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에서는 최근 ‘살아있는 광자(부제: 어둠 속의 빛)’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마친 김은택 작가를 만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빛을 어떻게 회화로 담을 것인가’를 꾸준히 탐구해오며, <빛의 흐름>, <빛의 거울> 연작 등 추상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젊은 작가가 추상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 시선과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추상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 공모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고뇌의 시간을 거쳐 작가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빛-회화-인류

김은택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김은택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그의 추상 작업들은 빛의 속성들을 파악하고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빛의 흐름> 연작은 빛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정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마블링 등 각각 다르게 칠해진 배경 위로 헤라와 주걱으로 긁은 흔적으로 질감을 만들어내고 빛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그가 회화를 고집하는 것도 빛의 속성을 담아내기에 사진보다 회화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기록해 온 ‘그리기’라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 작업이 빛의 흐름과 흔적을 기록한 것이라고 하면, 또 다른 연작 <빛의 거울>은 빛의 관점에서 관찰한 거울에 비친 빛, 그 자신의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을 ‘추상적 형태의 구상화’라고 칭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추상화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빛의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작업 안에서 ‘빛’, ‘회화’, 그리고 ‘인류’는 같은 의미로 통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점은 그가 학부 시절 시도했던 <별, 먼지>(2016)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각각의 인간을 하나의 행성처럼 둥글게 형상을 만들어냈고, 각각 고유한 색채를 뿜어내도록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것을 천장에 매달아 반투명하게 빛을 투과하도록 설치했다.

당시 재료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 ‘회화는 꼭 캔버스나 패널, 종이처럼 물감이 칠해지는 배경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작업은 캔버스라는 매체가 없이도 안료 만으로 회화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였다.

이와 비슷하게 또 졸업전시에는 자신의 작업을 위해 잘라낸 캔버스 테두리를 꾸준히 모아 그것을 매달아 설치했다.

그 누구도 쓸모 있다고 느끼지 않을 그 자투리 캔버스 천은 회화작업을 위한 노동의 증거물로서 제시되었다.
 

살아있는 광자 : 어둠 속의 빛

김은택 작가-살아있는 광자 (어둠속의 빛) 전시 전경. ⓒ광주아트가이드
김은택 작가-살아있는 광자 (어둠속의 빛) 전시 전경. ⓒ광주아트가이드

최근 Space DDF에서 열린 개인전 ‘살아있는 광자’는 작가로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이자, 앞으로 할 작업의 프롤로그처럼 보여진다.

전시제목의 ‘광자(光子, photon)’는 입자로서의 빛을 뜻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첫 개인전 전시공간으로 일반적인 전시공간이 아닌 윈도우 갤러리를 택했다.

하나의 전시공간을 회화처럼 그리기를 시도하며, 회화의 경계를 탐구하고,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회화작업으로 그가 직접 그려서 만든 것으로, 캔버스를 양쪽을 붙여 가운데 매달거나 직육면체를 이루고 있는 면들을 각각 하나의 회화처럼 작업했다.

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는 좁은 공간을 하나의 평면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는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도록 의도했다.

어두울 때는 야광도료가 발광하며 밝을 때와 또 다른 회화를 만들어낸다.

작품 사이사이 구석에는 작은 버섯 오브제들이 놓여 있는데. 낮에 빛을 받는 곳에 있는 버섯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하지만, 빛을 받지 않는 위치에 있는 버섯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은 채로 존재하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어법을 만들어내며 평면으로서 회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회화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 그 경계를 실험함으로써 회화의 확장성을 꾀하고 있다.

작업의 히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그는, 설치작업이면서 회화 그 자체라고 말하는 자신의 작업들을 ‘추상화’라는 형식을 통해 하나씩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71호(2024년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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