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2016년 한국사회에서 1년은 한국 시민사회의 역사를 새로 써야할 정도로 엄청난 격랑의 한 해였다. 특히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명명되는 대한민국의 국정농단은 한국사회의 모든 민중들을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수백만의 촛불이 되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탄핵 가결을 이끈 ‘촛불 민심’은 국가의 정상화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100~2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었는데,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민들은 스스로 자기의 판단과 행동으로 운명을 바꿔낸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도 이에 화답해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일에 앞장을 서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우리 사회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하고 그 과정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야한다.

ⓒ광주인

그러나 아직도 박근혜대통령이 탄핵되어 탄핵정국이 들어서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촛불이 주춤하는 사이 새누리당의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반격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 “촛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점이 중차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4·19, 5.18, 1987년 6.29 민주항쟁… 등등 우리 시민사회는 집권세력이 독재를 펼칠 때마다 저항했고, 또 승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가 과거 87년 테제이후 2002년 효순•미선양이 주한미군에 의한 장갑차에 치여 희생된 사건에 분노하여 일어난 청소년들의 촛불에서 2008년 광우병촛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민중들의 분노의 표현으로 대변되는 촛불들이 켜졌지만 촛불 이후의 우리사회는 촛불에 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주도세력에 대한 탄압과 억압을 통해 기득권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반동적인 현상들이 일관되게 반복되는 현상들을 경험하였다.

특히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촉발한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렸지만 이후 박정희 군부가 들어섰다. 1980년 봄은 10.26이후의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희망이 오는가 했지만 전두환의 쿠데타로 군부독재가 이어지는 비극을 맞이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부를 무너뜨렸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서 노태우 정권이 등장했다. 민중의 요구와 열망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투영되지 못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건 아니라는 얘기다. 87년 테제이후의 시민사회의 분열과 정치권의 분열로 절반의 열매조차도 거두지 못하고 패배했던 과거의 경험과 반성이 우리가 촛불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아가 촛불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것인가?“ 에 대한 담론들이 최근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화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오늘 본 발제자가 제기하는 것은 전문적인 학술논문이나 관점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촛불현장에서 느끼고 본 고민들을 담아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여는 마당이라고 생각한다.

2. 과거의 촛불과 2016년의 촛불

ⓒ광주인

지금까지 수많은 촛불들이 일어서고 꺼지고 또 켜지는 반복적인 저항의 역사를 가진 우리사회의 촛불은 어떤 국면에서 역동성의 파국적인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적 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2년 효순•미선양의 촛불이 단지 부분적, 일시적, 단기적으로만 출현했다가 선거정치의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곧 정치 환경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잠재적인 문제들이 전면적이고 진화된 모습으로 우리사회에 극적으로 재등장했다.

촛불의 특성이 제도정치에 대한 실망과 주도세력이 없이 자발적인 결사체형식으로 나타난 한계점을 극복하고 2016년의 촛불은 더 나아가 304명이라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농민살인까지 일련의 국가시스템의 붕괴와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 이르게 되고 무기력한 정치권을 제치고 탄핵이라는 정점에 이르면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행동방식을 견지해왔다.

특히 2016년의 촛불이 기존의 촛불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수 있다.

첫째, 철옹성처럼 보여지던 차단막을 넘어서 금단의 지역처럼 인식되던 장애물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가까운 2008년의 촛불과 비교해볼 때 수십만의 촛불들의 행진을 막아선 것은 “명박산성”으로 명명되는 대형 컨테이너의 차벽이었다.

이는 상징적으로 정권의 소통거부라는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거대한 벽에 맞닥뜨리며 와해되어버렸던 과거에 비해 2016년의 촛불은 성역화되고 금기시되었던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촛불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과 차벽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둘째는 시민들의 자각의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다시 표현하면 SNS와 같은 정보매체들의 발달과 영향도 있지만 정보의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시켜 간다는 측면에서 이전의 촛불시민과 다르다는 점을 들수 있다.

