개의 지역구를 줄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고 지역구 감소폭은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회의원 특권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정당들이 책임있게 내년 예산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의원수 증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사회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강력한 압력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되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도입만 무산되는 것이 아니라, 만18세 선거권도 무산되고,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도 무산된다.

제도개혁이 완전히 무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도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여론도 본회의 통과를 지지할 것이다.

한편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더 나은 개혁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추가협상을 통해서 수정안을 만들게 되면 수정안부터 표결에 붙이게 된다.

따라서 ‘준연동형’이 아닌 온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구 축소의 어려움 때문에 의석수를 늘리자는 수정논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논의가 국민적 설득력을 가지려면,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특권폐지가 선행해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5.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의 역할

이번에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가진 정치인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던 시민사회나 전문가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1이 되든 시나리오2가 되든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진 정치인들은 이후에 벌어질 정세의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해가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최초로 열린 정치시스템 개혁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도 본회의 표결 전까지 최대한의 힘을 모으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시민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과 내용을 알려 나가고, 다양한 영역의 시민사회조직들을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아 나가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의석수 축소주장에 맞서서 특권폐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당성을 알려나가는 것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몫이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선거제도는 시민들에게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는 높일 수 있다.

언론이 정쟁중심의 보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거제도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만약 선거제도 개혁이 성사된다면, 개헌 논의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총선전 개헌은 어차피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마무리짓고, 개혁된 선거제도로 2020년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개헌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2020년 총선직후에 다시 개헌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개헌은 2020년 하반기 또는 2021년 상반기에 마무리짓되, 개헌안의 적용시기는 2022년 대선을 통해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개헌에 대해서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1987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헌법을 한 줄도 손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시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지방분권을 제대로 추진하며, 직접민주주의를 헌법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불가피하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도 계속 피할 수는 없다. 큰 폭의 개편이든 소폭의 권한조정이든 논의를 해서 가능한 만큼이라도 손봐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에 달려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낡은 정치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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