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막 내릴 때 아직 멀었나 

청와대가 제정신이 아니다. 심하다고 생각지 마라. 난장판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지는 않았다. 하루도 조용히 지내는 날이 없다. 기록을 못 할 정도로 끝이 없고 한이 없다. 국민이 불안하다. 청와대가 어떤 곳인가. 비행기의 엔진과 같은 곳이다. 이상이 생기면 추락한다. 지금 청와대의 모습을 어느 누가 정상으로 볼 것인가.

총체적 혼란이라고 하면 점잖은 평가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난장판을 보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너그럽게 봐 줬을지도 모른다. 하나 날이 갈수록 꼬여간다. 점점 더해 간다. 정권의 심장부에 어떻게 고르고 골라 저런 인물들만 모아 놨단 말인가. 하늘이 이 나라를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여 야 정쟁으로 몰고 가라.’

▲ ⓒ청와대 갈무리

국회에서 벌어진 통탄할 코미디를 보자. 문화체육부 체육국장이라는 자가 장관에게 쪽지를 전했다. ‘여야 정쟁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카메라에 잡혔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존경을 못 받아도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장관에게 국정 현안을 따져 묻고 있는데 이따위 메모를 보내는 국장이라는 자의 심장은 쓰레기로 만든 것인가. 이게 박근혜 정권의 실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중앙부처 국장이라면 고급공무원이다. 머리에 무엇이 들었기에 이 따위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가. 입에 담기도 두려운 ‘개판’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공무원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가슴은 있되 영혼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할 말 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할 말 하는 장관도 있었다.

유진룡은 참여정부 때도 허깨비 관리가 아니었다. 따르는 직원들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이런 관리들이 붙어나지 못하는 나라의 장래는 암울하다. 충신이 없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을 보았는가.

대통령이 장관을 불러 문체부의 특정 국·과장 이름을 거명하면서 교체를 지시하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 더군다나 ‘이 사람들 나쁜 사람이라더라’고 했다니 대통령이 할 일인가. 국민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문체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정윤회 딸의 승마경기 결과는 급기야 대통령의 통치능력과 국민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했다.

사람은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세상에 어느 나라 대통령이 일개 국장과 과장을 ‘카더라’ 평가를 잣대로 목을 자른단 말인가. 경박함인지 한가함인지 국민은 이해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새누리를 지지하지도 않았고 박 후보를 지지도 하지 않았고, 다음에도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을 떠나 이제 나라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롭다. 이 말은 요새 도처에서 듣는 소리다. 서북청년단이 뭐라고 하던 어버이 연합이 무슨 소리를 하든 나라가 위기라는 탄식은 국민들 공통의 소리다. 청와대만 눈을 감고 귀를 딛고 있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이상돈 교수의 충언이 가슴에 박힌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이상돈 교수를 배신자라고 할지 모르나 그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들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설사 그가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하더라도 개인의 이익 때문이 아님을 국민들은 안다. 이교수의 걱정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박대통령의 붕괴된 리더십’이라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온 국민이 안방이건 식당이건 간에 정윤회, 최태민, 박근혜를 입에 올리지 않겠느냐. 그런 꼴이 돼버렸다. 대통령에 무슨 신뢰가 있겠느냐. 신뢰가 붕괴한 것이다. 한심한 것이다"

"나는 박 대통령이 풀어나가지 못한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그 사람들, 3명 문고리 권력을 사퇴 못 시킨다"

■국가 기강의 붕괴. 민심이 떠나간다.

전임 대통령 이명박이 나라 꼴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설명이 필요치 않다. 한마디로 만신창이다. 이런 정권을 이어받은 박대통령은 출발부터 불길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만신창이를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도 불행한 대통령이고 재수 없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어쩌랴. 물릴 수 없는 운명이고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잔이다.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4대강을 비롯한 자원외교를 한답시고 낭비한 혈세는 얼마인가. 상대국 관리들에게 고맙다고 안겨 준 사례금이 몇천억이라니 제정신 가진 대통령인지 판단이 안 선다. 이런 정권을 물려받았으면 비장한 각오를 했어야 한다. 어떤가? 지금의 이 나라 모습은. 이명박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민심은 보이지 않으나 그 무게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42%는 긍정 평가했지만 48%는 부정 평가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민이 점점 희망을 상실해 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해를 해 주려고 해도 안 되는 오늘의 국정 난맥상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과거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했겠는가. 진작에 다 옷 벗었다"

"국민들이 다 비웃고 있다"

이상돈 교수의 말을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304명의 죄 없는 생명이 바다속으로 사라진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수행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을 친 국민들을 생각해 보라.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입에서 작심하고 나온 말은 ‘찌라시’였다. 왜 국민들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찌라시’에 내용을 믿고 흔들리느냐는 의미일 것이다. 왜 국민들이 정부의 말은 믿지 않고 언론의 찌라시‘보도를 믿느냐는 항의성 섭섭함일 것이다. 여기서 국민들이 묻는 말이 있다. 왜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가.

어떤 원인도 정부가 제공하지 않는데 국민이 정부 말을 믿지 못하는가. 여기서 이런저런 증거를 대면 사람 꼴이 우스워진다. 과연 대통령은 정부가 지금까지 국민에게 한 거짓말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대통령이 모르도록 어느 누가 옆에서 조언 했단말인가. 그것이 바로 ‘문고리’라고 국민은 믿고 있다.

찌라시‘라는 말과 ‘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다짐과 결의에 국민들은 말을 잃는다. 문고리가 그토록 대단했던가. 이제 청와대에는 십상시와 문고리만 남는다고 국민은 믿는다. 문고리가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국민은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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