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진상규명 활동과 재판투쟁에 앞장서오고 있는 장헌권 목사(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가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청와대로부터 답신이 없자 편지 전문을 본지에 보내왔다. 아래 전문을 게재한다.  

박근혜 대통령께

지난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진실과 정의가 없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숨이 막힌 듯 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없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부모를 잃으면 고아라고 하지요. 남편을 잃으면 과부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녀를 잃으면 말이 없습니다. 자식 잃은 심정을 대통령께서 이해 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원수로서 그 마음을 모른다고 하면 국가 지도자 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미수습자 가족의 절규입니다.

▲ 장헌권 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시집. ⓒ장헌권 목사 제공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단원고 학생) 양승진,고창석, (단원고 교사) 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님을 생각하면서 가족들은 머리카락 한 올, 손톱 하나라도 찾아서 가슴에 품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처절하고 절절함이 어디 있을까요?

이제 긴 추석 연휴도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노오랗게 은행잎과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가는 우리나라의 자연의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이러한 때 대통께 편지를 쓴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자 쓴 것입니다. 국사에 바쁜 시간이지만 꼭 시간을 내서 읽어 주시길 앙망합니다.

먼저 저의 신분을 밝힙니다. 저는 광주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 나라운동을 하는 하나님 선교 차원에서 사랑과 정의 운동을 몸으로 실천 할려고 노력하는 목사입니다.

18대 대선 불법과 부정으로 국가기관이 개입한 것을 온 국민은 알고 촛불을 들었지요. 그때 국정원 앞에서 삭발을 하면서 구약 성경에 예레미야처럼 눈물로 나라를 위해서 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광주에 3년상을 치루는 시민상주 모임이라는 순수한 시민들이 있습니다. 매일 세월호 참사로 하늘의 별이된 305명 이름을 매일 한분씩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 다음날 9월16일 단원고 2학년 8반 이승민 학생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날에 엄마가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 피해자 진술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 피해자 진술을 하면서 외아들 승민이를 황망히 잃어 버린 심정을 토로하다가 쓰러진 것을 현장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4년 10월21일)

대통령께 진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승민이 엄마의 마음만이 아니라 모든 엄마 아빠의 마음이 하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학년 8반 이승민 엄마입니다. 그 동안 내 아들 승민이랑 둘이서 살아왔습니다. 조금은 부족했지만 아들과 전 서로 의지하며 여느 가정 못지않게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친 몸으로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승민이는 제 입술에 뽀뽀하며 안아주곤 했습니다.

▲ 장헌권 목사가 지난달 20일 우체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편지와 시집을 보내고 있다. ⓒ장헌권 목사 제공

내 아들 승민이가 항상 옆에 있어 난 힘든 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내 아들이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이기에 엄마인 저도 덩달아 좋아하면서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주고 먹이고 가방에 가득가득 넣어 보냈습니다. 그렇게 떠난 수학여행길 다시는 돌아오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수학여행길 됐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몸이 약합니다. 자주 아프고 잘 쓰러지고 조금만 먹어도 가슴이 아파 마음껏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이런 엄마를 잘 알기에 승민이는 엄마가 항상 먼저였습니다. 내 아들은 열이 4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해 아파도 말을 안하고 내색도 안했습니다.

엄마 맘을 먼저 헤아리던 아들 승민이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그저 꿈일 것이라 믿었습니다. 전원구조 속에 많이 놀랐을 내 아들을 데리러 체육관으로 달려갔지만 내 아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체육관 바닥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진도 앞바다를 향해 내 아들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내 아들은 대답도 없고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4월15일 수학 여행길을 떠나 4월23일에 싸늘한 주검으로 왔습니다. 4월26일 뜨거운 불 속에서 작고 여린 몸을 불태우고 하얀 백골이 되고 꿈과 함께 한 줌 재가 돼서야 내 가슴에 안겼습니다. 이렇게 내 아들 장례 치르는 중에 모르는 사람들이 조문을 오곤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내 아들을 보내고 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자기 전에 기도를 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지 않게 해달라고 그러나 난 숨을 쉬며 살아 있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힘도 없고 빽도 없습니다. 조사를 할 수 도 없습니다.

선장과 선원을 만나 볼 수 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국을 달리며 서명을 받는 일뿐 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기꺼이 다가와 서명해주고 눈물 흘리며 같이 아파하고 우리를 안아 줬습니다."

