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학생 때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요즈음에는 사람들이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간혹 사용한다. 트라우마는 천재지변, 전쟁, 대형사고 등을 겪은 다음 그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망상증을 이르는 용어인 것 같다.

오늘 친구들 여섯 명이 부부모임을 가졌다. 친구들이 모두 70살 먹었으니, 6.25전쟁 때 여덟 살배기들이었다. 내 부모와 식구도 광주에서 삼십 리 떨어진 어머니 고향으로 피란을 갔다. 소가 끄는 우차에 살림을 싣고 가는데 갈 양쪽으로 인민군이 행군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우차 짐 위에 앉아 있었는데, 인민군들이 우리 짐을 총검으로 쑤시면서 검열을 했다. 내 나이배기들은 꼭 트라우마라고 할 수 없어도 그 시절 그런 비슷한 체험을 기억할 때면 치가 떨린다.

▲ ⓒ광주인

방금(30일) 저녁 7시에 근 사십 년을 이어오는 고등학교 동창들 월례회에서 내가, 어제는 금남로 1가 구 삼복서점 앞에서, 오늘은 신역 앞에서 시위에 참가했다고, 오늘은 오천 명이 왔더라고 말하니까, 무슨 일로 시위를 했느냐고, 알면서도 짓궂게 묻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국 이야기로 접어든다.

역사 선생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친구가 설명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하자 미국과 소련(1주간만 참전한 소련)은 섬나라인 일본이 아닌 대륙과 해양을 잇는 한반도를 38도 선으로 갈라놓았다, 김구나 여운영 같은 통일세력을 거세하고 권력욕으로 가득한 야심만만한 김일성과 이승만을 앞잡이로 내세워서 우리 민족의 허리를 잘라서 1,000만 이산가족을 만들어놓았다.

그로 인하여 발발한 6.25전쟁에서는 200만 동포가 몰살당했다, 이제 또다시 한반도전쟁이 일어나면, 핵무기가 아니라 북한 장사포만으로도 남한 수도권은 전기가 끊기고 도시가스가 연쇄폭발하여 쑥대밭이 될 것이고, 북한은 고층건물이 별로 없어서 남한만큼은 피해를 보지 않을지라도, 어떻든 남한백성과 북한인민 2,000만 명이 몰살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피하고 볼 일이라고 역설했다.

늙다리 나도 엊그제 페이스북에다 한반도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내비치니까, 어떤 사람이 별 말을 다한다는 투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형편이 아니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았다. 국제정세에 밝다고 알고 있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라 머쓱하기는 했지만, 바로 얼마 전에 연평도 포격을 당한 일도 있고, 얼마 전 3∼4월만 해도 전쟁위기에 몸서리치던 일 생각하면, 미국의 사정과 속셈도 알 길이 없는 나 같은 나이배기들로서는 도무지 전쟁피해망상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김대중은 한반도를 분단 상태로 관리하려는 부시한테서 ‘This man’(이 사람, 이 작자, 이 자식, 이 새끼)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김정일과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냈고, 노무현도 김정일과 10.4선언을 하고 서해평화특별지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면서 북한을 적으로 삼는 정책으로 돌아서버렸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역시 이명박의 전철을 밟아 오바만가 오마반가 시키는 대로 북한을 적으로 삼고 개성공단을 철폐하는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허리를 잘라놓아 1,000만 이산가족을 만들어놓고, 그로 인한 6.25전쟁으로 200만 우리 민족을 살육한 것도 모자라, 이제 한미군사훈련(전쟁연습)이 입증하고 있듯이, 제2한반도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트라우마를 우리 세대는 겪고 있다.

그런 엄중한 시점에서, 나 같은 겁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국정원과 검찰과 경찰과 더불어 대선에 개입하여 헌법을 무시한 반란죄에 해당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수작업개표를 하지 않고, 총선과 대선에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전산장치(컴퓨터)를 사용하고, 대대적인 개표부정을 저지른 원천적 전면적 100% 불법부정선거를 저질렀어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빌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과 서해평화특별지대건설 합의만 지켜주고, 독일처럼 ‘투표소 수작업개표’ 입법만 해주면, 문재인처럼 국가혼란과 제2차한반도전쟁발발을 걱정하여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만이 하야한 3.15부정선거보다 더 지독한 부정선거였더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시위대들 구호도 대부분 그런 우려와 트라우마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박근혜나 새누리당이나 꼼수와 거짓말로 일관하면, 이거 보통 사태가 아니다.

** 도서출판 <일과놀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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