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다’

요즘 장관후보 오르내리는 사람, 동네 강아지 이름 부르듯 한다. 총리는 별 것인가.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는지 슬프다. 자업자득인가. 총리후보라는 사람이 입에 거품 물고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 원수 갚으러 가는 복수의 화신 같다. 사람 사는 세상 같지 않다.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른 ‘정성근’이란 인물이 있다. SBS 앵커출신으로 ‘아리랑TV’ 사장도 하고 열심히 충성을 하더니 장관으로 지명이 됐다. 원 풀고 한 풀었다. 그러나 아직 남았다. 원수 같은 청문회다. ‘정성근’ 하는 짓이 예절과는 담을 쌓은 것이어서 예의를 접어도 될 것 같다.

지난해 9월6일 정성근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는다.

“최근 종북·파괴주의자들의 준동을 보면서 국민의 선택이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문재인’이었다면? 모골이 송연하다”

▲ 지난 1996년 10월 MBC <출동카메라>가 '음주운전 단속 백태 영상'이라며 정성근 후보자가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도한 화면. ⓒ미디어오늘 갈무리.

모골(毛骨)은 온몸에 있는 털과 뼈이며, 송연(悚然)은 두려워서 몸이 떨린다는 의미다. 한 번 더 해석을 한다면 정성근이란 인간은 위에 말한 문재인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되었다면 온 몸에 뼈와 털이 떨렸을 것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과연 그랬을까. 정성근의 말대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모골이 송연했을까. 거기에다 정성근은 더욱 끔찍한 말을 했다.

“조국·박창신·공지영·김용민…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 대한민국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린다”

이 얼마나 ‘모골이 송연’한 말인가. 정성근이 말하는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에 자유‘가 바로 북한으로 마음대로 이주해서 살아도 된다는 자유인가. 정성근은 당장 북한으로 이주신청을 해 보라. 방송사 앵커를 했고 아리랑 TV사장을 했고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낙점을 받았기에 북한으로 이주가 자유스럽게 허락되는 걸로 안단 말인가. ‘잠입탈출죄’를 아는가. 대한민국의 문화를 관장하는 장관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대한민국 정부의 앞날이 아득하다는 생각에 절망한다.

정성근의 헌법상식

정성근의 기억에는 대한민국 헌법 14조(거주 이전에 자유)가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이전도 포함되는 줄로 아는 모양이다. 다시 공부를 해라. 이래서야 대한민국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1996년 음주운전 단속과정에서 보인 단속 경찰과의 실랑이는 오래전의 일이기는 하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정성근은 음주단속 경찰에게 신분을 밝혔다. 기자 신분을 밝힌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레기’들의 18번 행태다. ‘나 기자야’ ‘기자니 어쩌란 말이냐?’ ‘봐주란 말이다’ 이거 아닌가. 정성근은 왜 기자란 신분을 밝혔는가. 기자가 가진 특권의식은 대단하다. 그 때 정성근은 ‘기레기’였다.

이제 정성근이 장관이 된 후 술 한잔 먹고 음주운전에 걸리면 뭐라고 할까. ‘나 장관이야’ 이럴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쥐꼬리만 한 기자 신분도 과시하는 판인데 장관 신분이야 더 말해 뭐 하겠는가. 농담 아니다. 권력 과시욕에 중독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정성근에게 묻는다. 한심하지만 그대는 문화체육부장관으로 지명 받았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며 시국미사를 주도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서 한 말을 기억한다.

“신부들은 갈등 야기적이며 무늬만 신앙인이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신부들을 경고하고 축출하기 바란다”.

대단한 발언이다. 앞으로 장관으로 정식 임명되면 정성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전전긍긍이다. 48%의 득표를 한 야당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모골이 송연했을 문체부장관의 행보가 어떠할는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교 활동을 지원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종교관련 주무 장관 으로 청문회를 통과하면 처신을 어떻게 하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참으로 사람도 없다.

구구한 변명 치워라. 추하다.

“정치적 야인으로 있던 시절 쓴 글로, 당시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잘못도 자주 지적했다” “여러 글 중에 한쪽 글만 추려내 비판하니 억울함은 있지만, 지적하신 부분 겸허히 받아드린다”

이것이 정성근의 변명이다. 고위공직자라는 자들이 벼슬을 하고 검증을 받게 되면 먼지가 다 털린다. 그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변명이 있다. 과거에 잘못이 있었다 해도 덮어 달라는 것이다. 말단 하급공무원의 사소한 과실이 라면 덮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덮어 줄 수 없는 잘못이 있다.

이번에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된 이병기의 경우, 그는 이른바 ‘차떼기’ 선거자금의 배달원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지시로 5억 원이란 거금을 이인제 야당후보에게 전달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것으로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탈락했다. 그도 이유와 경위가 어찌됐던 사과했다. 정성근과 다를 바가 없다.

이래서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들의 이력서는 빨강글씨로 채워진다. 왜 그들은 용서를 받아야 하는가. 사람이 없어서인가. 김무성과 서청원의 전과 경쟁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하기야 전과 14범이 대통령도 하는 나라다.

제자 논문 베껴먹은 스승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수. 국내 대표 헌법학자로 알려진 정종섭 안정행정부 장관 후보자, 모골이 송연한 정성근. 일일이 따지자면 지쳐 쓰러질 것이다. 문창극의 인생말년이 가엾다. 그밖에 인물들도 벼슬은 잘 해먹을지 몰라도 인생은 막을 내렸다. 어쩌다가 저렇게 됐는가.

새누리당에 저토록 인물이 없는가. 아니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단 말인가. 널리 구하면 인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자신들의 시선이 머무는 좁은 지역에서 사람을 찾다보니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들을 찾으려고 하면 왜 없겠는가. 인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끼리끼리 해먹자는 지역주의와 이기주의가 결국은 나라를 망친다.

일선에서는 탈영한 사병이 난동을 부려 5명의 병사가 숨지고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얼굴을 보며 한국정치는 가슴을 조린다. 슬픈 현상이다. 다 함께 울어야 하는가. 대통령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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