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허위, 왜곡 보도에 대한 늦봄 문익환학교의 반박 자료


* 2012년 5월 17일(목)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전남 강진 비인가 대안학교 늦봄 문익환학교에선”이라는 기사와 관련하여 늦봄학교의 입장을 알리는 반박 자료입니다.

<기사 제목>

● 교사는 간첩죄, 학부모는 北과 연락 공유하는 학교
● 졸업식장서 北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졸업식에서 낭독한 북측의 축하 메시지’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 인용된 축사는 북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교직원분과위원회’가 남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팩스로 보낸 것이다. 남측의 실무 담당 총무국장은 이를 바로 통일부에 보고하고, 마침 늦봄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손미희 6·15남측위원회 여성본부상임대표에게 메일로 전달했고, 이것이 학교 졸업식에 전해진 것이었다.

지금도 공동선언실천위원회에는 남북간의 교류에 필요한 수백 통의 팩스가 서로 오고 가고, 이는 곧바로 통일부에 보고된다고 한다. 더욱이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민족 화해와 통일 방안을 제시한 문익환 목사에 대해 북측위원회가 잊지 않고 늦봄을 사표로 삼는 학교 졸업식에 축사를 보내는 것은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이렇듯 합법적 경로를 통해 전달된 축하메시지가 왔다는 소식을 학부모 카페에 올리고 이에 댓글을 단 것이 무슨 큰 음모적인 일이나 되는 것처럼 ‘북과 연락 공유’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한 의례적 덕담에 불과한 축사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히 꼬집을 것이 없다 보니, 북한식 표현인 ‘자래워야’를 그대로 낭독했다고 군색한 트집을 잡고 있다.

■‘간첩최 8년 복역 교사’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 언급된 ‘간첩죄 복역 교사’는 현재 전남 진도군에 거주하는 장의균 선생(62세)을 가리키는 것 같다. 장 선생은 지금도 진도문화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설립 초기, 진도에 살고 있는 학부모께서 장 선생의 한문강의를 듣고 그 뛰어난 실력에 감명 받아 늦봄학교에 시간강사(도우미교사)로 추천하였다. 장 선생은 지난해까지 1주일에 한 차례(2시간) 본교를 방문하여 중학생 한문을 가르쳤다. 올해부터는 강좌가 개설되지 않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동아일보 기사 덕분에 우리는 장의균 선생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장 선생은 일본 유학 중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8년을 복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은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확신하며 재심을 청구, 현재 명예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한다. 우리는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장 선생의 경우도 머지않아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요즘 ‘재능 기부’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뛰어난 한문 실력을 인정받아 목포 MBC에서 특집으로까지 나왔던 분이 작은 대안학교에서 거의 무보수로 봉사한 것이 무슨 큰 흉악한 일이나 되는가. 그런데도 이를 빌미로 늦봄학교 교사 대부분이 간첩이라도 되는 양 신문에서는 ‘교사는 간첩죄’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앞에 내세웠다. 공연히 구설에 오른 장의균 선생께 대신 사과드린다.

<기사 내용>

● (늦봄학교는)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한 시민은 “늦봄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에서 세 살부터 세뇌교육을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글을 올렸다.

■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하여

1. 노동절집회, 촛불집회, 제주평화기행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학생들이 노동절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과 제주평화기행 다녀온 것을 이른바 좌편향적인 체험활동의 구체적 사례로 들고 있다.

5학년 학생들의 진로맛보기 기간 중 휴무일이었던 노동절에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회를 참관하는 것 또한 진로맛보기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광우병 촛불집회와 같은 집단적 의사 표현 방식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체험, 행사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제주 강정마을 평화기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늦봄학교 학생들은 강정마을에 가서 마을 청소하기, 주민 위로 잔치, 올레길 걷기, 제주문화역사유적 답사하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기사에서는 학생들이 해군 기지는 불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공사차량 진입을 막으며 농성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학생들은 백배서원 명상 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기사에서는 평통사 김 모씨가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며 이를 학생들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문장을 배열해 놓았다. 학생들은 시위와 관련이 없었을 뿐더러, 체포되었다던 활동가도 다음날 훈방되었다.

