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궁동 원갤러리, 9일부터 18일까지

민중미술 선.후배 화가의 '따뜻한 우정전' 

광주민중미술 화단에서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온 이상호 화가와 노주일 화가가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광주 궁동 원갤러리에서 '노주일.이상호 소묘 2인전'을 연다.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두 작가의 소묘전은 1980년대 시대를 껴안고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해온 광주의 대표적인 민중화가와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가난한 단체의 살림을 맡아온 후배간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증심사 석조보살 입상 - 이상호. 31x31cm. 종이에 먹.

시대담론을 안고 민족미술의 지평을 확장해온 두 작가는 삶의 방향을 공유하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따뜻하고 애틋한 우정을 키워왔다.

노주일 작가는 이상호 작가에 대해 "떠올리면 미소가 떠오른다. 그림 팔아 돈 생기면 새로 발굴한 맛난 집에 데리고 가서 밥도 사주고, 가끔 용돈도 챙겨주는 등 나에게는 여러모로 아주 귀한 선배"라고 호평했다.

또 "평상시 민족통일과 열사들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도와주고, 원대한 이상과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듣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꿈도 맘대로 못 꾸는 세상이냐""고 이 작가를 대변했다.

이번 전시 기획에 대해서도 노 작가는 "이상호 작가가 어느 날 근엄한 얼굴로 '나랑 드로잉 2인전을 하자!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앞으로는 화가로서 서라. 내가 너를 이끌어 주께! 전시비용은 내가 데께. 너는 앞으로 그림만 그려라!'며 진심으로 권해서 오래만에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상호 작가도 노주일 작가에 대해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조직활동을 하고 있는 광주민미협 사무국장으로서 거의 혼자서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고마움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칭찬했다.
 

물에서 새를 낚다 - 노주일. 53×45.5cm 펜소묘.
아기고래의 꿈 - 노주일. 71.3×51.5cm 펜소묘. "세월호희생자들의 넋들이 좋은 세상의 나비가 되어, 바다 속 아기고래와 노닐다가 저 곳 어딘가로 자유롭게 날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후배인 노 작가가 단체 활동에만 몰두한 것을 두고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조직이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은 조직에서 힘을 얻어야 할 때 개인창작과 조직활동의 조화로운 생활이 어려운 것 같다. 조직활동의 중요성도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개인의 작품"이라는 것.

이 작가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전시회를 종용한 노 작가와 깊은 인연에 "너무 고맙기도 해서 언제 두 사람이 전시회 한 번 하자고 전했던 것이 이번 '소묘 2인전'을  마련하게 됐다"는 사연도 말했다.

또 노주일 작가가 이번에 전시할 <하늘에서 붕어를 낚다. 물에서 새를 낚다>에 대해서도 "물질만을 쫓거나 무미건조한 세상사의 허무를 향해 역발상의 화두를 던진다. 돈키호테 같은 새로운 착상과 풍자어린 시선이 재미있다"며 "1970년대 가수 양병집의 '역(逆)'이란 노래와 궤를 같이한다"고 호평했다.

민중미술을 통해 만난 두 작가는 이번 '소묘전'을 계기로 '시대와 우정'이라는 아름다운 길의 '동반자'로서 삶과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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