셋째는 우리사회의 민주적 기재를 작동시키는 민주주의를 선도해간다는 점이다. 물론 효순•미선양의 촛불에서부터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2016년의 촛불은 특정한 단체나 이슈의 독점과 선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복합적인 이슈들을 한꺼번에 포용하고 끌어간다는 점에서 영역확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광화문촛불과 광주 금남로촛불에서 볼수 있는 것처럼 촛불참여시민들이 집회주최단체들을 끌어가고 압도해나가는 현상들을 보면서 시민단체들의 역할과 방향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촛불! 이제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1일 광주엔지오시민재단 주최로 열린 '2016회고와 전망' 토론회. ⓒ민중의소리 갈무리

세월호참사이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수많은 촛불과 절규들이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했고 특히 가장 큰 이슈로 남는 대통령의 7시간은 온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여당의 모 의원이 한 망언처럼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들이 일정기간 지나고 나면 무관심해지고 망각해가는 현상을 보면서 “냄비근성”이니 “기억상실의 사회” 등등 진단들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였다면 “잊지 않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와 “Remember 416”과 같은 끈질긴 세월호 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들이 2016 촛불의 도화선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상실감은 상실감대로 현실의 엄중함은 엄중함대로 보살피며 긴 시간을 견디고 맞서온 우리는 또다시 “국민의 이름”으로 새로운 명령을 내려야 할 사태에 직면해있다. 바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명명되는 초유의 국정농단사태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촛불혁명을 이루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거대한 촛불 속에서 과거 망각되었던 사실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국정원 선거개입수사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가로막았으며 역사교과서국정화와 개성공단폐쇄, 사드배치, 제주강정마을해군기지, 일본강제위안부졸속협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며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명령하는 민중의 함성”이 작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명령이 도착했어야 할 최종도착지인 청와대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단과 담론들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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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것은 촛불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과거 촛불의 교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특히 탄핵정국 이후의 대통령 2선후퇴라는 애매한 전제 뒤에서 이쪽저쪽 눈치를 보며 촛불이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를 숟가락만 들고 무임승차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행보에도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견제하고 끌어가야하는 막중한 과제가 남아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정치역풍, 국정공백, 국정혼란을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지만 촛불국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질서정연하고 일관성 있게 가장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는 외신에서조차 한국의 촛불혁명을 세계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민주주의 혁명을 실현하고 있는 한국국민들을 목격하고 있다고 극찬하고 있다. 오히려 혼란에 빠진 것은 갈팡질팡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계산하고 있는 제1야당인지도 모른다.

주말마다 만나는 촛불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촛불혁명은 우리사회에 이미 명령을 내려주었다. 이런 측면에서 조기대선을 포함해 현행 헌법과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개헌주장도 그 다음의 순서가 되어야 한다. 현행시국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라는 촛불의 분노를 희석시키고 저들에게 재반격의 기회를 주는 논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 시국에서의 개헌논의는 강력히 반대한다.

오히려 개헌보다는 지금은 촛불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게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둘째, 촛불은 특정단체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며 시민들의 뜻을 따라가는 매개자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셋째,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국정농단을 끝까지 규명하고 범죄결과에 대한 처벌이 완수될 때까지 개헌을 비롯한 여타의 담론들이 촛불을 흐리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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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거악의 무리들로 대표되는 새누리당과 보수반동들의 주춤하던 침묵이 깨지고 일부 보수와 종편언론들을 비롯한 현 시국에 책임있는 수구세력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87년 테제에서 보았듯이 그 좋은 정치사회적 환경들을 고스란히 논쟁과 담론 속에서 분열되어 싸움질만 하다가 결국은 다시 거악과 부패의 잔당들에게 정권을 내주고 30여년이 지난 지금에 또다시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실패를 교훈삼아 2017년에는 과거의 역사처럼 “죽쒀서 개주는(?)”일이 없도록 시민사회와 야당이 준엄한 역사적 위기이자 기회를 슬기롭게 고민해야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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