우리 학생들은 강정마을에서 서로 갈등하고 있는 주민들, 대치하고 있는 반대활동가들과 경찰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평화기행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험활동을 두고 좌편향적인 체험 활동이라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것을 바로 잡고, 모자라는 것을 메우고, 따뜻한 연대와 소통의 감수성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생명, 평화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2. 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역사탐방학습, 노동현장체험, 4·19체육대회, 5·18기행, 6·15 기념행사도 좌편향 교육 내용의 실례로 들고 있다. 이들에게는 역사, 노동은 물론, 4·19, 5·18, 6·15 등 국가기념일이 모두 불온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들 말고도 늦봄학교에서는 땅끝 도보 기행, 소록도 한센병 환자 봉사활동, 지리산 종주 등의 교육과정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좌편향’으로 딱지 붙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은 요즘 일반 학교에서도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수업시간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지식 교과는 제외한 채 노작활동과 ‘철학’, ‘자주학습’만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주학습’을 배운다고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기자는 아마 ‘자주학습’이 무슨 불온한 학습이라고 상상을 한 것 같다. ‘자주학습’은 배우는 교과가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줄임말이다. 뉴스토크라는 한 인터넷 매체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기초로 하여 작성한 기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과목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추정되는 철학과 자주학습이 포함되어 있으며…”라고 비약하고 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여러 교육과정은 사실 늦봄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우리 사회 공교육에서 결핍되어 있는 아쉬운 점이라 생각하고, 각 대안학교의 실천 사례를 통하여 그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는 중이다.

일반 학교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학업에 찌들고,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에 지쳐가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땅을 걷고, 병든 이들을 도와주고, 지리산을 종주하고, 노동 체험을 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평화, 생명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좌편향’이라면, 우리 사회에 ‘좌편향’ 아닌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기사 내용>

● 교사외 멘토도 친북 성향
● 교내에서 ‘일꾼’으로 불리는 교사는 32명. 간첩죄로 8년을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평통사 회원이 포함돼 있다. 평통사의 핵심간부 4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월부터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모 씨 등이 멘토였다

■“교사와 멘토도 친북 성향”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늦봄학교 교사 구성을 소개하면서, 간첩죄로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외에 평통사 회원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슬쩍 이 학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평통사 핵심 간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그저 수사를 받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그저 친북으로 몰 수 있는 소재는 모두 모아서 슬쩍 끼워넣고 시치미를 떼는 수법이다. 이를 통해 교사들도 왠지 수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식의 착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인데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기자는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 모씨 등, 진로맛보기 멘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거론된 안 모씨는 수학자 안재구 선생을 가리킨다.

우리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 한 명에게 ‘미적분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인정받는 수학 선생님’을 멘토로 추천했던 것이다. 또 정 모씨는 ‘새시대예술연합’이라는 예술 단체에서 현역 배우로 활동하는 정보선 선생이다. 영화배우와 뮤지컬 배우 등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멘토로 추천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는 ‘수학’과 ‘연기 활동’은 보이지 않고, 그저 ‘남민전’과 ‘진보’만 보일 뿐이다. 2006년 3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남민전 관련자 29명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한 사실을 기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목수, 간호사, 농부, 영상편집인, 교사, 대안에너지 연구자, 기타리스트, 선수트레이너 등 각 분야의 직업 체험을 하였다. 이 분야의 멘토 중에는 기자가 호감을 느낄 이른바 우편향의 인사들도 다수 있다. 그럼에도 기자의 눈에는 좌편향만 찍어내고 있다.


