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애국심을 시험하지 말라

갈비 14대가 부러졌다. 내장이 파열됐다. (표현이 죄송하다) 윤일병은 ‘구타치사’라고 한다. 쉬운 말로 바꾸자. ‘패 죽인 것이다’ ‘오뉴월 복날에 개 패듯 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이 말복이다. 눈을 감으면 처참하게 매 맞는 윤일병의 떠오른다. 어렸을 때 기억이다. 복날에 개를 목매달아 놓고 몽둥이로 패 죽였다. 그래야 고기 맛이 좋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를 뒤따라 수장됐다. 예상한대로다. 야당을 믿었나. 믿기보다는 혹시나 했다. ‘역시나’다. 믿기는 개뿔을 믿어? 담 넘은 도둑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군 생활 중 귀에 박힌 소리다. 친구들끼리 묻는다. ‘너의 애국심은 몇 점이나 될 것 같은가’ ‘애국심 좋아 하시네’ 1초도 넘기지 않고 돌아오는 대답이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너의 애국심은 몇 점이나 되느냐고.

국가의 위기다. 애국심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 살고 못 사는 건 팔자소관이라 하고 어느 때나 존재했다. 허나 타고난 명대로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정의와 도덕이 이토록 실종된 시대는 없었다. 왜 정의와 도덕성이 사라졌는가. 바보 같은 질문인가.

육군참모총장 목을 날린다고 끝 난 것 같은가. 바보처럼 순진하다. 이제 대놓고 대통령의 이름이 대포집 안주로 오른다. 정치 지도자라는 인간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이 지경이 된 마당에 애국심을 요구하다니 염치도 좋다. 국민을 왜 무시하는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는 살겠다고 몸부림친다. 그러다가 낚시 줄을 끊으면 산다. 지쳐 포기하면 끝이다. 인간도 같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전두환 독재도 자유를 갈구하는 국민의 저항으로 무너졌다. 무릎 꿇고 죽은 듯 살았으면 아직도 독재의 노예다. 지금 국민이 지치기를 기다리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는 정권의 속셈은 유족들이 물고기처럼 지치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간교한 속셈과 같다. 윤일명 구타치사도 그냥 덮고 넘기면 잊혀질 것이라는 간계가 있다. 국민이 지칠 수 있다. 그러면 국민은 어떻게 되는가. 애국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애국심을 상실한 국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애국심을 요구할 수가 없다

국민의 가슴에서 애국심이 사라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나 국민을 나무랄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공직자들까지 국민들이 나라를 사랑할 마음이 생기겠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과거는 일일이 거명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끔찍한 사고를 보면 애국심이 생기려다가도 사라질 것 같다.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신주처럼 떠받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광화문에 동상으로 우뚝 서 있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정치인들은 위기를 당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을 입에 올린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충무공의 말도 빼놓지 않는 메뉴다. 요즘 영화 ‘명량’이 큰 울림을 주며 상영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명량을 입에 올리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새삼스럽게 충무공을 추앙한다. 박대통령도 봤단다. 제발 충무공의 애국심과 위업을 말하지 말라. 당신들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국민의 가슴에서 애국심이 사라진다. 충무공이 통곡을 한다.

이유를 아는가. 당신들의 말 한마디마다 추악한 악취가 풍긴다. 충무공 동상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가수 김장훈을 이순신 장군은 내려보고 계시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지금 어떤가.

젊은이들 치고 군대 안다녀 온 사람은 ‘신의 아들’이라는 별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22사단 GOP 총기 살해 사건과 28사단 윤일병 구타살해 사건을 보며 과연 애국심이 생기겠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이를 보는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이 생기기를 바라는가. 대한민국에서 살기 싫다는 청소년들의 울부짖음을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라를 사랑하라고 할 염치가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특별법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에게 입법을 지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이 보면 안 되는가. 입법은 국회 소관이기 때문이라 그런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윤일병이 맞아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 은폐했다는 것은 지금 명백한 사실로 밝혀졌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대장출신 국방장관의 저 모습을 보며 어느 누가 군대를 갈 생각이 나겠으며 군에 입대해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나라를 지킬 생각이 나겠는가.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다.

희망을 보이면 애국심도 생긴다

육군참모총장이 군복을 벗었다. 경찰청장이 사표를 냈다. 그것으로 끝인가. 국민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 책임은 확실하게 저야 한다. 윤일병의 야만적 구타살해 사건을 소상하게 보고 받았음에도 이를 은폐한 김관진이 무사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대통령의 총애 때문이라면 더 더욱 아니다. 당연히 김관진은 사퇴해야 한다. 파면해야 한다. 직무유기다.

지금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고위공직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오늘의 한국을 너무 태평성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국민들의 가슴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애국심의 복원없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김관진 실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사관학교 출신이다. 모든 직책을 다 체험했다. 어떤가. 지금 전쟁이 난다면 우리 병사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치리라고 생각하는가. 전시작전권도 없는 대한민국 국군이다. 언제나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한 달 전에 제대한 외손자에게 물었다. 어떠냐 전쟁나면 목숨 바쳐 싸울 것 같으냐. 손자는 그냥 웃었다. 웃는 의미가 이해됐다.

사관학교에서 금기는 거짓말이다. 정직을 생명처럼 여긴다. 책임회피를 하지 않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가. 지적해 주겠다.

- 해병대 총기난사 참극
- 북한군 노크귀순
- 성추행 여군대위 자살 사건
- 무인기 사건
- 임병장 총기난사 참극
- 윤일병 집단폭행고문 살인 사건


더 필요한가. 대통령이 7시간 동안 행방불명인데 뭘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직무유기가 어디 있는가. 진짜 ‘우리가 남이가’ ‘국민이 남이가’ 세월호에서 참변을 당한 우리 애들이 남이가? 개 패듯 때려죽인 윤일병이 남이가? 김기춘은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에 당연히 책임을 저야 하지 않는가?

황교안과 김진태. 평생을 법과 함께 살아 온 인간들이다. 어떤가.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설 용기가 있는가.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이제 국민도 더 이상 참을 방법이 없다. 더 참다가는 국민이 정신이상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제 교황이 오신다. 단식을 하다가 쓰러진 세월호 유족들의 처참한 모습을 볼 것이다. 광장에 모인 수십만 군중들의 눈물을 볼 것이다. 교황도 함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전 세계인이 목격할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자들은 자랑스럽게 느낄 것인가.

아직도 기회는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시해야 한다. 윤일병 사건에 관련된 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비서실장은 이제 그만 내 보내라. 국민들은 대통령 위에 비서실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라인가.

조국을 사랑하는 수천만 국민과 더불어 정치를 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대통령인가. 정치를 잘 해서 대통령이 행복하면 국민도 행복하다.

청년들아.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가. 왜 들리는 소리가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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