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늦은 봄밤의 풍습

- 조성국

산벚꽃 핀 앞산이 소쩍새 울음으로 다가왔다

환하던 마음이

왠지 모를 눈물방울로 떼구르르 굴려나올 듯이 눈두덩에

오래 머물렀다

앞산이 그 뒤의 큰 산에게

어둑어둑 저미어 안기듯

더 넓게

나누기 위해

중천으로 향해 가는 달빛을 오래오래 지켜보는 것도

내가 할일이여서

병처럼 도지는, 삼십 수년째 빛의 고을에 살며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하여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지키는 일이어서

지키려고 애쓰는 일이어서, 하여 나는

월력을 보지 않아도

총과 밥과 피를 생각하는 때임을 알았다

 

** 광주광역시 염주마을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배일기’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201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해일’ 외 1편 동시 발표,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동시집 <구멍 집>,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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