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일기⑱] "저.. 잘 모르겠습니다"
[수습일기⑱] "저.. 잘 모르겠습니다"
  • 김누리 기자
  • 승인 2011.01.20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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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청에서 자원재활용, 폐기물 처리 업무를 해오던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19일로 100일이 됐다.

해고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민간위탁은 각종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고 중간착취를 통해 노동자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주민 혈세는 낭비된다”며 민간위탁철폐를 외치고 있다.

▲ '민간위탁철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9일로 100일째 천막농성중인 (주)미래환경산업개발 문제에 대한 김종식 광주 서구청장의 입장을 듣고자 시도했지만 남성공무원들이 이를 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광주인

100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도록 문제는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사측은 ‘배째라’ 식으로 일관하고 있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노동자들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서구청의 ‘결단’이 없다는 것.

옆 동네 광주 광산구의 경우는 지난 12일 “구청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정규직화 하겠다”는 발표를 한바 있다. 이에비해  결단은커녕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김종식 광주 서구청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구청으로 향했다. 

이르면 8시전에도 출근한다는 김 청장을 만나기 위해 이날 아침8시 서구청 앞에 도착했으나, 맙소사! 김 청장의 관용차는 이미 본관 앞 로비에 세워져있었다.

하는 수 없이 구청장실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전에 약속했느냐. 홍보실 거쳐서 오라” 뿐.

다시 무작정 구청장실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이기신 부구청장이 나타났다. 이 부구청장이라 함은 미래환경 노동자들이 서구청 앞 인도에 처음 농성장을 설치하자마자 서구청 공무원들에 의해 '강제철거' 됐던 지난해 10월 13일 공석인 서구청장 권한 대행을 했던 장본인.

 

“미래환경 노동자들 농성이 100일을 맞이했는데 입장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이 부구청장은 갑작스레 나타난 카메라에 ‘깜짝’ 놀라기라도 했는지 카메라를 내리치는 등 불쾌함을 나타냈다.

이후 구청장실 앞에서 대기. 홍보실장, 비서 등등 많은 공무원들이 “미래환경 관련해서 구청장님은 어떤 인터뷰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돌아갈 것을 요구했지만 김 청장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계속 기다렸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김 청장. 일정이 있는지 구청장실에서 나왔다. 다시 김 청장의 입장을 묻기 위해 시도했지만 4~5명의 남성 공무원들이 소리치며 몸으로 저지해 다시 카메라와 마이크를 손으로 내리쳤다.  이번에도 김 청장의 입장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김 청장을 보내고 어렵사리 다시 만난 이 부구청장은 ‘초상권 침해 고발’ 운운하며 다시 한번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래환경산업개발의 문제에 대해 “민간위탁을 철회하라는 것은 공무원 만들어 달라는 말 아니냐, 1년 총액 인건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그 노동자들을 공무원 만들어 주면 그 인원만큼 누군가가 나가야 하는데, 골라낼 수 있겠는가”라는 답변을 했다.

또 이 부구청장은 “그래서 다른 언론에서는 취재 안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작정 기다리고 찾아가는’ 인터뷰를 처음 해본지라 ‘얼떨떨’해 하며 오전 내내 선배 뒤만 밟았지만, 좀 이상했다. 어느 기관의 누리집에는 ‘열린 구청장실’, ‘열린 000실’ 해서 누구라도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마련해 놓더니 왜 이 간단한 질문에 대답조차 피하는 것인지..

언론에 감시받고, 주민들에게 평가받아야 할 공직자들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 ‘초상권 침해다’라며 되레 큰소리 칠 수 있는 건지 싶었다.

아니면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인터뷰를 거절한 것일까? 

'나는 잘 모르니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처럼 모르는 사람이 알기 쉽게 설명해줘야 하는 기자'인  나는 김 청장의 마음 또한 알길이 없다. 그래서 물어보기 위해 찾아갔고 김 청장이 대답해줘야 나도 알고, 서구주민도 알고, 미래환경 노동자들도 알텐데 '물어도 대답없는'  청장님 덕분에...

천막농성 100일을 맞이한 미래환경산업개발 문제에 대한 김종식 서구청장님의 입장은

"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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