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없이 정권교체 없다

집 앞에 손주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다. 개학하자 바로 반장선거를 했는데 열기가 뜨겁다. 후보는 띠를 두르고 교문 앞에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 꼬마 운동원들은 후보의 이름과 기호를 외친다. 공약이 적힌 홍보물도 돌린다. 민주주의 훈련이다. 정말 귀엽다.
 
4월 13일이 총선이다. 외국에 사는 딸 집에 가기로 한 친구에게 투표하고 가랬더니 두말하면 잔소리란다. 출장 가서 기권한 아들과 한 달간 말도 안 한 친구도 있다. 투표는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는 국민의 권리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순한 양이다. 이유는 표 때문이다. 못된 인간들을 칼처럼 낙선시키면 절대로 못된 짓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 그건 바로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 투표 안 하는 우리 국민들 고생해도 싸다. 무슨 얼굴로 정치인들 욕하느냐는 지적은 옳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대표 SNS 갈무리

공천이 이렇게 개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타락한 것은 처음 본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싸움질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투표 안 하면 싸움질하는 놈이 다시 당선된다. 그런 인간은 가차 없이 낙선시켜 정치에서 쫓아내야 한다.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투표가 귀찮을 수도 있다. 휴일이니까 놀러 간다는 유권자도 있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 보자. 내가 안 찍은 표 하나 때문에 못된 놈이 국회의원 되면 어쩌나. 지금 하는 짓거리 보면 어떤 놈이 나쁜 놈인지 훤히 알 수 있다. 잘 보고 있다가 떨어뜨려야 한다.
 
■ 투표 안하면 처벌

 
생각 같아서는 강제로 투표하도록 했으면 좋겠지만, 투표 안 하는 것도 권리라고 떠드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투표 안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나라도 있다. 투표율 94.8%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호주의 경우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20-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벌금을 안 내면 감독에 보낸다. 브라질은 최저임금의 3~10%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공직 제한, 여권발급을 금지한다. 아르헨티나도 벌금과 3년간 공직을 못 맡는다. 징역은 심하지만, 벌금은 내도록 했으면 한다.

OECD국가의 평균투표율은 71.4%다. 우리는 얼마일까. 평균 투표율은 56.9%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투표인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 총선 투표율은 95.5%였다. 그러면 왜 지금은 이 지경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흔히 ‘그놈이 그놈’ ‘뽑아봤자 모두가 도둑놈’ 등등의 냉소적 국민감정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나고 정치적 무관심이 마치 지식인인 것처럼 생각하는 어쭙잖은 우월감이 투표율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맹랑한 생각인가. 내가 부려 먹을 머슴을 고르는데 어떤 놈도 좋다는 생각이라면 이게 가당키나 한 생각인가. 바보천치라도 그런 짓은 안 할 것이다.
 
■ 나라꼴 좀 보라
 
나의 조국이지만 오늘의 현실을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어떤 것을 지적해야 할는지 막막하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살 만하다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다. 굶어 죽지 않으니 사는 것인가.
 
다른 거 다 그만두고 한 가지만 말하자. 도대체 남의 귀한 자식 군대 데려가면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개죽음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적과 싸우는 무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병사의 몸을 보호하는 방탄복으로 부정하는 인간들은 어느 나라 인간인가.
 
북한의 철갑탄을 막는다는 방탄복이 뻥뻥 뚫린다. 이유는 부정 때문이다. 더 할 말이 없다. 귀한 자식 군대 보내고 부모들이 마음 놓고 잠 잘 수 있겠는가. 군의 최고 영예인 장군이 ‘똥 별’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선거 얘길 시작했으니 계속하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공천 때문에 넋이 나갔지만 이래가지고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지 한심하다. 부당한 공천이라고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가 하면 객관적으로 가장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후보를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를 쓰고 공천을 안 주려다가 결국 탈당시켰다. 
 
당 대표가 화가 날만 하다. 바지저고리다. 가만있으면 이건 당 대표도 아니다.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 대표가 옥새(당의 직인)를 가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도장 안 찍으면 다섯 명이 출마를 못 한다.
 
■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새누리당이 아수라장이다. 줄줄이 탈당해서 과반의석도 무너졌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으로 몸이 떨릴 지경이다. 콘크리트 지지라는 대구 경북에서도 지지율은 수직으로 낙하한다. 새누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가. 이한구인가. 이한구야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
 
유승민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김무성도 이 말을 받아 복창했다.
 
‘이것은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라는 유승민 김무성의 말을 들으며 비단 그의 가슴에만 꽂히는 말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가슴에 꽂히는 말임을 안다. 이 말은 들어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아니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밀어붙일 누구도 존재하지 않을 오늘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과 ‘안보’다. 대통령은 얼마나 절실하게 말을 하는지 몰라도 국민의 가슴에는 꽂히지 가 않는다. 국민이 공허하게 듣는 말이 얼마나 힘을 갖겠는가. 국민은 답답하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하는 경제 살리기나 민생이나 안보는 국정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유승민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증오가 한국의 정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현상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이 된다.
 
■ 투표는 가장 무서운 채찍이다
 
일제가 한국을 강점했을 때 그들이 한 말이 있다. ‘조선 놈들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고 했다. 짐승 취급을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반성할 것은 없는가. 매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절 독재자들은 민주투사들을 잡아다가 주리를 틀었고 물고문으로 목숨까지 빼앗았다. 숨죽이고 살았다. 그러나 참는 것도 정도 문제다.
 
국민들은 4·19와 5·18로 저항했다. 국민은 얼마나 많은 목숨을 잃었는가. 아직도 더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아니다.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된다. 방법은 투표다. 투표로 훌륭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정치를 바꾸는 것이다.
 
국민들은 일상을 통해 어떤 정당이 나라를 망치는 못된 정당이며 정치인인 줄 다 알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온갖 감언이설을 다 쏟아낸다. 이를 분별해 낼 능력을 우리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정치가 이 모양인가. 이유는 한가지다.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하나 투표 안 한다고 무슨 영향이 있으랴. 아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백이 된다. 좋은 후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찍어야 한다. 좋은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지지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나쁜 짓 하면 절대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못된 짓 못한다. 투표처럼 무서운 채찍은 없다. 투표해야 국민 대접을 받는다.
 
인간대접 받기 싫고 국민대접 받기 싫으면 투표 안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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