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의 운명을 쥐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무오류는 신의 몫이라고 늘 말한다. 얼마나 결함이 많은 인간인가. 신이 오류투성이로 인간을 만든 것은 자신이 심판할 것을 남겨두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인간이 완벽하다면 경찰 검사 판사들이 우리는 뭘 먹고 사느냐고 항의를 할 것이다.

가위 바위 보를 할 때도 보통 세 번을 한다. 삼판양승으로 승패를 가른다. 동전 던지기도 세 번을 하던가. 그 이유는 인간은 한 번 정도는 실수를 하니까 다시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고 단판에 판정을 내는 것이 너무 야멸차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수를 했으면 제대로 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고 잘못을 했으면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게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관용은 인간만이 베풀 수 있는 특권이다.

인간이 죽었다가 세 번 씩 살아난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 끔찍한 일이다. 온갖 나쁜 짓 다 하면서도 아직 두 번 더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무슨 짓을 더 할지 모른다. 특히 요즘 같은 양심부재의 세상에서 말이다.

실없는 소리 작작 하라고 욕하지 말라. 우는 놈도 속이 있어서 운다. 지금 MBC의 막장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찹 심란하다. 방문진 이사장이 연임되면서 더욱 그렇다.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하고 개과천선할 기회를 삼세번은 고사하고 수십 번을 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하다하다 이번에는 차마 애들 앞에서는 말 할 수도 없는 치신을 했다.

일본 온천 휴양지에서 아내 아닌 여성과 단 둘이 동숙을 하고도 대북관련 업무를 한 것이라는 변명을 한다. 워낙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참으로 너무 심했다. 집에서 이 사실을 듣고 있을 가족들의 처참한 심정을 어찌 할 것인가. 그래서 김재철 사장의 인간포기 선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에게는 세 번이 아닌 손으로 꼽을 수 없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문제를 일으킬 때 마다 쏟아지는 사회적, 국민적 질타를 마치 칭찬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다. 회개와 반성이 아닌 보복으로 응수했다.

김재철의 무자비한 학살은 거침이 없었다. 대원군이 종교탄압을 할 때 새남터에서 망나니 칼 아래 가톨릭 신자들의 목이 떨어지듯 MBC PD와 기자들의 목은 김재철이 휘두른 칼날 아래 도처에 딩굴었다. 그로 해서 목이 날라 간 MBC의 기자와 PD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언론사상 최대의 학살이다.

김재철의 칼날 아래 스러진 언론인들. 언론의 사명인 공정과 형평성을 소중히 여기고, 부정과 비리는 날카롭게 파헤친 ‘PD 수첩’의 PD들을 비롯해서 노조위원장, 기자협회장 등 닥치는 대로 목을 쳤다.

그들의 목이 떨어질 때 마다 국민들은 자신의 남편이 자식의 목이 떨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여의도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할 때 가족들이 밥을 먹었겠는가. 이게 무슨 천하에 몹쓸 짓이란 말인가.

이명박 정권은 출발하자 국민부터 무시했다. 바로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미국산 미친 소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이 서울하늘을 뒤덮은 것이 PD수첩 탓이라고 단정한 이명박 정부는 수족같은 막가파 김재철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어 마음대로 MBC를 요리하도록 했고 MBC는 복날에 사지가 찢기는 견공처럼 만신창이가 됐다.

김재철의 만행은 정점에 이르렀다. PD수첩 PD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작가들에게 손을 댔다. 6명이 잘렸다.

그것이 끝일 것이다. 다음은 내리막이다. MBC의 방문진이 다시 구성되고 이들이 김재철을 정리할 것이다. 김재우 이사장이 연임되었다. MB의 대학후배고 김재철을 감싸던 인물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새 이사진에 김재우 이사장이 재선임돼 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서울=뉴스1) ⓒ 박철중 기자

방문진의 새로운 이사들도 구성됐다. 이들 중에는 여권성향의 인물들이 포함되었다고 하지만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인의 양심 문제다. 방문진 이사들은 지식인이다. MBC의 운명만이 아니고 김재철의 운명만이 아니다. 언론의 운명, 나라의 운명도 걸려 있다. 진짜 지식인이 좌시하지 않는다.

MBC는 언제나 터질 수 있는 폭탄이다

폭탄은 위험한 무기다. 터지면 낯을 가리지 않고 상처를 입히고 목숨을 앗아간다. 그 같은 폭탄이 바로 오늘의 MBC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문진이 구성된 MBC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제법 정치를 분석할 줄 아는 전문가의 말이다.

‘김재철은 어차피 고쳐 쓰지도 못할 폐석이다. 써먹을 때 까지 써 먹는다. 칼을 휘두를 수 있을 때 까지 보장해 준다. 사장은 안 바꾼다. 이명박 정권은 김재철 같은 거 안중에도 없다. 야당 죽이기만 하면 된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김재철이 그냥 있어도 손해 날 것 없다. 야당의 전력이 그 쪽으로 쏠리면 해로울 거 없다. 욕은 이명박 정권이 먹는다.’

과연 그런가. 잘못 생각했다. 이빨 손톱 다 빠진 이명박 정권이다. 김재철 그냥 두면 국민이 용서 안한다. 용서 안한다는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박근혜 후보도 착각하면 안 된다. 화살은 이명박에게만 날라가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도 화살을 피할 수 없다.대통령 선거에서 땀나도록 시달리고 결과는 뻔하다. 실패다.

존경받는 언론인이 살 수 없는 세상은 나쁜 세상이다. 김재철은 그들을 처단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언론인들 얼굴에 똥칠을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속이 시커멓게 썩어가면서 힘들게 견디는 MBC구성원들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보다도 더 잔악하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게 그렇다. 처음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성도 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도 한다. 두 번 째는 내가 왜 이러지 하고 후회도 한다. 세 번 째는 될 대로 되라다. ‘기왕에 버린 몸이다’ 자포자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김재철의 심리가 그럴 것이다. 제 발로 기어 나가던 쫓겨나가던 세상에 나가서 사람 노릇 못한다. 남은 것은 오기와 복수심이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죽여 버리고 싶을 것이다. 김재철 자신이 폭탄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방문진의 결단이다. MB의 후배든 여당 성향이든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양심이란 그렇게 쉽게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정쩡 따라갔지만 이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언론을 목 졸라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과 전체 지식인의 명예를 오물통에 처넣는 결과가 된다.

방문진 이사에는 법률가들이 많다. 법은 양심이다. 김재철이 마구 휘두른 칼날에 쓰러진 죄 없는 언론인들을 살려내는 것은 바로 양심의 부활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지금 방문진 이사들의 결단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결단이 바로 이 나라 언론을 다시 살리는 길이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방문진의 결단에 의해 김재철이 퇴출되면 그것은 김재철에게도 구원이다. MBC 사장을 하는 동안 설사 자업자득이라 해도 그는 인간으로서 차마 견디기 힘든 수모를 당하며 살았다. 가장으로서 처자식에게 얼마나 미안했을 것인가. 친구들도 다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얼굴을 들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 그가 선택할 가장 마지막 길은 스스로 MBC를 떠나는 것이다. 미련 둘 것 없다. 아쉬울 것도 없다. 원도 한도 없이 권력 마음대로 썼고 카드도 여한 없이 긁어 봤다. 염문도 뿌려봤다.

한국에 있으면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을 것이다. 이제 누가 주목할 일도 없다. 일본이라도 나가서 마음 놓고 휴양지에서 놀면 된다. ‘댑사리 그늘 밑에 개 팔자’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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