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옳고 그른 것은 알아요 


■나는 알아요

아! 슬퍼요
아침하늘이 밝아 오면은
달음박질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녁놀이 사라질 때면 탕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침하늘과 저녁 놀을
오빠와 언니들은 피로 물들였어요.  


오빠와 언니들은 책가방을 안고서
왜 총에 맞았나요  

도둑질을 했나요
강도질을 했나요
무슨 나쁜짓을 했기에
점심도 안 먹고
저녁도 안 먹고
말없이 쓰러졌나요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잊을 수 없는 4월 19일
학교에서 파하는 길에
총알은 날아오고
피는 길을 덮는데 외로이 남은 책가방
무겁기도 하더군요  

나는 알아요
우리는 알아요
엄마 아빠 아무 말 안해도
오빠와 언니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를.

오빠와 언니들이 배우다 남은 학교에
배우다 남은 책상에서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4·19 당시 수송초등학교 학생이던 강명희가 쓴 시다. 많은 국민이 이 시를 읽으며 울었다.

당시 한성여중 2학년이었던 진영숙은 시위를 떠나기 전 부모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어떤 예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마는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광복을 위해 기뻐해주세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 ⓒ팩트TV 갈무리

진영숙은 그 날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쏘라고 준’ 총에 맞아 숨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이들이 무슨 철이 들었겠느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 닫아라. 화랑관창, 유관순 열사도 모두 10대들이었다. 6·25때 학도병들도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는가. 이 글을 읽으면 그런 말은 못 할 것이다. 머리만 있고 뇌는 없는 어른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19 날 제일 먼저 시위에 나선 것은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들이었다. 대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오전 8시 30분경 동대문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고 때를 같이하여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이 종로에 진출했다. 이어 9시경에는 법대와 약대, 수의대, 치의대 등 거의 모든 단과대학이 합류했다.

다소 늦게 합류한 의대생들은 흰 의사가운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는데 이들 구호는 "학우들이여, 메스를 들어라! 썩은 정치 수술하자!"였다. 이들은 후에 총 맞은 학우들을 메고 뛰었다.

오후가 되자 학생시위대는 수천 명이 몰려나왔고 오후에 이르러 숫자는 10만 명에 이르러 도심을 가득 메웠다. 초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왔다. 독재와 부정선거의 원흉인 이승만 정권의 숨통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광화문, 4·19 때 그 자리

태산을 삼키는 산불을 봤는가. 친일 국정교과서 반대투쟁이 미미한 산불로 보이는가. 번져 나가는 불길이 보이지 않는가. 어떤 변명과 억지와 궤변으로도 저들의 역사 쿠데타는 설 자리가 없다. 간도 쓸개도 없는 인간들이 아무리 입에 거품을 물어도 소용이 없다. 국민들을 바보로 여겼다면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후회할 것이다. 아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산은 불타버렸으니까.

점잖아서 그런지 별로 말씀을 안 하시던 대학교수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권이 만드는 역사 교과서에는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역사교수들의 결의가 산불 번지듯 타오른다. 아래는 10월 17일 현재 보도된 거부성명을 낸 대학이 이루 다 셀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황교안·황우여의 잔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 부산대-전남대 교수들도 "집필 거부", 전국으로 확산
· 외대-성대-서울시립대-중대 교수들도 "집필 거부"
· 이대-서울여대 교수도 집필 거부. "집필 거부 교수 2천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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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총학생회, 국정 국사교과서 '저지 선언'
· 고대 사학과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 연대 사학과 교수 전원,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그러나 성명이 문제가 아니다. 더욱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눌리던 풍선도 더 이상 눌릴 수 없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온갖 불법과 비리, 편가르기, 불평등, 불공정으로 가슴이 타들어 가던 국민들의 가슴이 폭발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박근혜 정권의 3포, 5포, 7포 시대를 살아온 젊은이들의 자포자기는 타오르는 불길 앞에 놓인 화약이었다. 역사왜곡은 심지였다. 더구나 관리라는 자들이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폄훼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침묵한다는 것이 바로 정신적 노예를 자인하는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는 고3 학생의 참담한 심정을 읽어보자.

“저는 광명에 사는 고3 남학생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업하시는 역사 선생님 모습이 멋져서 역사교사라는 길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고2 때 한국사를 수능 과목으로 정하고 법과 정치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지켜진 과정을 배우고 법과 정치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참 멋지더라구요. 그대로만 정치를 했다면요. 수업시간에 저는 저항권을 배웠고, 4·19 민주이념을 배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같은 일에 사학도의 사명감과 정치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대자보를 붙이게 됐습니다.

대자보에도 썼지만, ‘애들이 무슨 정치야, 대학 갈 노~오력이나 하라’는 어른들께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가 미성년자라 선거권은 없지만 참정권은 있다’라구요.”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가 15일 공개한 ‘광화문 교복소녀의 작은 행동 큰 울림’이라는 제목의 보도 영상이 화제다.

영상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님, 저희는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한 여학생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영상 속 주인공은 서울 삼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다혜 학생이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3일 동안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시민들을 만났다. 광화문을 지나던 시민들은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인사를 건네거나 음료수 등을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이다혜 학생은 영상에서 “역사는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의견이 모여 이루어지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게 되면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1인 시위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인 시위를 하는 것을 선생님이 안다고 해도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라고 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다혜 학생은 “대통령님 저희는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초중고 역사선생님 2,000명도…이제 선택은 대통령

드디어 무서운 일이 시작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한 10대 청소년들의 눈빛이 빛난다. 꽉 다문 입에 결의가 넘친다.

‘우리도 옳고 그른 것은 판단할 줄 안다’는 야무진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10대 청소년들과 싸워야 할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발휘될까. 거대한 물결을 막을 방법이 없다.

김무성은 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무시하는 게 아니다. 김무성은 좌파역사 책이라는 걸 읽어보기나 했는가. 겸손해야 한다.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제 국정교과서 강제하는 것은 유신잔당 세력과 ‘역사 바로 세우자’는 국민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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