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중세 말부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1400년경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관심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 전반으로까지 확장되었다.

1377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브루넬레스키(Fillippo Brunelleschi, 1377-1446)라는 사람이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시 공무원이자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어렸을 적 문학과 수학을 배웠던 그는 이러한 것보다 자신의 적성이 예술적임을 깨달았다.

15살이 되자 보석세공사나 금속공예사 등이 포함된 비단상인들의 길드 <아르테 델라 세타(Arte della Seta>에 들어간 그는 자신의 작업을 위한 각종 기술들을 연마하게 된다.

브루넬레스키의 초상. ⓒ광주아트가이드
브루넬레스키의 초상. ⓒ광주아트가이드

그리고 1398년 12월, 21살의 나이로 그는 길드의 금세공 마스터이자 청동 조각가로 성장했다.

1401년 자신만의 작업을 할 자격을 획득하여 자신만만해진 그는 당시 피렌체시가 산 지오반니 세례당의 새로운 청동문을 위한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다.

많은 예술가가 이 공모전에 참여하였으나 심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7명의 준결승 진출자 중 2명만을 결선 진출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둘 중 하나를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공동작업이라는 자신들의 부담을 덜 가장 근사한 방법을 찾아냈었지만, 자존심으로 뭉쳐진 브루넬레스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승리자가된 기베르티의 안은 세례당의 북문을 장식하였고, 이는 브루넬레스키가 후에 조각을 포기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심사위원장이었던 지오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Giovanni di Bicci de’ Medici, c. 1360-1429)와의 인연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예술후원자가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공모전을 뒤로하고 브루넬레스키는 1402년부터 1404년까지 자신보다 약 10살 어린 친구이자 조각가인 도나텔로(Donatello, c. 1386-1466)와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

그가 어린 친구와 로마를 찾게 된 이유는 소수의 학자나 사상가들에 의한 고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각예술 분야로까지 확산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고대의 시각예술을 연구하고 싶은 브루넬레스키 역시 유적이 탁월하게 많은 로마로 발걸음을 향했던 것이리라.

그는 로마의 고대 건축에 대한 연구를 세심히 진행하였으며, 이는 그의 건축 디자인의 모든 요소들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고대 로마 건축을 관찰하고 연구한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바로 선원근법의 발명일 것이다.

선원근법이란 이차원의 평면에 소실점을 찍고 그 소실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대상을 크게 그림으로써 원근감(遠近感)을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즉 평면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눈으로부터 대상이 가까울수록 커지고 멀수록 작아지게 하여, 결국 한 점에서 사라지게 하는 그림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에도 이와 같은 원근법은 우리 눈을 속여 이차원의 평면 속 그림을 마치 삼차원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우리를 놀래켰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벽화를 보면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마치 삼차원의 공간에 이미지들이 있는 것처럼 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피렌체 대성당 돔. ⓒ광주아트가이드
피렌체 대성당 돔. ⓒ광주아트가이드

하지만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한 선원근법은 이전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단 한 번도 불 수 없었던 방식이었다.

그가 철저하고 정확한 계산에 의해 고안한 선원근법의 체계는 마법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가 만들어 낸 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이차원의 평면에 또 하나의 완벽한 삼차원의 세계가 들어있는 환상의 마법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제 화가와 조각가와 건축가들은 자신들도 다른 철학자들처럼 세상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을 갖게 되었다.

브루넬레스키로부터 촉발된 원근법 연구는 르네상스 미술가의 필수과목이 되었으며, 그와 같은 확신은 모든 것에 박학다식한 사람, 즉 ‘전인적(全人的) 인간(homo universalis)’을 자신들의 시대가 추구해야 할 인간상으로 삼도록 했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70호(2024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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