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정치 끝내려는가

자해범들의 모습을 가끔 본다. 한강철교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배를 가르겠다며 허연 배에다 칼을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

절박한 심정은 안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는가. 거의 실패다. 그들의 행동이 목격자들에게는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해든 자살이든 공감이 중요하다.

며칠 전 안철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저런 자해범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머리로 결단했을 행동을 자해로 평가한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도리가 없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도 포함될 것이다.

▲ 안철수 의원. ⓒ팩트TV 갈무리

지금 국민의 대부분은 친일 역사교과서 유신쿠데타를 반대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속해 있는 정당도 마찬가지다. 당은 온 힘을 모아 반대투쟁을 하고 당대표는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다.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수구세력은 X개끼, 씨XXX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퍼붓는데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혁신을 주장하며 김을 뺐다. 타이밍도 정확하다. 역시 머리는 대단하다.

안철수는 도대체 누구인가. IT라면 모든 젊은이의 이상과 보람을 담은 꿈이었다. IT분야의 선구자로 등장한 안철수는 만사형통의 마술사 같았다. 가끔씩 툭툭 던지는 애매모호한 정치적 발언은 그를 정치개혁의 선구자로 만들었다. 더구나 인기절정에서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고 그의 인기가 하늘이 낮을 지경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대통령의 의자가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긴 얘기는 말자. 그는 대선후보를 중도 사퇴했다. 투표일 날 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대로에서 샛길로 빠진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안철수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는 어느 누구라도 비판할 자유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도 넘어서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그러나 안철수의 언어로는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신적 뿌리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임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지도력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넘어서는 지도자로 자신을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국민의 생각과 유리된 지도자의 생각은 공허하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과거를 조명해 보는 것처럼 정확한 것은 없다. 안철수 의원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무엇이 남아 있는가. 공허한 말만이 무성하다. 한 가지만 말하겠다. 마치 혁신에 귀신이 씐 사람처럼 혁신을 노래하지만, 자신이 당대표일 때 뭘 했는가. 그의 말은 알맹이가 없고 공허하기가 풍선 같다. 당력을 모아 대여투쟁을 할 때 그는 늘 딴전이다. 좋다는 머리는 두었다가 뭐에 쓰려는가.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으로 함께 신당을 추진하던 유능한 정치인이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돌연 민주당과 합당하자 결별했다. 그는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하는 안철수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답을 요구했다.

"오늘 안 의원의 기자회견이 새정련 혁신에 대한 확신과 투지인지, 안되면 탈당한다는 각오인지, 입지 확보용인지 솔직하게 듣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그는 안 의원에게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뭐라고 답변을 할는지 역시 궁금하다.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한다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옛말에 되는 집안엔 사람이 모이고 안 되는 집안엔 사람이 떠난다고 했다.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라 할지라도 요즘 안철수 의원의 주변을 보면 무척 속이 상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냉정해야 한다. 그는 한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지도자가 아닌가.

■정치는 국민과 함께

사람의 마음이 모두 하나같을 수는 없다. 인간의 다양성이야말로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이걸 알아야 한다. 지금 국민의 대부분이 국정교과서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친일역사 교과서이며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친일세력들의 과거에 면죄부를 주려는 기도다.

이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비주류 의원들은 그런 것은 상관 없다. 그저 당의 분란을 일으켜 문재인 흔들고 그가 실패하기만은 바란다. 그게 제1의 목표다. 그 뒤에 김한길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김한길이 누구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력을 집중해서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다. 당대표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의원이 반대집회를 하는데 안철수 의원이 하는 행동은 난감하다. 당의 혁신이 잘못됐다는 봉창 두들기는 소리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이것이야말로 역사교과서가 왜곡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친일역사 교과서 반대를 외치는 역사학 교수들과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안철수 의원 귀에는 모기 소리로 들리는가.

안철수의 정치생명도 이제 시각을 다투고 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를 생각하는 것인가.

그러나 아직도 기회는 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 기대를 접지 않은 국민들도 상당하다. 제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마치 자신이 ‘혁신의 화신’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혁신은 이미 당에서 혁신위원회를 통해 마련하지 않았는가. 당을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 그다음에 필생의 꿈인 대선에 도전하면 된다. 그러면 새롭게 태어난 안철수를 국민들은 지지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제 서투른 자해행위를 중단하는 게 옳다. 국민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을 다 보았다. 옷을 입어야 한다. 그게 안철수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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