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생협, 한살림 풍암점 건너편에 50평 매장 개장 예정
한살림, “4년 전에도 매장 근처에 아이쿱 개장해 위기”
“상생 아닌 죽이는 경쟁이 문제”...“매장 철회만이 해법”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에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 간에 지역 매장 개장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

한살림광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은 17일 성명서를 내고 “아이쿱생협에게 생협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래 성명서 전문 참조)

▲ 광주 서구 풍암동 한살림 매장 맞은 편에 50여평 넓이로 개장을 준비 중인 아이쿱생협 풍암매장 건물. ⓒ광주인

한살림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광주 북구 일곡동 한살림 매장 근처에 아이쿱생협이 들어서며 한살림의 매출이 25%정도 급감했다는 것.

한살림과 아이쿱은 조합원제도를 통해 일정 정도 조합비를 출자한 조합원만이 이용가능하다. 그러나 아이쿱이 50평형 규모로 들어서며 베이커리와 정육코너 외에 수입품인 설탕과 커피 등을 판매하며 이중조합가입(한살림 조합원이 아이쿱에도 가입)과 조합탈퇴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또 이듬해인 2010년에는 서구 금호동 한살림 매장 인근에 아이쿱 쪽이 한살림 쪽의 반대에도 대형 매장 개장을 강행해 한살림 금호매장의 경우 결국 문을 닫게 됐다.

▲ 광주 서구 풍암동에 지리한 10평 크기의 한살림 풍암점. 아이쿱 생협이 한살림 매장 맞은편에 50여평 매장을 준비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협동조합 정신과 상도를 벗어난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인

최근 아이쿱은 서구 풍암동 한살림 매장 맞은편에 다시 50평형 규모의 매장 개장을 준비하며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살림과 협동조합운동을 지지하는 지역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살림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협이 매출에 연연하여 상의도 없이 타 생협매장 앞에 대형매장을 개설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지역시민단체 관계자도 “아이쿱의 행태가 생협 내 에스에스엠(대기업슈퍼마켓)이 아니고 뭔가”라며 “아이쿱이 상생이 아닌 죽이는 경쟁을 하려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쿱이 매장 개장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아이쿱을 지역에서 협동조합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살림과 시민단체는 아이쿱 쪽에 풍암동에 들어설 매장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살림은 “매출증대와 규모 키우기의 논리에 급급하여 도덕과 상생을 저버리는 행태는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아이쿱쪽에 상생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아이쿱 관계자는 한살림과 시민단체 등을 만나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합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협 간 매장 개장을 둘러싼 갈등이 어떤 상생의 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살림광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성명서 [전문]

광주지역 아이쿱생협은 협동조합과의 협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작년 12월 시행되어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협동조합은 7가지 원칙 중 6번째 원칙 ‛협동조합간의 협동의 원칙’과 7번째 원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 따라 지역단체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아이쿱생협에게 생협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아이쿱생협은 4년 전 한살림생협일곡매장 근처에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대형매장을 개설하였습니다. 그 일로 한살림일곡매장은 큰 위기를 겪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금호지구에 한살림신규매장이 신설되었을 당시에, 가까운 곳에 아이쿱생협매장을 내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쿱생협은 한살림금호매장 인근에 대형매장의 개설을 강행하였습니다. 결국 한살림금호매장은 엄청난 손실로 폐점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쿱생협은 또다시 한살림풍암매장의 길 건너 맞은편에 대형매장 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147만 명 중 에서 생협의 먹을거리를 이용하는 시민의 비율은 약 4%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협이 매출에 연연하여 상의도 없이 타 생협매장 앞에 대형매장을 개설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한살림생협은 이익창출이 최고의 목표가 아닙니다. 한살림생협은 지역의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소비자조합원에게는 먹을거리의 중요성,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한살림생협은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지역의 어떠한 협동조합과도 함께 할 것입니다.

매출증대와 규모 키우기의 논리에 급급하여 도덕과 상생을 저버리는 행태는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협동조합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고자 토론회의 개최를 제안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2013년 4월 17일

한살림광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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