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늦봄학교 이념과 색깔로 판단하지 말라"
 "<동아일보>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 등 강력 대응"

대안학교 '문익환 학교'에 대한 <동아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해 공개사과와 법적소송 등 강경대응 여론이 일고 있다.

전남 강진 대안학교 '늦봄 문익환 학교(학교장 이승요)'에 대한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21일 오전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무진관에서 문익환 학교 관계자, 학부모, 광주엔시시(NCC), 한국기독교장로회 광주전남노회, 광주전남노회 사회평화통일위원회가 왜곡 보도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동아일보>의 기사는 '늦봄 문익환 학교'에 대해 바르게 알지 못하고 쓴 기사”라며 “자신과 이웃과 생명세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교감하는 사람, 자유로운 삶을 살되 타인과의 조화로 민주적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사람,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사람, 이것이 '늦봄 문익환 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이라고 왜곡보도를 비판했다.  (아래 시민사회단체기자회견문 전문, 학부모 성명서, 학교 성명서, 기사 반박자료 참조)
 

▲ 김창오 늦봄학교 교감(목사,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이 21일 오전 광주 금남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무진관에서 시민사회단체간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인


<동아일보>는 지난 17일치 '단독기사' 형식으로 ‘고 문익환 목사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가 설립해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늦봄 문익환 학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내 신학과 신앙의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목사, 장로, 지역 인사들이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늦봄 문익환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하기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또 이들은 <동아일보>의 ‘졸업식장에서 北의 축사를 읽었다’, '간첩죄 8년 복역 교사' 보도에 대해서도 "공식 기구인 6.15남측본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된 부분"이며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는 지역사회에서 공중파를 통해서도 알려진 분이고 한문 강사로 지금은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두고 간첩 딱지를 붙여 전체 교사를 매도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동아일보>와 최예나 기자의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늦봄 문익환학교에 대한 편파 왜곡 기사에 대한 사과와 정정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늦봄 문익환학교를 보도한 지난 17일 <동아일보> 기사. ⓒ동아닷컴 갈무리

 

민점기 전남진보연대상임대표는 "긍지와 칭찬으로 격려 받아야 할 분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며 "늦봄학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색깔론으로  마녀사냥이며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로 바로 잡아나가야겠다"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이들은 '늦봄 문익환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명의로 <동아일보>에  반박 자료를 보낼 예정이며 공개사과와 반론문 지면 할애, 언론중재위 제소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소송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늦봄 문익환 학교'는 고 문익환 목사(호는 늦봄)의 뜻을 기리기위해 2006년 설립된 비인가 대안학교(중고교 6년 과정)이다. 현재 전국에서 모인 8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회단체 기자회견문 [전문]

늦봄 문익환학교에 대한 동아일보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월 17일 동아일보 1면에 ‘졸업식장서 北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우리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1. 동아일보의 기사는 늦봄 문익환학교에 대해 바르게 알지 못하고 쓴 기사입니다.

신문은 보도에 대한 진실성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과 이웃과 생명세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교감하는 사람, 자유로운 삶을 살되 타인과의 조화로 민주적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사람,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사람’ - 이것이 늦봄 문익환학교(이하 늦봄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입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기사는 ‘고 문익환 목사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가 설립해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 쓰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내 신학과 신앙의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목사, 장로, 지역 인사들이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늦봄 문익환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늦봄학교의 교육철학은 1)생명과 영성 2)자율과 공동체 3)통일과 평화 4)삶의 교육, 가치관 교육을 기반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활동과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활동, 평화적인 통일을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돕는 교육 활동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이를 어찌 좌편향적인 체험활동에 치우쳤다고 매도할 수 있단 말입니까? 동아일보가 빨간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니 모두다 빨갛게 보이는 것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할 것입니다.

2. 건강하게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상처를 주지 마십시오.

보수언론의 대표적인 신문인 동아일보는 언론의 본질을 잃어버렸습니다. 늦봄학교 학생들을 이념과 색깔로 더 이상 판단하지 마십시오.

