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의 미디어창]그런 이를 꼭 경찰총수에 앉히려는 이대통령은 정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천안함 사고 유가족들에게는 분명하게 사과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찾아가서 일일이 사과하고 심지어 눈물까지 보였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이든 아니든 눈물까지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데 대해 유가족들은 더 이상 법적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고 한다.

조 내정자의 ‘짐승처럼 울부짖는 유가족들에 대해 슬픔의 격을 높이라’는 발언은 표현상의 문제이며 법적 시비는 따지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지만 이것을 법적으로까지 비화시키는데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었기때문이다.

▲ 조현오 후보자가 야당 위원들의 거듭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발언의 근거에 대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그러나 불법적 발언으로 전직 대통령의 명예와 유가족,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고서도 ‘송구스럽다’는 말만 반복한 조 내정자의 사과 행태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도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더욱 분명한 사과와 눈물로도 모자랄, 전직 대통령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송구스럽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8월 23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을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현오 후보자는 "예,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자신의 허위발언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가 스스로 ‘노전대통령의 묘소에 무릎꿇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원의 답변에 마지못해 ‘예’라고 한 것으로 보여 그 진정성조차 의심스럽다. 이렇게 간단하게 거짓말로 판명될 사안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거짓말을 예사로 할 수 있었을까.

‘노 전대통령이 거액 차명계좌 때문에 자살했다’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부탁하여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사실의 적시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도의 소문’을 단순, 전달한 정도로 후퇴했다.

최소한의 물적 증거나 계좌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송구하게 됐다’는 식의 무책임한 앵무새 발언은 인사청문회 그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의 취지는 후보자의 무책임한 발언, 불법적인 행태,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여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윤리성을 통해 ‘가, 불가’를 정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민주화된 선진 제도로 판단하여 국내에도 도입한 이유이다. 서양에서 도입한 이래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노력했고 이에 따라 일부는 낙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화, 공정성을 국가의 높은 가치로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반복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고장난 듯 함량 미달이나 부적격자들을 한두명도 아니고 단체로 올리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이미 ‘퇴출 5인방’을 만들어 그 내역들을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고 이를 본 시민들은 혀를 차고 있지만 유독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만 매우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과 소통되지않은 모습으로 ‘홍보가 부족하다’고 홍보타령만 하고 있는 모습의 연장이다.

경찰총수 내정자가 시중에 떠도는 근거없는 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떠벌렸고 이에 대해 유가족들이 법적 책임을 물어 향후 법적 시비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사를 끝까지 안고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노 전대통령 살아 생전에 ‘전직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웃음을 흘리며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막다른 벼랑끝으로 몰아 붙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통령. 그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커녕 ‘차명계좌’ 운운하며 비리대통령으로 허위날조를 일삼는 인사를 굳이 경찰총수로 앉히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허위날조 발언을 예사로 하는 사람이 일반 시민의 권리와 명예를 짓밟기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은 가능하다.

이 험난한 과정을 딛고 그가 경찰총수에 임명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은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만족하고 국민은 불만투성이 인사를 강행하는 소통불가 대통령의 웃음뒤에 상처받은 유가족들의 피눈물이 얼룩진다.

‘참 나쁜 사람’ 조현오는 경찰총수 이전에 인간의 기본 도리를 회복하여 전직 대통령과 유가족을 찾아가서 진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명계좌의 내역을 밝혀야 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차명계좌가 없다면 그는 파면돼야 할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파면돼야 할 사람이 15만 경찰의 최고책임자가 되는 이 아이러니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쁜 사람’은 당장 권력자에게 충성하는 듯 하지만 향후 대형사고를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의 무책임한 발언, 불법행태가 어떤 모습으로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옥죄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부터 앞선다.

* 윗 글은 김창룡 인제대 교수가 <미디어오늘>의 <미디어 창>에 쓴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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