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야당은 없다

몰살이다. 전멸이다. 이렇게 죽이기도 어렵다. 선거는 심판하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고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몰살을 시킨단 말인가. 전젱에 패하면 지휘관이 책임을 진다. 안철수, 김한길은 지금 어디에서 숨 쉬고 있는가.

사퇴했다. 겸허하게 수렴한다고 했다. 뭘 수렴하는가. 문득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본 일본군 포로수용소장 ‘하야가와 셋슈’의 최후가 떠올랐다. 패전이 그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재보선에서 야권의 패배가 예견 됐어도 이토록 몰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김한길은 백의종군 한다고 했다. 어디서 배워먹은 오만방자인가. 누가 백의종군하라고 했는가. 뻔뻔함이 불치병 수준이다. 사퇴가 아닌 은퇴가 답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를 지지한 것으로 아는가. 아니다. 국민이 야당을 응징한 것이다. 안철수·김한길을 퇴출시킨 것이다. 그들이 있는 한 야당은 희망이 없고 그냥 물러날 인간들도 아니고 방법은 이번 선거에 결과로 나타났다. 찍어주고 싶어도 그들 때문에 안 찍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새정치를 상표로 달고 당대표를 하던 안철수는 이제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의 새정치 상표가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진 정치인은 밑창이 달아 빠진 고무신과 같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고 버리는 것이 정상이다.

김한길이야 논의의 대상도 아니다. 그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야당의 오늘은 예견됐다. 그 같은 정치인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아무 의미도 없었다. 국민들이 그런다. 아무리 못해도 저렇게 못할 수가 있는가. 반론을 제기해 보라. 안철수와 김한길의 퇴진은 야당이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무나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가 이겼다고 자만할지도 모른다. 자만한대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 집단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는 김한길과 안철수에게 엎드려 절을 해야 한다. 그들의 헌신이 새누리 승리에 일등공신이라는 데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우선 축배는 들라. 승리는 했으니까. 등산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하산길이다. 정상정복의 취한 다리가 발을 헛디디기 쉽다. 무슨 말인지 아는가.

세월호 특별법 우격다짐으로 넘어 갈 생각은 아예 말라. 정치는 반드시 의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마음과 함께 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빈 깡통이 되는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과 함께 한다면 깡통은 늘 국민의 마음과 함께 철철 넘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올바른 정치,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고 집권능력마저 의심을 받을 지경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야당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신이 이끌던 정당을 깡통으로 만들었듯이 새누리당도 제대로 정신 차리지 못하면 국민에 의해서 안철수 김한길 꼴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승리했다는 오만에 취해 흔들거리지 말고 지금이 바로 정신을 차릴 때라고 생각해라. 잘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국민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남이가

순천 곡성에서 새누리 후보가 당선됐다. 이제 김기춘의 ‘우리가 남이가’는 사라지려는가. 이정현은 26년만에 처음으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영남정권 후보란다. 언론은 마치 영호남의 벽을 허문 영웅으로 묘사한다. 대한민국 예산을 모두 순천 곡성에 쏟아 부을 것처럼 호언장담했다. 거기에 넘어 갔을까. 그럴 수도 있다. 고무신, 막걸리가 위력을 발휘했던 한국의 선거였으니까.

진정으로 영·호남의 문턱을 없앤 선택이라면 순천·곡성은 이 나라 정치사에 금자탑이다. 그처럼 고차원의 선택일까. 헷갈린다.

소인배들에게 흘러넘치는 것은 자만심이다. 새누리는 이번 재보선을 국민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이해하고 과오를 용서했다고 착각할지 모른다. 주호영이나 홍문종의 세월호 교통사고론이나 조원진의 세월호 희생자 AI가축론이나 ‘누가 죽으랬느냐’는 엄마부대나 모두 새누리의 뿌리다. 인간으로서의 대화불능이다. 이런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진짜 원인을 찾아보자. 상대할 적군이 없었다. 이럴 경우 땅집고 헤염 치기란 비유가 적절하고 그 책임은 야당의 지도자들이 져야 한다.

국민은 박영선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들은 눈을 감고 사는가. 귀를 막고 사는가. 천만에다. 알 것은 다 안다. 다만 정치에 대한 환멸이 정치를 등지게 하는 것이다. 저조한 투표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권도 권리라고 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은 정치를 욕하지 말아야 한다. 고생해도 싸다.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은 박영선 의원이다. 많은 권한이 그의 손 안에 있다. 국민들이 그를 바라본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소망을 바라보는 눈길이다. 이 눈길을 외면하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왜 야당이 몰살을 하고 국민이 야당을 외면했는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원인을 알면 해답이 있다. 해답이 있으면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방법대로 하면 된다.

저마다 잘났다는 정치인들이 모인 정당이다. 정당의 개혁은 힘들다. 그래도 대의와 명분이 분명하다면 국민의 지지가 있고 그 힘으로 개혁을 할 수가 있다.

야당의 전멸은 앞으로 더욱 국민을 힘들 게 할 것이다. 처절한 싸움을 진행중인 세월호 유족은 더욱 힘들 것이다. 야당이 없어도 국민은 계속 싸울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제대로 한다면 싸움의 모습이 달라진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권이나 야당이나 존재의미가 사라진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이번 야당의 전멸은 그야말로 살아 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왜냐면 이제 죽으면 아주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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