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논란이 되는 옛 전남도청 별관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지난 7일 오후 광주 동구청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가 열린 동구청 회의실은 ‘깜짝 놀랄 만큼’ 많은 700여명의 청중들이 모여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동원이다’, ‘자발적인 참여다’ 많은 추측과 주장이 난무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이 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문화전당이 건립됐을 때의 가치 창출 효과에 대해서 역설했다.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될 광주에서 전국에서,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몰려들 것이고 공동화 현상이 심해진 구도심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다”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한 시간 내내 쏟아졌다.

▲ 지난 7일 오후 광주 동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설명회'에 700여명의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는 모습. ⓒ광주인


설명회 중 다소 무리수가(?) 있는 농담을 섞어가면서 이 단장은 청중들에게 문화전당이 가져다 줄 효과에 대해 힘주어 강조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문화전당 완공되면 광주가 파리, 뉴욕처럼 변하는 거야?”라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장의 설명에는 다소 불편한 요소가 숨어 있었다. 마치 옛 전남도청 별관이 그리고 별관을 지키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이 문화전당 사업에 ‘큰 걸림돌’인 마냥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는 그 논란들이 마치 '모두 끝난 것' 으로 공포해버렸다.
 
설명회가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대학생은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는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 5.18 사적지의 중심이 되는 상징적인 곳을 철거하고 문화중심도시, 민주.인권.평화 도시가 되겠다는 것은 어색한 부분이 있다.”

“지난 2008년 추진단과 함께 별관 보존으로 결정했고 7개월간 활동이 없던 추진단은 갑자기 철거로 선회했고 이후 4개월 후 또 부분 보존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민들과 소통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등등 한 시간 동안 ‘문화전당 신세계’가 그려진 현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젊은이답게 과감히 쏟아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덧붙여 그는 “이 단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배이자 고려대 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 2년 6개월 동안 광주시민과 소통하지 않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해 청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아니, 야유 수준을 넘어 삿대질을 동반한 욕설까지 듣게 되었다.

이 단장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문화전당 건립과정에서 발생한 담론 및 갈등은 모두 기록해 놓았고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 등 영상물로도 남겨놓아 누구라도 쉽게 그 과정을 알 수 있게 만들 것이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날 설명회에 모인 사람들이 ‘동원’된 주민들이건, ‘자발적 참여’ 주민들이건, 동구민들이 문화전당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 또한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화전당이 가져다 줄(부디, 꼭, 그 변화가 기대에서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것이길)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단장의 말처럼 과거에 얽매여, 과거 지향적인 5.18과 광주의 모습보다는 미래를 향해 발돋움하고 나아가는 광주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 하나하나를 딛고 오늘을 만들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5.18이 있었기에 지금의 광주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이를 무시하고 건립되는 문화전당은 뿌리가 잘려진 채 허공에 떠있는 불완전한 ‘신세계’가 아닐까?

문화전당이 완공되고 이 단장이 말한 '신세계'가 꼭 우리 눈앞에 펼쳐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남도청별관의 보존 문제가 ‘5.18정신’을 잘 살리는 방향에서 원만히 해결되는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할 전제 조건인 것은 변하지 않을 원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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