역사탐방학습을 통해 중국에 있는 우리 민족의 유적과 독립운동의 현장을 답사하고, 일하는 현장에 함께 참여하며, 진로 맛보기로 의사, 음악가, 교수, 약사, 교사 등에 대해 깊은 이해와 현장 목소리를 통해 체험하는 교육을 가지고 ‘국가보훈처 홈페이지를 인용 “늦봄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에서 세 살부터 세뇌교육을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글을 올렸다.’라는 말로 정리할 내용입니까?

또한 동아일보는 ‘늦봄학교 수업시간에는 ‘철학’과 ‘자주학습’ 등을 배운다’ 고 하였는데 이는 철학적 사고를 통해 인생의 길을 배우는 것이며, ‘자주학습’은 수업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으로 모든 청소년들이 다 스스로 학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을 마치 특별한 이념교육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동아일보 최예나 기자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보도를 하려면 제대로 알고 보도하십시오.

3. 늦봄학교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대안학교가 아닙니다.

기사 내용 중 ‘졸업식장에서 北의 축사 읽었다’는 내용은 우리나라 공식기구인 6.15남측본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된 부분입니다.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라는 부분은 지역사회에서 공중파를 통해서도 알려진 분이고 한문 강사로 지금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간첩 딱지를 붙여 전체 교사를 매도하는 일은 어불성설입니다.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하는 늦봄학교의 교육철학이 종북이고 세뇌란 말입니까? 동아일보는 대체 어느 나라 신문입니까?

동아일보와 최예나기자, 일부 언론사들은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한 기독교계와 늦봄 문익환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이에 역사의 현장에서 예언자적 소명을 충실히 감당하며 이 땅의 아픔을 함께 해온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뜻을 함께하는 교단과 우리는 늦봄 문익환학교에 대한 왜곡보도를 알려나가며 이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남노회, 광주노회, 전남노회 교회와 사회 평화통일위원회, 광주노회 교회와 사회 평화통일위원회, 광주 NCC는 이번 동아일보와 최예나 기자의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늦봄 문익환학교에 대한 편파 왜곡 기사에 대한 사과와 정정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와 양심있는 한국개신교계와 함께 끝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2012년 5월21일

광주NCC,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남노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광주노회,
전남노회,광주노회 교회와 사회 평화통일위원회

 

 


동아일보의 왜곡 보도를 규탄하는 늦봄 문익환학교 성명서


2012년 5월 17일(목) 동아일보에 매우 이례적인 기사가 실렸다. “졸업식장서 北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교사는 간첩죄, 학부모는 北과 연락 공유하는 학교 - 인터넷판)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늦봄 문익환학교의 구성원, 설립 주체, 교육과정 모두를 좌편향으로 몰아가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황당한 기사 내용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와 같은 거대언론사가 학생수 80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대안학교 이야기를 1면 머리기사로 편집하여 내보내는 데는 무슨 무서운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당황스러웠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한번도 현장 취재를 하거나 자료 요청,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없다. 기사가 나가기 전 날, 의례적인 통보 형식의 전화만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기사 내용을 보면, 은밀한 사찰 없이는 알 수 없는 개인 정보와 동향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기사화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사가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기획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저간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식 공안몰이의 일환으로 이 작은 대안학교가 선택된 것이다. 생전의 늦봄 문익환 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17일자 동아일보의 기사는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내용을 교묘한 짜깁기와 맥락 자르기의 편집 기술로 확대 과장, 왜곡하여 전하고 있다.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전달된 축하 메시지를 두고, 마치 북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것처럼 기사 제목을 뽑았으며, 지역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학문적 재능을 나누고 있는 분을 두고, 간첩죄 딱지를 붙여 전체 교사를 매도하였다.

