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려 갔다. 김영오씨다.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지체하면 죽는다. 모든 인간이 공범이다. 김영오씨가 죽는다면 모두 살인범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높고 낮음의 상관없이 모두 같다.

눈이 뒤집힐 트웟을 봤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다. 누구나 뒈질 자유는 있다” 정신병자가 썼겠지만 미쳐도 참 더럽게 미쳤다. 40일 동안 방관하고 방치한 자들 모두가 쓴 것이라면 뭐라고 할 것인가.

문득 인간의 잔인성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했다. 일본군이 남경을 침략했을 때 ‘닛뽄도’(일본군칼)가 얼마나 잘 드는지 실험하기 위해 사람을 세워놓고 목을 잘랐다고 한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농성장에서 40일째 단식투쟁을 해오다 22일 오전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 중이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동영상이 얼마든지 있다. 관동지진 때 일본인이 한국인을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부모 패 죽인 웬수라도 그럴 수가 없다.

김영오씨가 단식을 할 때 옆에서 몇 번 봤다. 볼 때 마다 말라가는 몸, 종아리를 보면 7살짜리 내 손자만도 못하다. 피골이 상접이라는 말이 있다. 살가죽과 뼈가 서로 붙어 있다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집사람에게 얘길 하니 옆에 사람도 없느냐고 한다. 강제로 입을 벌리고라도 음식을 넣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사람을 생으로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 소리도 못했다.

정치를 모르는 늙은 여자도 TV를 보니까 느낌이 오는 모양이다. 도대체 대통령을 뭘하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을 만나면 단식 중단한다는데 찾아오라고 약속도 했으면서 왜 안 만나냐는 것이다. 국민이 죽어 가는데 모른 척 내버려 둬도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 죄 받는다고 했다. 아무 소리도 못했다.

김영오씨는 병원에 실려 갔다. 의사 말로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른다고 했다. 회복단계에서도 탈이 날수 있단다. 김영오씨는 응급치료 후 다시 광화문으로 가겠다고 한다.

저를 어쩐단 말인가. 정말 그를 살릴 방법이 없단 말인가. 있다. 박대통령이 그를 만나면 된다. 만나서 약속을 하면 된다. 세월호특별법 만든다고 하면 된다. 내 생각이 바보 같은가. 죽는 거 뻔히 보면서 가만히 있는 똑똑한 놈 보다는 바보가 좋다.

역사의 죄인이 두렵지 않은가

죽으면 세상사 다 끝나는 것인데 두려울 것이 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요즘 ‘명량’이 국민 교과서다. 역사의 두려움을 일깨워 준다. 이 나라에서 목에 힘 좀 주는 인간치고 ‘명량’을 입에 올리지 않는 인간이 없고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尙有十二隻 상유십이척)를 외우지 못하는 인간도 없다. 역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 것이다.

오늘의 기록은 역사에 남는다. 어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무슨 짓이라도 마음대로 할 것인가. 국민이 욕을 하든 말든 사람이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죽으면 그만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할 것인가. 자기 후손들이 저게 박근혜 정권 때 정치를 하던 누구의 후손이라고 욕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역사를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째인 22일 오전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을사오적의 후손이 조상의 묘를 밤중에 몰래 이장시켰다는 것은 인간이 명예를 얼마나 두렵게 여기느냐는 본보기다. 국민들은 김영오 씨의 목숨을 건 세월호 특별법 제정촉구 단식투쟁을 연민의 눈물을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이 마치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문인 것처럼 알 정도다. 국민은 이미 무엇이 옳고 그른지 결정을 했다. 바로 이것이 국민이 기록하는 역사다.

이제 청와대나 새누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숨길 수가 없다. 국민의 가슴속에 이미 선명하게 살아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속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눈에는 김영오란 국민의 생명이 한 낫 티끌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이제 김영오 씨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무게로 자리했다. 이유가 뭔가. 바로 그의 행위는 보통 인간들의 마음과 같기 때문이다.

묻는다. 니 자식이 그렇게 죽었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유는 알아야 될 것이 아닌가. 왜 대통령이 저렇게 비정하냐는 국민 여론을 듣지도 못하는가. 비서실장은 뭐하는 자리냐. 국민소리를 제대로 전해야 되는 거 아니냐.

아무리 잔인무도한 인간이라 해도 자식 사랑은 같은 것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