“누가 왜 우리 아들 딸을 죽였습니까?” 가슴 설레며 떠난 수학여행 그리고 세월호 침몰 고2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아이들은 살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이 아이들이 왜…… 왜……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너무도 궁금합니다. 그 이유를 알고자 국회로 청와대로 달려갔습니다. 단지 그 이유를 알고자 할 뿐인데 정부와 대통령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단지 단원고 학생의 일일뿐인가요?

이준석 선장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내 아들 승민이가 저 차디찬 바다 맹골 수도에서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공포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내 아들과 수백 명이 함께 죽어 갔습니다. 당신들로 인해 그렇게 모두가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살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가족에게 살인자 아버지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아서겠죠. 그러면 누가 왜 우리 아들 딸들을 죽였습니까? 아들 딸 죽고 없는데 죽인자는 없다고 합니다.

당신들이 죽을까봐 속옷 차림에 발가락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탈출할 때 아이들은 고통 받고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무섭고 겁이 났습니까? 누구보다 먼저 그렇게 살아나와 지금은 행복들 하십니까? 수백 명의 학생이 그 배에 타고 있던 사실을 정말 몰랐습니까? 선장과 선원들의 가슴에 심장이 있습니까? 그 심장에 피가 흐르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제 아들 딸을 불 수도 없습니다. 난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합니까? 내 꿈이자 희망이자 생명이었던 아들은 그렇게 갔는데 난 앞으로 누굴 위해 살아야 합니까? 다시 한 번 이준석 선장에게 선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가 ,왜, 내 아들 우리 딸들을 죽게 했는지 이것은 사고도 살인도 아닌 학살입니다.

판사님 저는 정치도 모르고 법도 모르는 그냥 우리 아들만 열심히 키운 어리석은 엄마입니다.

못난 엄마가 판사님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누가 죽였는지 누가 학살을 했는지 합당한 벌을 내려 주십시오. 아들 잃은 엄마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얼마나 절절하며 진솔한 이야기 인가요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열명이 없어서 멸망한 사실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경제가 힘들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의인 열명이 없어서 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에 밑줄 긋는 목사가 아니라 생활에 밑줄 긋는 목사로 살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라는 지역에서 살면서 광주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은 1980년 이후 한결 같은 마음입니다.

광주 정신은 무엇보다도 불의에 대하여 저항하는 정신입니다.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대동정신 주먹밥입니다. 또한 평화와 민주 인권정신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났을 때 광주 기독교 협의회 (NCC) 회장으로 있으면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6개월동안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현안문제가 산더미처럼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결할 급선무가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은 헌법에도 보장이 된 것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천부의 인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현실에 생명보다 이윤이 앞선 사회에서는 대형 참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는 국민의 일치된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대통령께서 세월호에 대한 문제를 비상한 마음으로 해결을 해주셔야만 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으로 실제 사고 시간과 사고 장소등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왜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특조위가 발표한 내용을 볼때도 선박 자동식별장치 (AIS)항적이 어떤 의도 하에 편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특히 국정원과의 연관성입니다.

최근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자재 철근 400톤이 실려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월호의 과적과 악천후 속 무리한 출항은 정부기관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로 향하는 세월호 실린 수백톤의 철근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정치도 경제도 이념도 아닙니다. 밝혀야 하는 진실이며 어떤 면에서 신앙의 내용이며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정부의 참사 관련 책임은 구조실패만이 아니라 침몰원인과도 연결 될 수 있지 않는가요?

가장 중요한 선체 인양 지연 사태의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그것만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국회에서 처리하라고만 하고 계십니다. 지난 여야 3당 대표회동에서 세월호 참사 특조위 조사 기한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통령께서 특별법 취지와 재정적 사회적 부담을 생각해서 결정하겠다며 그동안 되풀이 하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요?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계신가요?

어찌 그것을 국회에만 공을 던지고 있습니까?

아직도 세월호 관련해서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 ⓒ장헌권 목사 제공

대통령께서 이제는 큰 결단을 하셔야 합니다.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진실과 정의 길에 서십시오.

잊지 않기 위해서 정말 기억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적습니다.