● 학부모들은 포털 다음에 ‘늦봄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개설한 뒤 북한과의 연락사항을 공유한다.
● 현재 전교생 80여명으로 왕재산 사건 주범으로 2월 1심에서 징역 7년(국보법 위반)을 선고받은 임모 씨, 같은 혐의로 1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모 씨의 자녀들도 다니고 있다.

학부모에 관한 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학부모들이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친목 카페를 ‘북한과의 연락 사항을 공유’하는 카페로 둔갑시키고 있다. 기숙형 학교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늘 자녀의 소식이 궁금하고 학교 소식이 궁금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대안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시작해서 자신들의 소식과 애환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학부모 카페를 개설하여 교류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엉뚱한 문장을 슬쩍 덧붙여 무슨 비밀결사를 만든 것처럼 유도하고 있다. 기자로서의 글쓰기 자질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기사에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학부모 두 명을 언급하고 있다. 역시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붙였다. ‘왕재산 사건 주범으로 1심에서 징역 7년(국보법 위반)을 선고받은 임모 씨, 같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모씨.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색깔덧칠하기를 계속하면서 두 학부모들의 신상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까지 큰 상처를 입히는 무도한 행태라고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더욱이 이 기사는 명백한 허위 보도이다. 이른바 ‘왕재산 사건’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한모 대표를 ‘같은 혐의’로 징역을 살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어쨌든 기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을 강조하고 싶은 욕심에 사실 관계 확인이라는 기자로서의 초보적 절차도 지키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는 현재 상급심 진행중인 이른바 왕재산 사건도 공안정국의 맥락에서 또다시 사법 폭력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모에게는 자녀 교육을 시킬 권리조차 없다는 것인가. 이야말로 무도한 언론권력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잔인한 폭력이라 할 것이다.

● 그의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

■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늦봄평화교육사업회’ 기사에 대하여

늦봄평화교육사업회는 2005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최연석 목사(본 사단법인 이사장), 박현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계 목사, 장로와 뜻을 함께 하는 지역 및 전국 각계 인사 110여명이 개인 자격으로 뜻을 모아 발기한 사단법인이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것 역시 명백한 허위 보도이다. 기자는 ‘좌파’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필요로 하고 있다. 전면적인 색깔입히기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더 유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기자는 설립자-좌파단체, 교사-간첩, 학부모-국보법위반자, 학생-좌편향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잘 짜여진 공안 도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보를 억지로 짜맞추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의 최예나 기자는 이 기사를 쓰면서 한번도 현장 취재를 하거나 자료 요청을 한 적이 없다. 기사가 나기 전 날 저녁 잠깐 교장, 교감 선생과 의례적인 통화(사실은 통보)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리고는 은밀한 사찰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개인 정보와 동향이 버젓이 기사화되었다. 우리는 이 기사가 어떤 음험한 배후 세력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쓰여진 것임을 확신한다. 저간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식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늦봄학교가 선택되었음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다음 공안 화살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도 충분히 짐작한다.

우리는 1970년대 이래 늦봄의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언제나 매도했던 그 지점에서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음험한 세력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기사 소동(이는 소동이라 할 만하다!)에서 보듯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는 분단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휴전선 철조망보다 더 질긴 적대와 갈등의 벽을 온몸으로 밀고 나갈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일꾼을 키우는 일에 더욱 힘쓸 것이다.

우리 학교는 늦봄 문익환 목사를 사표로 삼고 있다. 남북을 가르고 있는 분단의 장벽을 벽이라 생각지 않고 문으로 알고 힘차게 밀고 나아가려 했던 늦봄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늦봄학교에 가해지는 악의적인 음해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스스로를 단련하고 새로운 전망을 다지는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렇게도 극복하고자 했던 분단의 장벽이 아직도 성채처럼 공고함을 확인하면서, 역설적으로 늦봄학교의 교육 이념이 옳았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가 될 기회를 마련해준 동아일보, 이 점에서는 고마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해당 기자에게는 적절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2년 5월 18일

늦봄문익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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