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만들기가 이처럼 쉬울 줄은


애들은 놀 때 편을 갈라서 논다. 자기편을 위해서 열심인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이건 애들의 경우다. 어른들은 어떤가. 다를 것 없다. 문제는 지역을 가르는 경우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된다.
 
■ 쌍꺼풀 수술 하고 새 사람?
 
영남권 신공항이 결정됐다. 가덕도인가. 밀양인가. 김해공항이다. 그럼 무슨 신공항인가. 신공항이란다. 신(新)이라는 글자를 앞머리에 붙였다. 그러니 새 공항이라는 것이다. 활주로 하나 더 만들면 신공항인가. 쌍꺼풀 수술 하고 코 좀 높이고 새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점쟁이는 아니지만 이미 짐작했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대결. 아니 대결이 아니라 사생결단이다. 가덕도냐 밀양이냐. 방법이 없다. 아니 있다. 백지화다. 그럼 문제는 해결되는가. 안 된다. 방법은 찾아라. 신(新)자를 붙이는 것이다.

▲ ⓒ팩트TV 갈무리

신공항. 이름이 좋다. 김해공항인데 무슨 새 공항이냐. ‘새 신(新)’ 자가 들어가지 않았느냐.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의 기구한 운명이야 다시 해 본들 무엇하랴.
 
이제 새삼스럽게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선거공약을 들먹이며 나는 바보라고 선언할 필요는 없다. 바보가 되는 줄 알면서도 표를 찍어주는 국민은 할 말이 없다. 편 가르기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박근혜 정권은 준비된 말이 있다. 공항 분야의 세계적 전문업체인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김해 공항확장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으니 아무 소리 말라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할 말이 있다. 왜 여태껏 내버려 두었느냐는 것이다. ‘신’ 짜 하나 붙이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렸느냐. 싸우는 꼴 보려고 그랬느냐.
 
가덕도로 하자니 대구·경북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밀양을 하자니 부산·경남이 펄펄 뛸 것이다. 그러니 이미 있는 김해 공항에다 신(新)자 하나 붙여주고 덮자. 반발이 있을 것이다. 찍어 누르면 된다. 반발이 며칠이나 가나 보자. 제갈공명이나 장자방이 나와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누가 생각해 냈는지 청와대에다 동상 하나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착각 말라. 가슴속에 응어리는 대통령의 신공항이라는 말 한마디로 풀어지지 않는다.
 
■ 역사는 기록한다
 
박근혜 정권은 끝났다. 한 일이 참 많다. 박정희 쿠데타 이후 짝 갈라진 영호남 분열을 더욱 고착화 시켰다. 평화적 통일은 아득하다. 이번 김해 신공항 결정으로 영남끼리도 갈라섰다. 대구매일신문은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박정희가 언론 탄압할 때 동아일보에 백지광고가 등장했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서 대구매일이 백지 신문을 발행하다니.
 
매일신문 1면은 백지다. 맨 아래 한 줄 기사가 있다.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 15자다. 이를 보면서 국민은 말 한마디 추가 할 것이다. ‘국민도 버렸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역사는 남는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 저게 아무개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후손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군에서 제대 말년 때다. 신병이 와서 눈물을 흘린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입대한 늙은 신병이다. 경상도 출신이 많은 내무반에서 학대가 심하다고 했다. 호남 출신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다. 호남 며느리는 절대로 안 된다는 놈이 있다. 경상도 사위는 절대 사절이라는 놈도 있다. 이런 망국병이 어디 있느냐.
 
외가는 천안이다. 며느리 둘 중 하나는 전남이고 하나는 충남이다. 사위는 대구다. 처가는 전주다. 형수는 강릉이다. 매부는 북청이다. 나의 경우다. 난 서울이다. 아무 탈 없이 잘들 산다. 왜들 지랄이냐.
 
언제까지 그 짓거리들 하면서 살 것이냐. 정치하는 자들은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니들만 살다 죽을 땅이 아니다. 니들이 낳은 자식들도 살아갈 땅이다. 가덕도공항과 밀양공항이 없어도 산다. 대통령이 없어도 국회의원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새 공항이 없어도 산다. 그러나 동족이 등을 돌린 채 원수처럼 지내면 살 수가 없다. 나라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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