304명의 아벨의 핏소리가 하나님께 호소하고 있습니다. 절대자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는 왕은 마지막에 모두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성경이 주는 교훈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304명의 울부짖는 소리를 꿈에라도 들으시고 억울함이 없도록 대통령께서 한을 풀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실종자(9명) -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조은화, 허다윤

단원고 

1반(17명) -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김현정, 문지성, 박성빈, 우소영, 유미지, 이수연, 이연화, 정가현, 한고운

2반(24명) - 강수정, 강우영, 길채원, 김민지, 김소정, 김수정, 김주희, 김지윤, 남수빈, 남지현, 박정은, 박주희, 박혜선, 송지나, 양온유, 오유정, 윤민지, 윤솔, 이혜경, 전하영, 정지아, 조서우, 한세영, 허유림

3반(26명) - 김담비, 김도언, 김빛나라, 김소연, 김수경, 김시연, 김영은, 김주은, 김지인, 박영란, 박예슬, 박지우, 박지윤, 박채연, 백지숙, 신승희, 유예은, 유혜원, 이지민, 장주이, 전영수, 정예진, 최수희, 최윤민, 한은지, 황지현

4반(28명) - 강승묵, 강신욱, 강혁, 권오천, 김건우, 김대희, 김동혁, 김범수, 김용진, 김웅기, 김윤수, 김정현, 김호연, 박수현, 박정훈, 빈하용, 슬라바, 안준혁, 안형준, 임경빈, 임요한, 장진용, 정차웅, 정휘범, 진우혁, 최성호, 한정무, 홍순영

5반(27명) - 김건우, 김건우, 김도현, 김민석, 김민성, 김성현, 김완준, 김인호, 김진광, 김한별, 문중식, 박성호, 박준민, 박진리, 박홍래, 서동진, 오준영, 이석준, 이진환, 이창현, 이홍승, 인태범, 정이삭, 조성원, 천인호, 최남혁, 최민석

6반(23명) - 구태민, 권순범, 김동영, 김동협, 김민규, 김승태, 김승혁, 김승환, 박새도, 서재능, 선우진, 신호성, 이건계, 이다운, 이세현, 이영만, 이장환, 이태민, 전현탁, 정원석, 최덕하, 홍종용, 황민우

7반(32명) - 곽수인, 국승현, 김건호, 김기수, 김민수, 김상호, 김성빈, 김수빈, 김정민, 나강민, 박성복, 박인배, 박현섭, 서현섭, 성민재, 손찬우, 송강현, 심장영, 안중근, 양철민, 오영석, 이강명, 이근형, 이민우, 이수빈, 이정인, 이준우, 이진형, 전찬호, 정동수, 최현주, 허재강

8반(29명) - 고우재, 김대현, 김동현, 김선우, 김영창, 김재영, 김제훈, 김창헌, 박선균, 박수찬, 박시찬, 백승현, 안주현, 이승민, 이승면, 이재욱, 이호진, 임건우, 임현진, 장준형, 전형우, 제새호, 조봉석, 조찬민, 지상준, 최수빈, 최정수, 최진혁, 홍승준

9반(20명) - 고하영,권민경, 김민정, 김아라, 김초예, 김해화, 김혜선, 박예지, 배향매, 오경미, 이보미, 이수진, 이한솔, 임세희, 정다빈, 정다혜, 조은정, 진윤희, 최진아, 편다인

10반(20명) - 강한솔, 구보현, 권지혜, 김다영, 김민정, 김송희, 김슬기, 김유민, 김주희, 박정슬, 이가영, 이경민, 이경주, 이다혜, 이단비, 이소진, 이은별, 이해주, 장수정, 장혜원

교사(10명) -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남윤철,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강민규, 박육근

일반인(30명) - 김순금, 김연혁, 문인자, 백평권, 심숙자, 윤춘연, 이세영, 인옥자, 정원재, 정중훈, 최순복, 최창복, 최승호, 현윤지, 조충환, 지혜진, 조지훈,서규석, 이광진, 이은창, 신경순, 정명숙, 이제창, 서순자, 박성미, 우점달, 전종현, 한금희, 이도남, 리샹하오

선원(6명) - 박지영, 정현선, 양대홍, 김문익, 안현영, 이묘희

선상 아르바이트(4명) - 김기웅, 구춘미, 이현우, 방현수

마지막으로 저의 졸시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시집을 보내 드립니다.답장을 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최대의 과제임을 알려드리는 마음으로 장문의 편지를 올립니다.

고즈넉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9월 20 일 장헌권 목사 올림

살아 있으나 죽은자와 같은 단원고 학생들의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글입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