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살아 생전 그 강, 손 꼭 잡고 건너오
광주출신 감독, 독립영화 사상 최고 흥행 눈앞 
전 세계 배급·국제영화제서도 잇단 초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극장가에 입소문만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가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팔팔한 청춘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을 앞둔 노부부의 이야기다.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제작한 진모영 감독. ⓒ진모영 감독 제공

늘 커플 옷을 입고, 막 연애에 빠진 사람처럼 손을 잡고 살아가는 노부부다. 서로를 쳐다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는 커플,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이야기다.

나이 먹고 늙어 웬 사랑타령이냐며 남사스럽고, 우세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인생은 육십부터라니, 새삼 그 노부부의 사랑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없이 사는 일은 공허하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고 의무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묵직한 감동이 마음에 얹힌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을 것인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것인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한마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잘 만들어진 영화다. 삶에 앵글을 맞추고, 인생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저예산의 영화가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영화중 박스 오피스 1위다. 독립다큐멘터리로는 대단한 일이다. 전국 157개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첫날 관객이 독립 다큐멘터리의 흥행지수인 1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15일 현재 30만 명을 넘었다. 이는 독립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관객 수다. 워낭소리를 넘어 독립 다큐멘터리의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든 이는 진모영(45)감독이다. 자랑스럽게도 우리 고장 출신이다. 해남이 고향이다. 광주에서 문성고와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연출공부를 한 뒤 프로덕션 피디로 오랜 기간 동안 방송 일을 했으니 나름대로 지독한 훈련을 한 셈이다.

▲ 진모영 감독(맨 왼쪽)이 고 조병만(98) 할아버지와 강계열(89)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모습. ⓒ진모영 감독 제공

하지만 방송일은 늘 허수했다. 열심히 일은 했지만 남는 것이 없었다. 공들여 만든 작품은 판권과 소유권이 모두 방송사나 프로덕션에 있었고, 남는 것은 빈손이었다. 게다가 자본의 주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기 일을 할 것인가, 남의 일을 대행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방송 일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창작에 대한 갈증과 생활인 사이에서 고민하다 과감히 꿈을 좇아 방송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2011년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 삶의 진솔한 모습들. 그런 이야기가 들어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갈망이 오늘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들었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기대했을 부모님이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는 않았을까? “내심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모르지만 내색은 하지 않으셨다” 진 감독의 답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2년반 동안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제작비용은 1억 5천만 원. 처음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사랑이야기로 시작하려 했지만 도중에 변수가 생겼다. 할아버지가 운명하신 것이다. 예정에 없던 일이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었다.

“그럴 때는 참 아찔합니다. 한분이 운명하셨으니 제작을 중단하거나 수정해야만 했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그대로 담아 냈습니다. 할아버지의 운명에 대비하는 할머니의 자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으니까요.”

▲ 생전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진모영 감독 제공

진 감독은 그렇게 영화를 완성했다. 그의 시선이 따듯하기 때문이다. 하긴 영화를 찍다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 없다. 어느 하나 더 어렵고 덜 어려운 게 없다. 모든 것이 다 어렵다고 그는 고충을 토로했다. 기획에서 시나리오, 제작, 촬영까지. 하긴. 인생을 담는 일이고,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이니 어찌 어렵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다보니 그만큼 주목을 끌지도 못한다. 하지만 진 감독은 독립다큐멘터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진실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소수자의 삶에 시선이 많이 갑니다. 또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많습니다. 저는 소외된 한국인의 이야기를 찍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고달픈 삶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끌어내고 싶습니다.”
자신을 다큐멘터리스트라고 말하는 진모영 감독. 다큐멘터리는 실제 인물을 다루고,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만이 갖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프랑스 유수의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전세계 배급을 앞두고 있다. 또 선댄스국제영화제와 산타바바라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을 받아 놓고 있다. 그는 벌써 다음 작품을 찍고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 머구리 잠수부로 살아가는 어느 탈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30%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진모영 감독.

진 감독은 자신의 부모님께 ‘남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지만 주저 된단다. 내용에 부부간의 사별이 담겨 있어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보여드릴 심산이란다.

어쨌든. 힘내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리고 우리 모두 힘내자. 그리고 사랑하자. 우리, 허벌나게 사랑하자. 삶은 잠깐이려니, 지금 당장 사랑하자!

** 윗 글은 <광주시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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