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간부, 5.18기념식장에서 성희롱 발언
오월어머니집 관장에게 "내 무릎에라도 앉으라"

국가보훈처 소속 한 간부가 지난 18일 5.18기념식장에서 5.18단체 여성대표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월어머니집과 5.18단체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제36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장에서 (사)오월어머니집 노영숙 관장이 보훈처 소속 과장급 한 간부에게 제주4.3유족 대표단의 좌석배치를 조정을 요구하던 중에 “자리가 없는데 제 무릎에라도 앉으라”고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8일 36주기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장에서 일부 유족들의 항의로 쫓겨나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차량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인

이와 관련 오월어머니집과 5월단체들은 “곧바로 문제제기를 하려다가 5.18항쟁 36주기 기념식장이고 많은 추모행사 일정들 때문에 미루다가 내부 논의를 거쳐 뒤늦게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보훈처 간부의 ‘성희롱’ 발언은 지난 18일 오전 10시 36주기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 바로 직전에 발생했으며 노 관장과 함께 김아무개 광주광역시 소속 여성간부도 즉석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해당 간부는 사과하지 않았던 것.

오월어머니집은 “국립5.18민주묘지 기념식장에 제주4.3항쟁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 4.3항쟁여성회(회장 오정희) 등 4.3단체 대표단이 참석했는데 국가보훈처가 이들의 좌석배치를 행사장 뒤쪽으로 해놓은 바람에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성희롱 발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즉 노영숙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4.3대표단의 좌석을 앞 쪽으로 변경하기 위해 행사장 맨 앞 쪽에 앉아 있던 5.18단체장 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현장에 있던 보훈처 해당 간부에게 협조를 요청하자 “자리가 없는데 제 무릎에라도 앉으라”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것.

이를 들은 노 관장이 해당 간부에게 “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그런 상식 없는 발언을 하느냐. 성희롱적인 그런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항의했고, 바로 옆에서 발언을 들은 김아무개 광주광역시 간부도 “제가 있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할 수가 있느냐”고 강하게 문제제기했으나 해당간부는 사과하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노 관장은 “곧바로 5.18기념식이 시작되었고, 국가기념일의 엄숙한 추도식 현장에서 큰소리를 내어 항의하는 것도 민망하겠다고 판단하여 대응을 자제하면서 그 현장에서는 일단락되었다“고 경위를 밝혔다.

오월어머니집은 “오월어머니집의 관장 이하 어떤 어머니를 무릎에 앉히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멀리 바다를 건너오신 제주도의 4.3항쟁 여성회장님을 앉히고 싶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고 엇나간 보훈처 간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막아 국론만 분열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보훈처 간부가 엄숙한 추도식장에서 5월단체 대표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공개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광주지방보훈청 한 관계자는 22일 오후 <광주in>과 통화에서 “오늘이 휴일이라서 당장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18일 기념식장에 많은 직원들이 배치되었기 때문에 해당 직원의 소속과 사실여부는 월요일(23일)이 되어야 자체적으로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오월어머집과 5월단체들은 보훈처 간부의 ‘성희롱’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오는 23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열고 ‘해당 간부 문책’과 ‘보훈처장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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