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0.22 일 21:08

광주in

HOME 문화·미디어 범현이의 문화in
시대의 우울 그리고 빛[범현이 문화in] 사진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김영태 작가
  • 범현이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7.07.07 19:27
  • 댓글 0

남동성당 근처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늦은 밤, 이사의 뒤끝으로 정리가 덜 된 작업실에서 작가와 마주했다. 그동안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익숙한 작품들이 이곳저곳의 벽을 기댄 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영태 작가.

작가는 “이사를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 장비는 많은데, 이사 간 곳의 천장은 낮고 좁아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어 결국은 시간을 낭비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생각하고 있는 ‘무엇을 꼭 해내기 위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며 “생각해보면 환경이 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편안한 곳, 늘 없는 듯 제 자리에 놓여있는 사물들이 안정감을 주며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레지던스 결과물 전시를 기억한다. 국가폭력에 관한 작업이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국민을 무차별 폭력으로 진압한 북경의 천안문사태와 광주5·18민주화운동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작가는 천안문과 광주를 하나로 묶어 두 도시의 중첩된 이미지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가장 빠른 지금, 다시 천천히 가다

너무 늦게 작가를 찾았다. 수년을 지켜보기만 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평면을 전공한 작가의 작업을, 사진이 아닌 순수한 평면작업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기다리면 그때가 언제이든지 곧 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지난 5월 릴레이 전에서 작가가 보여준 광폭의 작업은 ‘마치 신들린 듯한 거친 표정’이었으며 하늘과 무등산을 형상화 한 땅과 부서지는 바람, 쏟아지는 별들을 거침없이 사용한 마티에르는 멈춰있을 것이란 평면에 대한 생각을 굴곡 시키기에 충분했다.

작가는 “내 안에 색(色)과 그 색을 발현하는 빛에 대한 갈증이 강하게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동기였다. 사실 무엇을 어떻게 그렸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그렸다. ‘신들린 듯’ 그렸다는 말이 맞다.”고 이야기 한다.

1995년 작업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야경>에 주로 천착한 작업이었다. 굵고 강렬한 선과 빛, 나이프로 발라버린 듯한 거친 해석 등이 모여 작가의 올 곧은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었으며, 사물에 대한 실경(實景)보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은유적 표현은 특히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그동안 사진작업에서 줄곳 비춰졌던 내재된 우울의 흔적들을 한 방에 날려버린 평면작업은 켜켜이 층으로 올라온 색에 대한 갈증과 흔들리는 자의식의 방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평면은 한 몸이다

평면에서 채워지지 않은 ‘어떤 것’이 카메라를 만지게 했다. 작가는 “대학시절 <똘똘 굴러가는 까만 기차>라는 그룹을 만들어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신비로웠다. 매우 교과서적이고 정적인 구도로 대상을 렌즈 안에 채웠으며 첫 걸음이었던 것만큼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사진입문의 계기를 들려주었다.

Memories of the city -Gwangju _ Tienanmen - 김영태.

본격적인 사진작업은 2002년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을 하면서였다. 사진작가로 입문을 알리는 첫 번째 사진 전시였다. “내 안에 내재된 회화적인 요소가 다분히 앵글 안에서 작용했다.

풀 한포기를 바라보더라도 단지 생명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안에서 자연적인 조화를 생각했고, 나아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의미와 상생을 고민했다. 또, 광주천의 밤과 낮, 예를 들면 낮인 시간대에 그곳은 그늘이 져 캄캄해 밤이었고, 밤에는 휘황한 근처의 홍등가 불빛으로 인해 대낮 같았다.

결국 낮이면서 밤이었고, 밤이면서도 낮인 풍경을 바라보며 <생명의 숨결>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사진작업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계기로 발전했다. 또, 내친김에 <생명의 숨결>이란 주제로 논문을 완성하면서 10년 만에 대학원 과정도 졸업을 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작가에 들어선 것이다.” 고 설명했다.

세상 어느 것 하나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회화작업과 사진작업 사이에 경계인처럼 발을 들고 있다 생각했는데 더 이상 망설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머물지 않은 작업처럼 시간은 흐른다. 사계절이 레이어드로 재해석 된 작가만의 사진작업은 이미 사진을 넘어 회화적 요소로 가득하다. 작가의 다음 전시를 진심으로 기다란다.

** 이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92호(2017년 7월호)에 실린 것을 다시 게재했습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범현이 문화전문기자  baram8162@nate,com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범현이 문화전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