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던 어느 날. 장갑에 목도리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점심식사를 위해 예전에 한번 인사를 나눈 선배님과 다시 만나게 됐는데 “저것이 기자여 보험 아줌마여” 나의 가방을 보고 한 말씀 하신 것이다. 잘 이해가 안됐다. ‘기자가 드는 가방 따로 있고 보험 설계사가 드는 가방이 따로 있나?’

입사 전까지 나름 ‘여성스러웠던’ 나의 복장은 온데간데없고 요즘은 무조건 ‘편한 옷, 편한 신발, 큰 가방’만 찾게 된다. 얼굴은 늘 '자외선 차단제'만이 홀로 지키는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예쁜 구두에 예쁜 옷 ‘빼 입고’ 다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불가능’이다. 한 예로 지난달 대학생들이 광천동에서 벽화그리기를 할 때 구두를 신고 취재를 나갔다가 그날 저녁 ‘쓰러질 뻔’ 했다.
평소 즐겨 매던 가방을 가지고 출근을 하면 그날은 가방이 ‘이거 터지는 거 아니야?’ 위기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봤다. 다른 기자들은 무엇을 매고, 무엇을 입고 다니는 지.
'뭔가 하나씩 매고는 다니시는데, 저게 뭐지. 어라, 카메라 가방?'

갑자기 억울함이 확 몰려왔다.(왜 억울했는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남성 기자들은 그렇다 쳐도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젊은 여기자들은 도대체 뭘 들고 다닌단 말이야? (여성과 남성의 차이란? 여성의 가방안이 훨씬 내용물도 많고 복잡하다.) 그것도 나처럼 '나홀로 뚜벅이'에겐 카메라 가방은 역시나 또 '택도 없다'

‘기자스러운 복장’이라는 것도 웃기고, 이를 지향하는 것도 웃기지만 도대체 ‘기자스러운’ 복장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전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커다랗고 들쳐맬 수 있는 가방 하나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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