또한 대안학교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기념일 행사 참여와 여러가지 체험활동, 교육과정마저도 좌편향적인 이념교육과 종북교육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이른바 ‘빨간색 칠하기’를 하려다 보니 기사는 온통 허점투성이로 동아일보 기자의 글쓰기 자질이 의심될 정도이다.

‘자신과 이웃과 생명세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교감하는 사람, 자유로운 삶을 살되 타인과의 조화로 민주적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사람,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사람’ - 이것이 늦봄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이다.

일반학교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학업에 찌들고,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에 지쳐가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땅을 걷고, 병든 이들을 도와주고, 지리산을 종주하고, 노동 체험을 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함께 하는 평화, 생명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땅히 칭찬 받고, 널리 소개해주어야 할 만한 좋은 사례가 아닌가? 그런데, 이것을 좌편향, 세뇌교육 운운하며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보도하였다.

동아일보는 늦봄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설립 주축인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한 기독교계의 명예를 크게 손상하였다. 또한 이를 지지하고 후원하였던 지역사회에도 큰 상심을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길을 가는 전체 대안학교에도 심한 모욕을 주었다.

우리는 왜곡 편파보도를 한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작금의 행태를 중단하고 공식적인 사과, 정정보도, 반론 지면을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는 별도로 허위사실 유포와 왜곡 보도로 늦봄학교의 명예와 권위를 훼손한 언론사와 기자에게 반드시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2년 5월 20일

늦봄 문익환학교

 

 

늦봄 문익환학교 학부모 성명서 [전문]

전남 강진의 바닷가에 있는 대안학교 늦봄 문익환학교를 아십니까? 전교생 80여 명의 작은 시골학교가 일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바로 지난 5월 17일 동아일보 1면에 ‘교사는 간첩죄, 학부모는 北과 연락을 공유하는 학교’라는 제목으로 실린 학교 관련기사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어린 학생들에게 이념교육을 시켜 시위 장소에 동원하며, 학부모는 카페를 개설한 뒤 북한과의 연락사항을 공유한다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게재하였습니다. 거대 신문사가 아이들의 신성한 배움터에까지 구시대의 편파적인 이념논리를 들이대며 왜곡 허위보도를 일삼는 것에 대해 우리 학부모들은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2006년 문을 연 우리 늦봄 문익환학교는 ‘배워서 남을 주자’라는 교육철학으로 개인의 출세보다는 나눌 줄 알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교육과정을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상부상조 정신에 기반한 ‘공동체 의식’을 생활 속에 실천할 수 있도록 소록도 한센병원 봉사활동, 남도 생태기행, 모내기와 추수, 흙집 짓기 등 우리 학부모들조차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배움터에서 아이들은 타인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평화를 사랑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가족과 같은 정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 뼘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로써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제주도 강정마을 평화염원 기행’을 다녀온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엄마도 꼭 가보세요.”“ 어땠는데?”“ 직접 가 보세요. 엄마도 제가 느꼈던 것을 그대로 느낄 거에요”

해군기지 대신 내가 태어난 이 땅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누구나 오래도록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꿈과 사랑을 키우는 배움터에 동아일보는 ‘니만 잘 되면 된다’라는 경쟁과 군사독재시절의 분단논리로 색깔을 덧씌우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허위 보도는 마치 맨발로 뛰어 노는 놀이터에 술자리를 벌이고 막말과 고성방가에 주먹질까지 하며 깨진 술병조각까지 버리는 양심도 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번 왜곡 허위 보도는 아이들을 볼모로 따뜻한 배움터에 가하는 몰염치하고 무자비한 폭력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 늦봄 문익환학교의 학부모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학부모들은 동아일보사와 그리고 동아일보와 행보를 같이 하는 언론사에 요구합니다.1. 늦봄 문익환학교의 교육활동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여 다시 보도하시오.

2. 학부모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지면을 할애해 주시오.

3. 왜곡 허위보도로 늦봄 문익환학교의 구성원의 명예훼손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시오.

학부모들의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알리는 바입니다.

