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동춘이는 국어, 영어, 수학, 태권도, 미술에 코딩, 창의과학까지 학원 다니느라 하루가 바쁜 초등학생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동춘이는 시종일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도 안가는 표정을 하고 있다.

동춘이가 대학갈 쯤이면 서울대에 페르시아어 특별 입학전형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은 엄마의 성화에 동춘이의 학원 스케줄에는 페르시아어가 하나 더 추가된다.

“도대체 이걸 왜 하라는거야?”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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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재미 붙이기도 쉽지 않은 날들이 반복되던 중, 수학여행을 간 동춘의 앞에 친구들이 숨겨놓은 막걸리 한 병이 굴러온다.

뭐에 씌인 것처럼 아침햇살 병에 막걸리를 옮겨 담는 동춘.

톡톡 터지는 막걸리 소리에 귀 기울이던 동춘이에게 막걸리가 페르시아어 모스 부호로 말을 걸어온다.

“왜 이렇게 살아야해요?”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지금 동춘이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막걸리가 알려줄 것만 같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밤까지 이어지는 학원 릴레이에 쉴틈없는 11살 동춘과 그런 동춘에게 말을 건 막걸리의 우정과 모험을 담고 있는 영화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의 시나리오를 쓴 김다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교육 문제를 독립영화에서 보기 드문 SF 장르로 잘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다민 감독은 ‘초등학생’과 ‘페르시아어’, ‘막걸리’라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키워드들을 가지고 특유의 놀라운 상상력과 연출력으로 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지난해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4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으며, 오로라미디어상(한국 영화계 신인 감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상)을 수상한 화제작이기도 하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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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연봉 6,000만원까지 갔지만, 동춘을 낳고 산후우울증에 경력단절여성이 된 엄마 혜진.

동춘에게 과도한 사교육으로 부담을 주지만, 자신의 선택이 진심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며 좋은 엄마이자 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동춘에게 “크면 알게될거야.” 라고 대답한다.

어린 자녀가 훌륭한 사람으로 잘 자라길 바라는 건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일테지만, 꼭 좋은 대학만이 아이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할까?

좋은 대학에 가고 나면 이 레이스는 끝나는 것일까?

천재 소리 들으며 서울대에 진학하고 대기업 직장인이 되었지만 결국 지난 삶과 결별한 채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영진의 존재도 극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한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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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말을 생각하든 예상 밖일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험은 동춘이 그토록 얻고싶어 하는 해답이 결코 이 지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오는 2월 28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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