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왜 두려워하는지 아는가.

글을 쓰기 전에 한 가지 충고를 하고 싶다. 듣고 안 듣고는 자기들 마음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드리는 충고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이것은 박근혜 후보가 선거 슬로건으로 선택한 구호다. 좋다. 사람마다 꿈은 있게 마련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고생을 참아내며 살고 있다.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국민들에게 내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소박하게 축하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그의 꿈이 대통령이고 슬로건대로라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꿈을 이루는 나라가 된다는 의미다. 해석의 무리가 있다고 할지 모르나 전혀 틀린 해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대선 홍보용 심벌 아이콘.
굳이 따질 게 뭐냐고 할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솔직해서 좋지 않으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너무 들어내는 슬로건이다.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올 우려가 있다. 별 쓸데없는 걱정 다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 그래도 한 마디 더 한다면 슬로건을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하면 어떨까.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도 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과연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나름대로 생각하면 국민의 꿈은 소박하다. 먹을 걱정 잠 잘 걱정 안 하고 자유스럽게 마음놓고 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사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왜 민주주의를 내세우느냐 하면 지금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편안하게 산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죄도 없이 정부기관이 국민을 감시하며 못살게 하면 이건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다. 말 한마디 하면서도 누가 도청이나 하지 않나 하고 겁을 먹는다면 이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라면 값 한푼 오르고 배추 한단 값이 얼만가 신경을 쓰는 서민들은 저리 가라. 재벌들 세금 줄여주는 나라를 국민들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공사 담합으로 수조원의 부당이득을 봤는데 과징금이 천억원 정도라면 국민들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22명이나 생목숨을 끊었는데 아무런 해결 방법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죄진 것이 뻔한데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측근 18명이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고 마침내 형님 마저 영장이 신청되는 판이라면 이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그렇게 자랑하는 OECD 가입 국가 중에 자살율이 최고라면 이것 역시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는 아니다. 초등학생을 비롯해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독거노인의 자살 시체가 쪽방에서 몇 달씩 방치된다면 이건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선거 때 표 얻으려고 0-2세 유아들의 보육비를 지원하다가 돈 없다고 중단한단다. 엄마들이 아우성치니까 부랴사랴 예산마련에 허둥대는 정권도 제대로 된 정권이 아니다. 그래도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부뚜막에 정한수 떠 놓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박근혜 후보가 헤아리길 간절히 빈다.

나만이 존재하는 불통의 나라는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국민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이전에 한 가지 비원이 있다. 독재는 정말 싫은 것이다.

독재라면 히틀러나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떠올리지만 지금의 정권도 민주정권이라 하기에는 한참 거리가 멀다. 독재가 별건가. 박정희 전두환 시대처럼 말 안 들으면 잡아다가 주리를 틀어 병신 만들고 행방불명 만드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쿠데타로 집권을 하지 않았다 해도 쥐그림 그렸다고 처벌받는 나라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인터넷에 대통령 비난했다고 벌금 물리면 이건 정말 대책 없는 정권이다.

이런 것이 없어져야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된다. 정치지도자는 반드시 대통령만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이나 여당의 대표. 야당의 대표나 대통령 후보, 이들이 모두 정치지도자다. 특히 영향력이 있는 정치지도자는 오늘의 현실에서 박근혜 의원이다. 그는 7월10일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을 할 것이며 경선은 하나마나 한 판이어서 명실상부한 정치지도자가 된다.

정치지도자는 이름만 지도자가 아니다. 엄청난 의무가 있다. 바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정도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과연 그런가. 국민은 그렇게 바라고 있다. 그럼 국민이 박근혜 의원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대충 정리해 보자. 빠진 게 있을지 모르니까 나름대로 생각하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우선으로 소통을 희망한다. 국민들은 불통이라면 진절 넌덜머리를 낸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은 단군이래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거 모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머리다. 그럼 박근혜 의원의 소통은 어떤가. 이미 박의원의 불통도 소문이 나 있다. 내가 정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죽하면 당대표도 만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겠는가.

주위에 옳소 참모만이 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아니오 소리를 못한다. 기자가 마음에 안드는 질문을 했다해서 ‘어디 아프냐’고 할 정도면 알쪼다. 그런 박근헤 의원에게 괜히 삐끗해서 찍히면 생기는 거 없이 손해다. 눈치라면 가재미 눈인데 왜 눈밖에 나는 짓을 하랴. 충신은 쓴소리 한마디로 목을 내 놓는데 박근혜 의원 주위에는 쓴소리가 없다. 불행이다.

정리할 것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감을 잡은 것 같다. MBC 김재철도 빨리 정리 할수록 좋다. 정치지도자는 할 소리를 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4대강 공사에 말 한마디 제대로 했던가. 용산 참사, 상용자동자 자살자 문제. 민간인 사찰문제, 저축은행 관련 여러 현안들, 문대성 김형태 의원 문제, 너무나 중요한 문제에 너무나 조용했다. 침묵을 좋아해서 그렇다면 도리가 없지만 할 소리는 해야 한다. 그게 지도자의 모습이다.

종북 좌빨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을 해야 되고 친일문제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좌익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고 친일문제에서 역시 그렇다. 그러나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이제 박근혜라는 정치지도자는 한 사람의 딸이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인 것이다.

자신도 방북을 했고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을 돌아보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사상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고 한 발언은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한 지역의 지도자가 아니며 대한민국의 지도자다. 편향적인 특정 지역 색을 선호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의원은 과연 할 말을 하는 지도자인가. 지금 이명박 정권의 검찰은 누가 던지는 비난을 들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민간인 사찰 문제, 저축은행 문제, 등 권력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에 공정하게 임했는가. 특히 민간인 사찰문제에 있어 당시 청와대민정수석이 오늘의 법무장관이다. 박근혜 의원은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했다. 내곡도 땅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다 해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정치지도자로 존경을 받는다. 검찰은 정치권력이 바뀌면 가장 먼저 풀잎처럼 눕는다고 한다. 누워버린 검찰이라고 봐주는 것인가. 국민은 검찰이 두려워 말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요구가 많았는가. 아니다. 국민은 끊임없이 요구해야 되고 정치지도자는 대답을 해야 한다. 앞으로 6개월여 남은 대통령 선거. 박근혜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고 험준하다. 제대로 넘어야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된다.

마지막 한 마디.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슬로건을 바꿀 생각은 없는가.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말이다. 정 싫다면 할 수 없다. 야당에서 빌려다 쓰면 어떨까.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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