2012년 5월 19일
늦봄 문익환학교 학부모일동

 


 

동아일보의 허위, 왜곡 보도에 대한
늦봄 문익환학교의 반박 자료



* 2012년 5월 17일(목)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전남 강진 비인가 대안학교 늦봄 문익환학교에선”이라는 기사와 관련하여 늦봄학교의 입장을 알리는 반박 자료입니다.

<기사 제목>

● 교사는 간첩죄, 학부모는 北과 연락 공유하는 학교
● 졸업식장서 北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졸업식에서 낭독한 북측의 축하 메시지’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 인용된 축사는 북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교직원분과위원회’가 남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팩스로 보낸 것이다. 남측의 실무 담당 총무국장은 이를 바로 통일부에 보고하고, 마침 늦봄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손미희 6·15남측위원회 여성본부상임대표에게 메일로 전달했고, 이것이 학교 졸업식에 전해진 것이었다.

지금도 공동선언실천위원회에는 남북간의 교류에 필요한 수백 통의 팩스가 서로 오고 가고, 이는 곧바로 통일부에 보고된다고 한다. 더욱이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민족 화해와 통일 방안을 제시한 문익환 목사에 대해 북측위원회가 잊지 않고 늦봄을 사표로 삼는 학교 졸업식에 축사를 보내는 것은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이렇듯 합법적 경로를 통해 전달된 축하메시지가 왔다는 소식을 학부모 카페에 올리고 이에 댓글을 단 것이 무슨 큰 음모적인 일이나 되는 것처럼 ‘북과 연락 공유’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한 의례적 덕담에 불과한 축사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히 꼬집을 것이 없다 보니, 북한식 표현인 ‘자래워야’를 그대로 낭독했다고 군색한 트집을 잡고 있다.


■‘간첩최 8년 복역 교사’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 언급된 ‘간첩죄 복역 교사’는 현재 전남 진도군에 거주하는 장의균 선생(62세)을 가리키는 것 같다. 장 선생은 지금도 진도문화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설립 초기, 진도에 살고 있는 학부모께서 장 선생의 한문강의를 듣고 그 뛰어난 실력에 감명 받아 늦봄학교에 시간강사(도우미교사)로 추천하였다. 장 선생은 지난해까지 1주일에 한 차례(2시간) 본교를 방문하여 중학생 한문을 가르쳤다. 올해부터는 강좌가 개설되지 않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동아일보 기사 덕분에 우리는 장의균 선생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장 선생은 일본 유학 중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8년을 복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은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확신하며 재심을 청구, 현재 명예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한다. 우리는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장 선생의 경우도 머지않아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요즘 ‘재능 기부’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뛰어난 한문 실력을 인정받아 목포 MBC에서 특집으로까지 나왔던 분이 작은 대안학교에서 거의 무보수로 봉사한 것이 무슨 큰 흉악한 일이나 되는가. 그런데도 이를 빌미로 늦봄학교 교사 대부분이 간첩이라도 되는 양 신문에서는 ‘교사는 간첩죄’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앞에 내세웠다. 공연히 구설에 오른 장의균 선생께 대신 사과드린다.

<기사 내용>

● (늦봄학교는)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한 시민은 “늦봄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에서 세 살부터 세뇌교육을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글을 올렸다.


■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하여

1. 노동절집회, 촛불집회, 제주평화기행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학생들이 노동절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과 제주평화기행 다녀온 것을 이른바 좌편향적인 체험활동의 구체적 사례로 들고 있다.

5학년 학생들의 진로맛보기 기간 중 휴무일이었던 노동절에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회를 참관하는 것 또한 진로맛보기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광우병 촛불집회와 같은 집단적 의사 표현 방식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체험, 행사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제주 강정마을 평화기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늦봄학교 학생들은 강정마을에 가서 마을 청소하기, 주민 위로 잔치, 올레길 걷기, 제주문화역사유적 답사하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기사에서는 학생들이 해군 기지는 불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공사차량 진입을 막으며 농성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학생들은 백배서원 명상 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기사에서는 평통사 김 모씨가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며 이를 학생들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문장을 배열해 놓았다. 학생들은 시위와 관련이 없었을 뿐더러, 체포되었다던 활동가도 다음날 훈방되었다.

