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아무리 정치라도 듣는 사람 생각도 좀 해야지

말이란 혼자서 하면 의미가 없다. 듣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소진장의(蘇秦張儀)같은 말솜씨라 한들 듣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랴. 그러나 말은 역시 제대로 된 말을 해야 의미가 살아난다. ‘말이면 다 말이냐 말 같아야 말이지’ 된 말, 안 된 말, 씨부렁거리면 개소리 한다고 욕먹는다.

내용 없이 말만 잘하는 사람을 약장사라고 한다. 또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은 정치가다. 헌데 거리에 약장사는 실수를 해도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이지만 정치가는 다르다. 정치가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며 이들이 하는 말은 바로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도 말 잘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일일이 거명하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오늘은 꼭 지적해야 할 것이 있어서 한 사람을 거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사덕이다. 왜 홍사덕인가.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은 조심하지 않으면 화가 된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교훈인데 설화(說禍)는 말로 인해서 입는 화다.

홍사덕이 설화(說禍)를 입었다. 내용은 국민들이 다들 알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거 같으니 설명 좀 하자.

“앞으로 55세 이상 되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로부터 5.5미터 가까이는 접근하지 말라.”

이유는 무엇인가. 그게 문제다.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 문제다. 박근혜 주위에 나이 먹은 사람들만 바글거려서 도무지 신선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이 먹은 사람은 얼씬거리지 말라는 접근금지령인데 설마 진심으로 했겠냐는 의심이 들면서도 그 말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왜 안 그러랴. 홍사덕이 누구냐. 새누리당의 대통령 선거를 총지휘할 사령탑이다. 그 말을 거역할 사람은 박근혜 후보 한 사람뿐이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서럽다. 솔직히 나이를 먹으면 집안에서 마누라의 대우도 달라진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좌우간 젊었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유는 대충 알아도 그래도 억울한 것은 틀림없다.

홍사덕이 한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의원(앞당겨 후보라고 하자)이 나타나는 곳에 풍경은 대개 비슷하다. 연세 지긋이 드신 분들이 많다. 총선 유세 중에 보니 연세 드신 분들에게 가히 선풍적인 인기다. 그 분들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니 유신공주니 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

홍사적의 생각은 이랬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젊은 표를 겨냥해야 한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다. 연세 드신 분들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분들을 통재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말을 했을 것이다.

“55세 이상 된 사람은 박근혜 후보 5.5미터 안에 접근을 말라.”

당의 중진들은 거의 55세 이상이다. 자신도 70이다. 이제 홍사덕도 5.5미터 안에는 안 들어 올 것이다.

반응은 즉각 나타났는데 이게 예사 일이 아니다. 전에 어떤 야당대표가 어르신들은 힘든데 투표 하시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야당이 개박살 난 적이 있다. 조중동이 얼씨구 하고 매일 긁어댔다. 그 때 야당대표는 사과의 단식까지 한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즉각적으로 오는 감정은 ‘기분 나쁘다’였다. 애걸복걸 하면서 표는 구걸하면서 늙은이는 곁에 오지 말라니 이런 이중인격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마뜨거라. 홍사덕이 사과를 하면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말은 조심을 하라는 것이다.

홍사덕의 말에 감동을 한 경험이 있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야당이던 홍사덕이 부산에 내려왔다. 부산 역전에 시민들이 모였다.

“여기 홍사덕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노무현의 당선을 기원합니다”

진심이 서린 홍사덕의 연설, 정말 감동했다. 연설 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나의 감동을 말했더니 홍사덕은 수줍게 겸손했다. 그런 홍사덕이었다. 지금의 홍사덕과는 달랐다. 어느 것이 참 모습인지. 그 때가 진짠가. 지금이 진짠가. 좌우간 정치란 참 변화무쌍 하고 말이란 언제나 조심을 해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번 홍사덕의 입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입에서 나간 말은 자신의 분신이다.

언행은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러나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늘 한 말이 있다.

‘그 사람이 과거에 한 말과 행동을 보면 그를 알 수가 있다. 말과 행동은 바로 이력서다’

요즘 세상이 참 두렵다. 아무리 자신이 한 행동을 숨기려 해도 인터넷 한 번 두들기면 영화 화면처럼 나타난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는데야 무슨 수로 변명을 하랴.

오늘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데 대법관이라면 최고 권위다. 위장전입에다 다운계약서, 재벌 봐주기 재판에다 아들의 공익요원 선발 부정혐의, 어떤 후보는 종교 편향으로 말이 많다. 위장 전입과 다운계약서는 범법행위다. 법을 어긴 사람이 대법관이 된다면 대법원 판결을 누가 신뢰하랴.

정치판은 온통 거짓말의 향연이다. 그래서 불신의 늪은 점점 깊어간다. 이런 불신이 거의 말로 해서 발생한다는데 문제가 있고 말 한마디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는 말은 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말이 문제다. 오늘 박근혜후보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다. 출마할 때는 출마선언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말들을 하는데 그 때 한 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세상이 다 알지만 어떤 후보의 공약이 대통령 당선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차라리 기억도 하기 싫을 것이다.

박근혜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말이 많다. 김기식의원은 자신의 시민조직인 ‘내가 꿈꾸는 나라’의 표절이라고 했다. 박근혜 후보가 말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뭔지는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좋은 의미로 해석을 하기 바란다.

오늘의 관심사는 박근혜 후보 출마선포식이다. 과연 무슨 말을 할까. 솔직히 박근혜 후보의 말에 대해서 국민들 기억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워낙에 말을 아끼기 때문이다 말을 해도 조심스러워서 그런지 꼭 수첩을 대동한다. 수첩공주란 별명도 거기에서 연유한 것인데 조심은 좋으나 그것이 박근혜 후보의 정치행보에 어떤 도움을 줄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인들에게는 소신있는 발언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거짓말 소신은 곤란하다. 거짓말에 너무나 데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거짓말 하지 않는 후보가 되는것은 국민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아울러 충고를 하자면 남들이 무서워서 접근을 못한다면 권위를 위해서는 좋을지 모르나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사려 깊지 못한 감정적 발언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 박근혜 후보 출마 선포식에는 55세 이상의 시민이 얼마나 모일까. 관심거리다. 55세 이상의 중진 간부들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이준석 손수조는 당연히 지근거리에 있을 것이다. 홍사덕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을까.

홍사덕의 움직임이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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