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 옛 전남도청 별관서 MOWCAP 센터 개소식 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을 아무런 협의 없이 기념공간이 아닌 사무실로 활용하려다 5월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5·18기념재단과 5월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박근혜 정부의 ‘5·18 역사지우기’라며 옛 전남도청이 온전한 ‘5·18기념공간’으로 조성될 때까지 천막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 5.18기념재단과 5월3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7일 오전 5·18민주평화기념관 3관(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MOWCAP) 센터 개소식을 열려다 5월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5월단체 회원들은 MOWCAP의 광주 유치는 환영하지만 5·18의 상징적인 기념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옛 전남도청 별관에 사무실 개소는 ‘5·18지우기’라며 개소식 취소와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문화전당 측은 MOWCAP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5·18 기록물 보존 활동에 기여할 국제기구인 만큼 지금 자리에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5월단체 회원과 문화전당 측 직원들이 고성을 주고받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책상과 의자 등 집기가 넘어지는 등 개소식은 파행을 겪었다.

결국 센터 개소식은 장소를 문화전당내 콘퍼런스홀로 옮겨 진행됐고 오후에 열린 센터 개소 기념 세미나도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MOWCAP은 세계기록유산 분야의 아태지역 목록을 심사, 홍보, 운영, 모니터링하는 국제기구로 지난해 12월 중국국가기록원에서 ACC와 MOWCAP 간 체결한 ‘아시아태평양 세계기록유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와 관련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센터는 △MOWCAP 기록유산 등재과정 지원 △아태지역 기록유산 홍보(서적발간, 전시회 개최 등) △아태지역 기록유산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전문가 교류 지원 △MOWCAP 의장단 업무 지원 △아태지역 기록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정보와 지식 및 경험 공유 등의 업무를 한다.

5·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5·18 기록물을 통한 5·18세계화 측면에서도 아태지역위 유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5월단체는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과 본관·별관, 민원실, 상무관 등을 5·18기념관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문화전당 측은 예술기관으로 사용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전당 측이 일방적으로 개소식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오늘 예정된 ‘MOWCAP 센터 개소식 및 기념 세미나’ 초청장을 어제 오후에야 받아봤다. 그 전까지 개소식을 알지도 못했고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며 “문화전당이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5월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끝나고 천막농성을 위한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광주인

5월단체는 “5·18 마지막 항전지인 도청 본관과 별관을 유네스코 아태위원회의 명성에 기대어 어물쩍 넘어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며 “5월단체와 전혀 상의도 없이 개소식을 여는 것은 5·18정신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소식과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에 정중히 사과한다”며 “갈등의 소지가 있는 옛 전남도청 공간에 입주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센터의 개소와 활동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멀리서 광주를 찾아온 손님들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며 “우리는 MOWCAP 센터 사무실이 전당 내 다른 공간으로 옮겨갈 때까지 불가피하게 천막 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입장자료를 통해 “개소식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전당 민주평화교류원 행사를 일일이 5·18 단체에 허락받고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갈등은 옛 전남도청 본관과 부속 건물을 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5·18 흔적 훼손 논란의 연장선이다.

5월 단체는 옛 도청 내·외벽에 있던 계엄군 총탄 자국이 페인트에 덮여 지워졌고, 전시공간과 승강기실이 들어서면서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이 철거됐다며 원형복원을 촉구해왔다.

반면 전당측은 예술기관으로 사용하겠다면서 맞서고 있어 ‘원형 복원’과 ‘5·18기념관’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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