우리 학생들은 강정마을에서 서로 갈등하고 있는 주민들, 대치하고 있는 반대활동가들과 경찰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평화기행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험활동을 두고 좌편향적인 체험 활동이라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것을 바로 잡고, 모자라는 것을 메우고, 따뜻한 연대와 소통의 감수성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생명, 평화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2. 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역사탐방학습, 노동현장체험, 4·19체육대회, 5·18기행, 6·15 기념행사도 좌편향 교육 내용의 실례로 들고 있다. 이들에게는 역사, 노동은 물론, 4·19, 5·18, 6·15 등 국가기념일이 모두 불온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들 말고도 늦봄학교에서는 땅끝 도보 기행, 소록도 한센병 환자 봉사활동, 지리산 종주 등의 교육과정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좌편향’으로 딱지 붙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은 요즘 일반 학교에서도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수업시간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지식 교과는 제외한 채 노작활동과 ‘철학’, ‘자주학습’만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주학습’을 배운다고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기자는 아마 ‘자주학습’이 무슨 불온한 학습이라고 상상을 한 것 같다. ‘자주학습’은 배우는 교과가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줄임말이다. 뉴스토크라는 한 인터넷 매체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기초로 하여 작성한 기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과목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추정되는 철학과 자주학습이 포함되어 있으며…”라고 비약하고 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여러 교육과정은 사실 늦봄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우리 사회 공교육에서 결핍되어 있는 아쉬운 점이라 생각하고, 각 대안학교의 실천 사례를 통하여 그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는 중이다.

일반 학교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학업에 찌들고,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에 지쳐가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땅을 걷고, 병든 이들을 도와주고, 지리산을 종주하고, 노동 체험을 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평화, 생명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좌편향’이라면, 우리 사회에 ‘좌편향’ 아닌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기사 내용>

● 교사외 멘토도 친북 성향
● 교내에서 ‘일꾼’으로 불리는 교사는 32명. 간첩죄로 8년을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평통사 회원이 포함돼 있다. 평통사의 핵심간부 4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월부터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모 씨 등이 멘토였다

■“교사와 멘토도 친북 성향”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늦봄학교 교사 구성을 소개하면서, 간첩죄로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외에 평통사 회원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슬쩍 이 학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평통사 핵심 간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그저 수사를 받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그저 친북으로 몰 수 있는 소재는 모두 모아서 슬쩍 끼워넣고 시치미를 떼는 수법이다. 이를 통해 교사들도 왠지 수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식의 착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인데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기자는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 모씨 등, 진로맛보기 멘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거론된 안 모씨는 수학자 안재구 선생을 가리킨다.

우리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 한 명에게 ‘미적분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인정받는 수학 선생님’을 멘토로 추천했던 것이다. 또 정 모씨는 ‘새시대예술연합’이라는 예술 단체에서 현역 배우로 활동하는 정보선 선생이다. 영화배우와 뮤지컬 배우 등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멘토로 추천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는 ‘수학’과 ‘연기 활동’은 보이지 않고, 그저 ‘남민전’과 ‘진보’만 보일 뿐이다. 2006년 3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남민전 관련자 29명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한 사실을 기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목수, 간호사, 농부, 영상편집인, 교사, 대안에너지 연구자, 기타리스트, 선수트레이너 등 각 분야의 직업 체험을 하였다. 이 분야의 멘토 중에는 기자가 호감을 느낄 이른바 우편향의 인사들도 다수 있다. 그럼에도 기자의 눈에는 좌편향만 찍어내고 있다.


