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너희는 언제 편안히 잠 들 수 있겠니

이른 새벽, 밖은 깜깜한데 손에 쥔 신문. 3시면 어김없이 배달되는 신문을 들고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눈물이다.

한겨레신문 오른쪽 상단, 단정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는 어린 얼굴 모습에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이제 보지 말고 읽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데 아침이면 제일 먼저 손이 가고 눈이 가고 눈물을 쏟고야 일을 시작하는 힘든 나날이다.

“다영아, 미안하다.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4월16일, 너희가 구명조끼 입고 서로 격려하며 공포에 떨면서 구조를 기다릴 때, 아무도 너희를 구하려 하지 않았단다. 너희가 자랑스러워하던 대한민국이 말이다. 아직까지 진상규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구나. 팽목항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단다. 너희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과 가족들의 분노, 아픔만 있을 뿐.”

▲ <한겨레>.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아빠가 딸에게 쓴 편지다. 세월호 참사로 아직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애들이 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목석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자식을 살려내라는 게 아니다. 왜 어떻게 죽었는지 그것만이라도 알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제대로 조사해서 알려 달라는 것이다. 죽은 자식들한테 니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이유는 알려줘야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부자 만들어 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약속한다. 국민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흘리는 눈물만은 닦아 주어야 한다. 더구나 그 눈물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흘리는 눈물이라면 당연히 닦아줘야 한다. 그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의무다. 지금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가 정당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부당한 것이냐. 대답해 봐라.

애들은 죽어가는데 영상만 찾는 청와대

사람이 죽어가면 가장 급한 것은 우선 목숨부터 살려놓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되어 가는데 밖에서 해경이나 청와대가 하는 짓은 영상자료 찾는 것뿐이다. 대통령에게 보여야 할 영상자료가 애들의 목숨보다 더 급하단 말인가.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해경 상황실은 “아직 구조 단계는 아니고요 지켜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게 대답이냐. 어떤 모습으로 죽어 가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냐. 지 새끼 죽어가는 모습도 지켜보고만 있을 놈들 아닌가. 어떻게 저런 것들을 믿고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느냐는 탄식은 어제 세월호 국정조사를 보면서 너 나 없이 털어놓은 국민들의 분노다.

정말인 것이 하나도 없다. 실종자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조사에서 새누리 의원이란 자의 행태를 보았을 것이다. 사람 같지 않아서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밤에는 뭘 했는지 까박까박 졸다가 아예 머리를 뒤로 제키고 꿈나라 여행이다. 거기다가 반말을 찍찍 깔긴다. 유족들의 항의에 경비를 찾는다. ‘난 사람이 아니다.’라는 광고판을 얼굴에 달고 있는 꼴이다.

녹취록 잘못 인용했다며 사과를 했는데도 국조위원 사퇴하라고 국조위를 공전시키는 조원진 새누리 간사의 가슴에는 차디찬 피가 흐르고 있는가. 항의하는 유족에게 유족이면 가만있으라니 유족은 항의도 못한단 말이냐. 세월호 참사초기에 죽는 시늉을 하면서 애걸하더니 이제 살 것 같은가. 국민은 절대로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고 박근혜정권도 잊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밖에서 벌어지는 막장드라마는 누구도 쓸 수 없는 최고의 비극이다. 어느 소설가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권은 썼다. 상상을 해 보라. 지금 침몰하는 배 속에서 애들이 죽어간다. 밖에서는 청와대 보고용 영상만 찾는다. 더욱 천벌을 맞을 놈들이 있다. 녹취록에 나타난 상황 그대로다.

해경은 오후 1시 4분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에게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랍니다"라고 보고를 했다. 그러나 불과 26분 만에 "약간 중복이 있다"고 말하더니 오후 2시 6분에는 "370명은 잘못된 보고"라고 말했다. 이어 2시 24분에는 "166명에 사망자는 2명"이라고 생존자 숫자를 바꿨다. 청와대는 이에 "166명이라고요? 큰일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말했다.

뭐가 큰일 났다는 말이냐. 370명으로 보고 했는데 사망인원이 적으니 큰일이란 말이냐. 청와대에 보고했으면 그 인원은 다 죽어야 한단 말이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죽어도 용서 못 할 정권

국정조사장에 수염 기른 해수부장관이 앉아 있다. 구조용 헬기 기다리게 한 장본인이다. 수염도 못 깎으며 고생한다고 폼 잡으러 앉아 있는가.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국민이 내릴 결론은 자명하다. 박근혜 정권은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녹취록을 보면 어느 인간인지 ‘당이 망하게 됐다’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걱정할 것 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지지율 36.1%라고 한다. 놀랍다. 아직도 30%대를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 국민이 너무 착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를 잠시 되돌아보자. 진상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남작 엎드렸다. 잘못 했으니 살려달라고 싹싹 빌며 매달렸다. 대통령이 눈물을 쏟았다.

시간은 간다. 그리고 조금씩 잊혀진다. 죽은 애가 내 자식이 아니라고 그러는 것인가. 국민들의 슬픔도 처음 같지 않다. 새누리가 달라진다. 배짱인가. 맘대로 해보라는 것인가. 국정조사를 받는 자들의 태도와 이를 두둔하는 새누리의 작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원진·이완영을 보라.

아무리 국정조사에서 깽판을 치더라도 이제 국민들이 알 것은 다 알았다. 숨긴다고 그냥 덮어질 것도 아니며 국민들이 용서 못한다. 아무런 조처도 없이 유야무야 된다면 이 나라 국민에게는 희망이 없다. 지지율 30%대의 대통령 통치를 받는 국민들이 가질 희망은 무엇인가.

책임은 회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지라고 있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최고지휘탑은 청와대다. 국정조사로 모든 사실이 백일하에 들어났다. 무척 감추고 싶어 했겠지만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 늘 용서를 하니까 국민을 우습게 여긴다.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정조사장에서의 뻔뻔한 의원들의 모습을 보라. 용서할 인간이 어디 있는가.

지지율이 30%대라면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치판의 정설이다.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집권당의 불협화음을 보면 안다. 마지막 선택이 무엇일까. 이제 억지가 통하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7월 30일. 투표소에 나가는 국민들은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에 담고 가라. 국민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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