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은 사실…“용서하고 사과 받아주시라”
오월어머니집 “진심어린 사과 받아들여…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국가보훈처 간부가 26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무릎 꿇고 공식 사죄했다.

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과 유아무개 과장은 이날 오후 1시 광주 남구 양림동 (사)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5·18기념식장 성희롱 발언’과 관련 공식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 간부가 26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광주인
▲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 간부가 26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광주인

어머니들은 “정말로 진실된 용서를 빌러 왔다면 여기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요구했다.

이병구 보훈청장은 “직원들이 여러 심려를 끼쳐드리고 (오월어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죄송하다. 용서해주시고 사과를 받아주시면 고맙겠다”고 사죄했다. 성희롱 발언을 한 해당 과장은 오월어머니들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오월어머니집 한 어머니는 해당 과장에게 “젊은 분이고 아들 같고 하니까 말씀 드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짓말이나 거짓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아마도 크게 뉘우쳤을 것”이라며 “거짓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생각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고치고 우리 함께 거짓 없는 삶을 살아가자”고 말했다.

전청배 이사는 “오월정신이라는 것은 배타하고 누구를 질시하는 게 아니라 관용과 용서로 안아주고 어떤 아픔이 있으면 어루만져주는 어머니의 마음이다”라며 “보훈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내용이 호도되고 왜곡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한 만큼 사과를 받아들이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어 ‘오월어머니집의 입장’을 통해 “관용과 용서,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 온다면 이번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칠 것”이라며 “국가보훈처도 해당 간부에 대한 징계를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게 사건을 종결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어머니집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 등에게 양해를 구해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이나 기타의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며 “언론이나 지역여론에 더 이상의 사건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오월어머니집 입장 낭독이 끝나고 어머니들은 “이제 일어나시라, 진심으로 사과하니 받아들인다”며 무릎 꿇은 해당과장을 직접 일으켜 세웠다. 일부 어머니들은 해당 과장을 꼭 껴안으며 다독였다. 해당과장은 어머니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용서를 구했다.

노영숙 관장은 “보훈청 과장도 가정이 있는데 이런 일 때문에 처벌받고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건 이미 우리가 겪은 일이다”라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 받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앞서 해당 과장은 지난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뒷자리로 배치된 제주 4·3항쟁 희생자유족회의 좌석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노영숙 관장에게 “자리가 없는데 제 무릎에라도 앉으라”는 성희롱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오월어머니집은 “보훈 대상자나 가족, 보훈 대상 단체를 보훈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충격적이고 성추행적인 발언을 했다”며 반발했고 광주지방보훈청은 “유감”이라면서도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관장님 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좌석이 없으면 저희 무릎이라도 내어 드려야죠’라고 말했다”고 해명하면서 거짓해명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가보훈처 감사실 담당관과 운영지원과 인사지원담당관 등 2명이 지난 24일 진상조사를 위해 광주에 내려와 감사를 벌였다. 감사결과 “무릎에 앉으라”는 발언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실 관계와 재발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해명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 간부가 26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광주인
▲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성희롱 발언’으로 무릎 꿇고 사과한 광주지방보훈청 간부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광주인
▲ 오월어머니집 한 어머니가 ‘성희롱 발언’을 공식 사과한 광주지방보훈청 간부를 안아주고 다독이고 있다. ⓒ광주인

(사)오월어머니집의 입장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금번 국가보훈처 간부의 우리 관장님에 대한 성희롱 발언에 대한 문제를 지난 5월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이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작금의 현실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집의 회원들은 80년 5월부터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위대한 광주정신으로 쓰다듬고 안아주었던 모정 그대로 그 누구라도, 그 누구의 자식이라도 내 자식, 내 형제자매라는 생각을 한 순간이라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국가보훈처 측의 진실한 사과와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수립 등을 바라며 이것이 수용된다면 광주정신을 누구보다 몸으로 체득해오신 숭고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너그럽게 용서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관용과 용서,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 온다면 금번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칠 것이며 따라서 국가보훈처도 해당 간부에 대한 징계를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게 사건을 종결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어머니집에서는 금번 사건과 관련하여 공동대응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여성단체 등에게 양해를 구해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이나 기타의 활동을 자제할 것이며 언론이나 지역여론에 더 이상의 사건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자 합니다.
2016년 5월26일
(사단법인)오월어머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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