● 학부모들은 포털 다음에 ‘늦봄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개설한 뒤 북한과의 연락사항을 공유한다.
● 현재 전교생 80여명으로 왕재산 사건 주범으로 2월 1심에서 징역 7년(국보법 위반)을 선고받은 임모 씨, 같은 혐의로 1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모 씨의 자녀들도 다니고 있다.

■ 학부모에 관한 기사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학부모들이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친목 카페를 ‘북한과의 연락 사항을 공유’하는 카페로 둔갑시키고 있다. 기숙형 학교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늘 자녀의 소식이 궁금하고 학교 소식이 궁금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대안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시작해서 자신들의 소식과 애환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학부모 카페를 개설하여 교류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엉뚱한 문장을 슬쩍 덧붙여 무슨 비밀결사를 만든 것처럼 유도하고 있다. 기자로서의 글쓰기 자질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기사에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학부모 두 명을 언급하고 있다. 역시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붙였다. ‘왕재산 사건 주범으로 1심에서 징역 7년(국보법 위반)을 선고받은 임모 씨, 같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모씨.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색깔덧칠하기를 계속하면서 두 학부모들의 신상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까지 큰 상처를 입히는 무도한 행태라고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더욱이 이 기사는 명백한 허위 보도이다. 이른바 ‘왕재산 사건’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한모 대표를 ‘같은 혐의’로 징역을 살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어쨌든 기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을 강조하고 싶은 욕심에 사실 관계 확인이라는 기자로서의 초보적 절차도 지키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는 현재 상급심 진행중인 이른바 왕재산 사건도 공안정국의 맥락에서 또다시 사법 폭력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모에게는 자녀 교육을 시킬 권리조차 없다는 것인가. 이야말로 무도한 언론권력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잔인한 폭력이라 할 것이다.

● 그의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

■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늦봄평화교육사업회’ 기사에 대하여

늦봄평화교육사업회는 2005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최연석 목사(본 사단법인 이사장), 박현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계 목사, 장로와 뜻을 함께 하는 지역 및 전국 각계 인사 110여명이 개인 자격으로 뜻을 모아 발기한 사단법인이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것 역시 명백한 허위 보도이다. 기자는 ‘좌파’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필요로 하고 있다. 전면적인 색깔입히기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더 유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기자는 설립자-좌파단체, 교사-간첩, 학부모-국보법위반자, 학생-좌편향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잘 짜여진 공안 도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보를 억지로 짜맞추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의 최예나 기자는 이 기사를 쓰면서 한번도 현장 취재를 하거나 자료 요청을 한 적이 없다. 기사가 나기 전 날 저녁 잠깐 교장, 교감 선생과 의례적인 통화(사실은 통보)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리고는 은밀한 사찰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개인 정보와 동향이 버젓이 기사화되었다. 우리는 이 기사가 어떤 음험한 배후 세력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쓰여진 것임을 확신한다. 저간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식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늦봄학교가 선택되었음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다음 공안 화살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도 충분히 짐작한다.

우리는 1970년대 이래 늦봄의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언제나 매도했던 그 지점에서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음험한 세력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기사 소동(이는 소동이라 할 만하다!)에서 보듯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는 분단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휴전선 철조망보다 더 질긴 적대와 갈등의 벽을 온몸으로 밀고 나갈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일꾼을 키우는 일에 더욱 힘쓸 것이다.

우리 학교는 늦봄 문익환 목사를 사표로 삼고 있다. 남북을 가르고 있는 분단의 장벽을 벽이라 생각지 않고 문으로 알고 힘차게 밀고 나아가려 했던 늦봄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늦봄학교에 가해지는 악의적인 음해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스스로를 단련하고 새로운 전망을 다지는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렇게도 극복하고자 했던 분단의 장벽이 아직도 성채처럼 공고함을 확인하면서, 역설적으로 늦봄학교의 교육 이념이 옳았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가 될 기회를 마련해준 동아일보, 이 점에서는 고마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해당 기자에게는 적절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2년 5월 18일 |

늦봄문익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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